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성영 변호사 Mar 18. 2024

'정부는 대법원 판례도 안찾아봤냐'는 의협의 입장 발표

에 관한 법적 고찰

정부와 의협 측이 언론을 통해 법적 공방을 벌이는 진풍경이 연일 연출되고 있다. 추후 법정에서 다투어질 법적 공방을 정부 측 자문변호사와 의협 측 자문변호사가 대리전 양상으로 미리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의협은 '전공의의 경우 민법 제660조 적용 대상이 아니고 따라서 자동 사직이 불가하다'는 정부 입장에 대하여(이에 대하여는 이미 이전 포스팅에서 상세히 다룬 바 있다), '정부는 대법원 판례도 안찾아봤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95다5783)에 따르면 1년을 초과하는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16조를 근거로 근로자는 1년이 경과한 후에는 언제든지 당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반박하였다.

그리고 어찌된 영문인지 지금까지는 빠르면 당일, 늦어도 익일에는 바로 반박 보도자료를 내던 정부도 위 의협의 강공(?)에 대해서만큼은 지금까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있다(아마도 정부 내지 정부 측 자문변호사가 금번의 위 의협 주장에 대해서 만큼은 아직까지 반박 법리를 찾아내지 못한 듯 하다).

그렇다면 위협의 위 주장은 타당한 주장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협은 이번에 또(?) 틀렸다.

의협이 언급한 대법원  1996. 8. 29. 선고 95다5783 전원합의체 판결은 현행 법령 하에서는 더 이상 그 적용이 없는 판결이다.

위 대법원 판결은 구 근로기준법 제21조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과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에 근거를 둔 것으로, 구 근로기준법 제21조는 그 후 제23조로 조문의 위치가 변경되었다가, 2007. 4. 11. 근로기준법 전부개정(법률 제8372호)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제16조로 조문 위치가 변경 되었는데(조문 위치의 변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어지는 다음의 내용이 중요하다), 위 법률 제8372호 부칙 제3조에서 위 제16조는 2007년 6월 30일까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을 하고 있다.

즉, 위 대법원 판례가 그 근거를 두었던 구 근로기준법 제21조(현행 근로기준법 제16조)는 2007년 6월 30일까지만 유효하고 그 이후부터는 더 이상 효력이 없는 법률 규정인 것이고, 따라서 의협이 이번에 호기롭게 내세운 위 대법원 판례는 현행 법령 하에서는 더 이상 그 적용이 없는 판결인 것이다.

그렇다면 의협이 이렇게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6월 30일 이후에도 근로기준법 제16조를 근거로 판결을 내린 상하급심 판결이 있는데?'

실제로 2007년 6월 30일 이후에도 근로기준법 제16조를 근거로 위 대법원 판례와 동일한 취지로 판결을 내린 상하급심 판결들이 '일부' 있다.

그럼 어떻게 된 것일까?

위 일부 판결은 잘못 선고된 판결들이다.

아마도 해당 판결 사안에서 변호사가 동 포스팅에서 지적하는 내용을 알지 못하고 주장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법원도 아래의 입법 연혁을 알지 못하고(즉, 간과하고) 법리 오해의 위법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어떻게 법원이 틀린 판결을 선고할 수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실제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거나 다투지 않으면 법원도 직권으로 탐지하여야 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고 틀린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2007. 4. 11. 전부개정 법률 제8372호에서 위와 같이 제16조가 2007년 6월 30일까지만 효력을 가진다고 부칙에서 규정한 이유는, 2007. 7. 1.부터 시행이 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4조에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 즉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기간을 새롭게 규정(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로)하였기 때문이다.

