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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일라 Feb 01. 2020

'Cours d'Écriture'

 창의적인 글쓰기. 매주 수업때 쓸 주제를 같이 논의하여 정하고 그에 맞는 마인드 맵을 구현하여 한 주간 에세이를 작성한다. 수업을 막 시작한 학생과는 친해지는 데 걸리는 몇 주의 시간 동안 학생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편이다. 학생이 자신을 글쓰기로 하여금 알아가는 동안 나는 선생으로서 그 옆자리를 지키고 관찰하며 같이 배운다. 수업을 마무리 할때는 늘 서로에게 오늘 수업에 대하여 질문하는 몇분의 시간을 갖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글쓰기 습관을 가지는 것은 훈련이 필요하기에 조바심 내지 말라고 다독거려 주어야 한다. 머리속에 담겨있는 생각들을 끄집어 내는 부분, 종이 위에 옮겨 적는 부분, 첨삭하고 덧대어 더 나은 글쓰기를 완성해가는 부분 등 그 어떤 위대한 작가도 한번에 해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 박제해 시간의 흐름 여기저기에 기록해 놓는 ‘글쓰기’는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습관화 하지 않으면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따듯한 차를 타 마시는 것처럼, 또한 명상을 내 자신을 위해 하는 것처럼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하는 고된 일인 것이다.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창작의 일이기도 하며 글에 얼마나의 무게가 실리느냐 또한 글의 깊이에 따라 달라진다. 요새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모두 내려놓고 오직 텍스트의 실존성을 추구하고 있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글쓰기는 수업에서 몇번을 강조해도 모자르지 않아 늘 숙제를 내주곤 하는데, 학생들 10명이면 모두 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을 더 발견하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하곤 했다.




 ‘쉽게 그러나 진중하게 아이들을 마주하기’에서 썼듯이, 뭐든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내가 어떤 존재가 되어주어야 하는지, 어떤 가르침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어린이들은 사고방식이 있고, 똑같이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몸집도 작고 약하지만 가르쳐주면 되고 틀리는 것이 있으면 알려주면 된다. 나이가 적다고 해서 절대 함부로 대하고 쉽게 여겨질 대상이 아닌데도 이것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나는 대단한 선생님도 그렇다고 유명한 작가도 아니지만, 글쓰기와 창의적인 생각 기르기를 학생들에게 누구보다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에너지로 충전을 받는 나는 (한국에서 충전!을 외치는 두 분한테도) 그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아이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늘 산다. 그동안 고맙게도 잘 따라와주는 아이들에게 실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가르치는 것 외에도 내 삶에-아직도-너무나 많은 일들이 소용돌이 처럼 휘몰아 치고 있다. 여러 사유들을 나의 음악에 담고 연습하는 방향을 잡는 것 외에 목표하던 여러 일들이 기쁘게도 내 앞에 나타나 주는 요즘이지만, 그마저도 현재 작업량과 연주가 겹쳐 수업을 줄여야 하는 아쉬운 상황이다. 그동안 외로울때도 힘들때도 파리에서 가장 힘이 되어준 것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였는데… 같이 짠한 동지애를 나누던 친구들, 매일 땀 흘리며 같이 연주하던 동료 모두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지지하는 고마운 존재들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들에게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힘이 있다. 5년동안의 수업 속 나를 거쳐간 학생들이 시간이 많이 흐른 나중에, 나를 그때 그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해 줄 수 있기를 꿈꾼다. 내게 그들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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