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이틀간 양가에서 머물고
집에 돌아왔다.
이런저런 일들을 끝내고
침대에 누우니
피로가 몰려온다.
이게 여독일까.
피로감에 안도가 섞여있다.
여독은 그저 여행의 피로일까.
제자리에 돌아온 것에 대한 안도일까.
그리고 누워서 생각했다.
이 여독은 언제부터였을까.
30대 초중반 하루가 멀다하고
비행기를 타던 시절에 여독을 느낀 적이 없다.
현지에서 하루 8시간씩 걸어다녀도,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여행을 다녀도,
왕복 비행기에서 잠 한숨도 못 자도,
돌아온 아침에 코피를 흘려도,
피곤하다는 마음도,
돌아왔다는 안도감도,
없었다.
언제든 돌아오자마자 다음을 기약했다.
이제는 하루만 밖에서 자고 돌아와도.
집 침대에 누우면 피로를 느낀다.
그리고 다행임이 느껴진다.
인생이 나이와 함께 어떻게 변해가는 걸까,
무엇이 변해서
없던 느낌들이 생겨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