통상은 신법 제정 및 구법 전부개정을 할 때 이른바 '아다리(?)'를 맞추어서 구법의 동일 조항은 "삭제"를 하고 신법에서 해당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일반적인 입법 방식인데, 근로기준법을 2007. 4. 11.에 전부개정할 때 이미 2006. 12. 21.에 제정되어 2007. 7. 1. 시행을 앞두고 있었던 기간제법과 '아다리'가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매우 이례적인 입법 방식, 즉 근로기준법 제16조는 2007년 6월 30일(기간제법 시행일 하루 전)까지 유효하다고 부칙에서 규정하는 방식으로 개정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근로기준법에는 지금도 여전히 제16조에서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것과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 외에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라는 조항이 잔존을 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고(삭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입법 연혁 및 타법 제정 사실을 간과한 일부 상하급심 판결에서 2007. 6. 30. 이후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그러나 잔존의 모양새는 띄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16조를 근거로 법리 오해의 위법한 판결을 선고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설령 근로기준법 제16조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경우라 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의 특별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 기간제법이 규율하고 있는 내용이 근로기준법보다 우선하여 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간제법은 위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였듯이,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본문은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쉽게 말해 종래 근로기준법 제16조에서 규정하고 있던 1년(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기간의 상한)이 2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의협 측이 '아 그러면 일한지 2년이 지난 전공의는 언제든지 사직을 할 수 있겠네'라고 또 착각을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바로 단서 조항때문이다.

기간제법 제4조 단서는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5호는 "전문적 지식ㆍ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ㆍ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대통령령인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3호 및 별표2 제16목을 보면, "의료법 제5조에 따른 의사"가 바로 위 기간제법 제4조 본문의 예외, 즉 단서 조항에 해당함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2007. 7. 1.부터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한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 근로자는 근무기간이 2년을 초과한 경우에는(설령 근로계약으로 근로계약기간을 2년 이상으로 정한 경우라 하더라도) 언제든지 사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법 제5조에 따른 의사의 경우는 예외이며, 의사의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고, 따라서 근무기간이 2년을 초과하였다는 이유만으로(의협이 말한 1년은 애초에 더더욱 말도 안되는 것이고) 의사가 언제든지 사직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는 틀린 견해이다.

그렇다면 의사 내지 전공의는 근로계약기간 중 사직을 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지적하였던 것처럼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전공의의 경우 각 병원이 마련하여 보건복지부에 신고한 '수련규칙'이 될 것이다)에서 근로자인 전공의에게 더 유리하게 관련 내용을 규정한 경우 동 내용이 전공의에게 적용된다.

결론은 지난 번 포스팅과 동일하다.

각 전공의는 아주 매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을 잘 살펴보아야 하고, 동 내용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리고 의협 측은 더 이상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나아가 전공의들의 앞길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잘못 검토된 법리(엄밀하게는 자문변호사로부터 잘못 자문 받은 틀린 법리)를 무책임하게 함부로 언론에 공표하는 경솔한 행동을 중단하고 좀 더 신중한 그리고 무엇보다 법적으로 정교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각 전공의의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에 따라 사직의 효과가 특정 시점에 발생한다고 보는 경우, 사직의 효과만 발생하면 그 이후로는 보건복지부가 발령한 업무개시명령의 효력이 없어지게 되는가?

결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직 효과 발생 여부가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사직의 효과조차 발생하지 않으면 전공의들은 향후 열리게 될 행정소송에서 아예 다툴 건덕지조차 없게 되고 당연한 귀결로 승산도 '전혀' 없게 된다), 사직의 효과만 발생하였다고 하여 업무개시명령을 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훨씬 더 깊은 차원의 검토와 대응이 필요하다.

만일 의협 내지 전공의들이 위와 같이 또 다시 단식 판단으로 섣불리 대응하였다가는 또 망신만 당하고 지게 될 것이다.

정부가 발령한 지난 업무개시명령을 '적법'한 명령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초법'적인 명령으로 만들 것인지는 앞으로의 전공의들의 법적 대응에 달려 있다.



      http://m.kukinews.com/newsView/kuk202403150133




#의료법위반 #전공의사태 #면허정지처분 #전공의집단사직 #사직서수리 #사직효과발생시기 #업무개시명령 #처분사전통지 #전공의사직불가 #대법원판례도안찾아봤냐 #대법원95다5783판결 #의협반박 #근로기준법제16조 #전공의사직서효력 #기간제법제4조 #기간의약정있는경우 #의료법전문 #했다하면승소 #정성영변호사 #법무법인한일 #옆집변호사

작가의 이전글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에 관한 법적 고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