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럴까?
얼마 전 동료랑 같이 얘기하다가 How long have I known you? Oh wait, is it already three years??? 하는 대화를 했더랬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니... 회사에서는 내년 전략을 짜면서 내 다음 승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얼마 전 CEO와 1대1 면담을 하면서 내가 이 회사에서 보낸 시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CEO한테도 말했지만, 지금에서야 얘기하는 것인데 나는 처음 이 회사에 입사를 했을 때는 여기에 오래 있을 생각이 없었다. 빨리 1년정도 경력 쌓고 다른 곳으로 이직해야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벌써 3년차라니? 이정도면 이제 이직해야할 때가 아닌가?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돌고 있는 커리어 관련 릴스 중에 포브스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2년마다 이직하지 않는 사람들은 2년마다 이직한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50% 적은 수입을 얻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이직을 하지 않는 것은 one of the worst financial decisions you can ever make 하는 식으로 말하는 릴스들이 꽤 있다.
이게 정말 사실일까? 우리는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석사까지 과학을 전공하고, 지금도 생명공학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얻은 귀중한 삶의 기술 중 하나는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것들을 신뢰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다. 또 출처가 분명한 것들 조차도 항상 10% 정도의 의심은 남겨둔다. 이런 말을 하는 릴스들이 하나같이 Forbes라는 name dropping을 했기에 찾아봤더니 그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무리 이 연구가 robust하게 진행됐을지라도 이 기사 제목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이유들이 다분하다.
1. 오래된 결과
포브스가 오래된 기사에는 다 이런 note를 적어놓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9년도 더 된 기사라는 사실부터가 사실 신빙성을 많이 떨어트린다. 10년전의 기업문화, 고용형태, 취업시장현황 등이 오늘 날의 그것들과 많이 다르다.
2. 평균의 함정
한 회사 안에서의 평균 연봉인상률이 3%일 때를 기준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다. 단순히 이직을 할 때 평균 연봉 인상률이 10-20% 정도라는 것을 감안해서 이직을 자주 하는 것이 연봉을 drastically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한 회사 안에서 연봉인상률이 10%가 넘어간다면?
3. Job hopper에 대한 시선
이제 이직이 꽤나 보편적이고, 그 누구도 평생 직장을 찾아 헤매지 않는 세상이고, job hopping도 능력만 되면 얼마든지 해도 괜찮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많지만 여전히 job hopper에 대한 안좋은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직장에 오래 있는 것을 좋게만 보는 건 또 아니기도 하다. 어느 쪽이 됐든 그런 의사결정을 뒷바침 할 수 있는, 납득이 가는 스토리가 있어야하는 것은 변함 없다.) 내가 이전 직장들에서 길게 일하지 않고 금세 다른 직장으로 hopping했다는 사실이 내 업계에서, 내 직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이것이 장기적인 커리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그 영향의 monetary value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나는 지금 같은 회사에서 3년째 일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이직 생각이 없다.
취준할 때는 연봉이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아직까지도 사실은 연봉이 제일 중요하긴 하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연봉 외에 중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봉만큼이나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트에서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