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가장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섹스를 해설하다'. 넷플릭스 TV 다큐로, 다섯개의 미니시리즈로 나누어져 성적판타지, 끌림, 피임, 임신 그리고 출산까지의 과정과 역사를 풀이하고 있다. 영어로는 ‘Sex, Explained’, 프랑스어로는 ‘Éducation sexuelle’. 총 5편의 미니 시리즈이고 각 15분-30분 짜리 영상이라 가볍게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평소 성에 대하여 궁금증을 가져본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 시리즈에서 어느정도 기반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첫번째 시리즈인 ‘성적 판타지’는 젠더를 막론한 대부분 사람들이 가지는 판타지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우리 주변에 어디든 존재하지만 모두가 금기시 하는 성적 판타지 관련 키워드 대부분을 이 시리즈에서 속 시원히 볼 수 있다. (사이다!)
두번째는 끌림에 대한 이야기. 누구에게나 끌리는 타입은 있다. 하나일 수도 있고, 여럿일 수도 있고. 유전과 환경, 진화 등에 기반해 그 정체를 분석하는 편이다. 생각해보면 ‘끌림’ 이란 단순한 외적 요인일 수도 있고, 사람의 기운인 에너지에서 느껴질 수도 있다. 보수적인 한국사회 시선 안에서는 이 무궁무진한 자극과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이 끌림을 오직 ‘남-여 이성애적’ 의 특권처럼 다루고 있음을 떠올리면 이 영상은 그와는 반대로 다 까발리는(?) 편이다. 내가 끌리는 이성 또는 동성은 어떤 요인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케 만들어준 고마운 영상이기도 하다.
세번째는 여성이라면 살면서 한번쯤은 고민해 보았을 피임에 대한 이야기. 머나먼 고대에 이미 시작됐던 피임, 현대에는 어떠한 피임약이 어떤 과정을 통해 개발되었는지 그리고 또 없어졌는지 등 역사적으로 접근하여 풀이한다. 아직도 완벽하지 않은데다, 여러 부작용으로 여성의 몸을 실험체로 삼는 남성-자본주의적 행태는 그만 멈추어야 할때라는 메세지가 담겨있다. 현재 남성이 복용하는 피임약이 시중에 나왔다는데, 얼마나 대중성을 얻게 될 지는 두고 봐야 하겠다.
네번째는 임신에 대한 영상이다. 임신이 어떻게 되는지, 고로 피임은 어떤 원리로 할 수 있는지 등 필수로 알아야 할 유익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고등학교 때 받았던 성교육 (선생님이 머리에 콘돔을 썼던 것 외 대부분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이 시리즈 만큼만 쉽고 교육적이였다면 나의 성생활은 훨씬 더 질적으로 좋아졌으리라.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더욱 건강하고 즐거운 성생활을 위해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상이다
다섯번째는 출산에 관한 편. 고통 없는 출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어떤 동물보다 힘겹다는 인간의 출산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걸어온 출산의 길에 대하여, 그리고 고통을 줄이면서 좀 더 안전하게 출산할 방법을 찾아보는 편이다.
전체적인 영상을 보고 느낀 바 중 하나를 적자면,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사회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남성주의 시각이 여성의 몸에 감히 관여하였는가다. 각 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뜻 깊은 정보들이 가득한 좋은 시리즈인 반면, 아쉬운 역사를 잘 담고 있기에 두 양면성의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 아직도 갈길이 먼 현대의학이 좀 더 안전한 여성의 몸을 보장할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