[갑진 실패 소중한 발견] 14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by lawyergo

[갑진 실패 소중한 발견] 14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


사람이 한 평생 살아가면서 과연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죽기 살기로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되는 경우라면 그 답답한 마음이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도둑이 도둑질을 다하고 담을 거의 다 넘어갔는데 마지막 한쪽 발목을 잡히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는 경우라면 특히 더 그럴 것이다. 당락이 가져다주는 차이는 크기 때문이다.

다른 대안이 있다면 포기라도 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포기도 어렵고 그렇다 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도 어렵고 그야말로 앞뒤로 꽉 막힌 심정이다.

시험도 차라리 점수 차이가 많게 떨어졌다면 이렇게 안타까워하지는 않을 건데. 아슬아슬하게 떨어진 경우라면 사람들에게 말할 변명거리가 된다. 간발의 차이로 떨어졌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면서 자기 자신을 방어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럴수록 자꾸 과거에 매달린 채 적극적으로 앞길을 헤쳐 나가지 못하게 된다.

사람은 오랜 세월동안 무언가를 추구하면서 살아온 강한 습관이 있다. 따라서 원하는 것을 쟁취하지 못하면 실망을 하고 의욕을 상실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자칫 스스로의 몸과 정신을 황폐시키는 우(遇)를 범하기 쉽다. 그러나 실패하는 것도 성공하는 것도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괴롭힌다하더라도 얽히고 꼬인 무엇인가가 내 앞길을 가로막아 마음먹은 대로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공한 사람과 자꾸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사로잡힌다면 본인만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언젠가 맞을 매 빨리 맞는다는 심정으로 철저히 그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내 앞길을 가로막는, 어딘가에 존재하는 꼬인 매듭들을 하나씩 풀어 보겠다는 식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의욕도 다시 살아나고 또한 책도 손에 잡혀진다. 지금 이 고통이 지나면 꼬인 매듭은 저절로 풀어지리라 생각하면서 하다보면 성공은 된다고 본다. 그러니 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정성을 다해 해야 할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점이 매듭을 푸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성공을 너무 의식하지 말자


골프 매니아(Mania)가 된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골프를 처음 접한 곳은 뉴질랜드에서였고, 그곳에 이민 간 형이 가르쳐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게 무슨 운동이 될까 생각했으나 막상 해보니 상당한 운동량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 운동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된 계기는 “공을 의식하지 마라.”는 한마디였다.

공을 의식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아하, 바로 이거구나!’라고 마음속에서 탄성이 저절로 우러나왔다. 그동안 여러 번의 실패로 느낀 것이 성공을 너무 강하게 의식해서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것이었다. 즉 ‘꼭 성공해야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강박관념이 되어 성공의 장애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에 대한 의지가 너무 불탄 나머지 자신까지도 불태워버린 후배의 예를 소개한다. 그는 사법시험을 보름정도 앞두고 어느 날 저녁 9시쯤 도서관 한쪽 귀퉁이에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쳐다만 보고 있는 애인을 앞에 두고 혼자 술 한 병을 홀짝 홀짝 마시고 있었다.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했는데 “너 왜 이러느냐”라고 묻자 “형님 미치겠소.”하면서 그의 얼굴이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불안감과 초조함으로 매우 일그러졌다. 같은 수험생으로서 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이래서는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뭐라고 말을 해 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그해 떨어졌고 그 뒤로는 시험을 보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삶의 여유를 생각해보자


서른 살 전후로 뉴질랜드로 가서 사법시험을 공부했던 경험이 있다. 빅토리아대학교 도서관이었는데 그때가 11월 중순이었지만 그곳은 여름이 되는 시기였다. 계절이 우리나라와 정 반대이기 때문이다. 그곳 역시 학기말 시험 기간에는 우리나라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그러기를 일주일정도 하더니 갑자기 어느 날 도서관이 텅 비어버렸다. 그날부터 수백 개의 좌석이 있는 열람석 한 층을 통틀어 책 빌리기 위해 온 시민과 나까지 합해서 약 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방학이라서 모두들 여행이나 아르바이트 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이었다.

공부도 지켜봐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기분이 나는 것인데 너무 썰렁하다보니 자연히 도서관을 나가지 않게 되었다. 방학이라 해도 학생들로 북적이는 우리나라 도서관과 대조가 되었다. 그들에게는 확실히 삶의 여유라는 것이 느껴졌다. 최소한 아등바등하면서 시험에 매달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피곤한 몸으로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으면서도 하루 종일 공부했다는 성취감에 뿌듯한 감정을 가지곤 했었다. 결과적으로는 효율적이고 실속 있는 공부는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똑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그만큼 헛고생이 많았던 것이었다. 또한 사람들과 어울려 잡담은 할 시간은 있어도 막상 운동을 하려하면 시간이 아깝게 생각되곤 하였다. 쉬더라도 어떻게 쉬는지를 모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뉴질랜드에서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자리에만 죽치고 앉아있어야 공부가 된다는 생각을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공부가 지지부진하면 아무 망설임 없이 수영장으로 간다든지 등산을 하든지 테니스를 하든지 주로 운동을 하였다. 그리고 나면 확실히 생기가 다시 도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하다 보니, 일요일에도 잠으로만 하루를 보내는 다른 많은 수험생보다는 체력적으로 월등하게 되었고, 공부 때문에 짜증나는 일도 줄어들었다. 공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복 있는 사람만이 공부를 하는 것처럼 느꼈다.


취미생활을 즐기자


나의 경우 판소리를 무척 배우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시험에 자꾸 떨어지다 보니 대체로 무상(無常)을 노래하는 판소리의 가사가 무척 가슴에 와 닿았다. 특히 사철가의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만은 세상사 쓸쓸하구나. 나도 어제 청춘이거늘 오날 백발 한심하구나’라는 한 대목을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내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배우고 싶었지만 학원비가 그 당시의 처지로서는 비쌌기 때문에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야 배웠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공부할 당시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배웠더라면 ‘공부도 훨씬 더 잘되고 판소리도 좀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위와 같이 공부를 열심히 하다보면 무엇인가 해보고 싶은 것이 내면에서 우러나온다. 만일 공부에 해가 되지 않는 것이라면 길게 봐서 투자를 한다 생각하고 배워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취미생활로 이어지면 금상첨화다. 생활에 활기도 있고 공부도 더 잘되기 때문이다.

시험 때문에 취미생활을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사람은 공부를 어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도구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이고 진짜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취미생활을 충분히 즐기면서 할 수 있다.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소중한 것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성공이나 합격은 이러한 과정에서 부산물(副産物)로 주어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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