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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일라 Jan 08. 2023

<지금 시작하는 평등한 교실> 출간소식

'가르치며 배우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를 7명의 선생님들과 펴내며


가장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교실 평등한 교육을 꿈꾸는 선생님들이 일구어낸 실천의 기록



    2019년 11월 어느 날 저녁,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관련 영어권 연구물들을 함께 읽는 모임에 함께한 선생님들과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서로가 짊어온 고민 지점들은 연결되어 기록되는 동시에 각자의 귀중한 경험들과 생각들이 쌓여 책으로 만들어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생각은 페페연구소 기획, 김동진 선생님의 기획으로 이루어졌고, 출판사 동녘에서 이를 묶어 책으로 출판하자는 제의가 오간 이후 선생님들의 몇 개월의 집필작업을 거쳐 ‘지금 시작하는 평등한 교실-가르치며 배우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가 완성되었습니다. 



    일곱 명의 선생님들과 집필한 매 순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고민하고 기록해온 저의 교육관을 어떻게 담을까 고민이 많았는데요. 제가 학생들을 마주하며 늘 느꼈던 아쉬움 그리고 지향점의 근원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이 책에서 저는 예술로 인생을 차별 없이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학습자를 이끄는 교육적 관점으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저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예술교육을 통해 전보다 확장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고, 그 과정을 꾸준히 기록해왔기에 이 책에 아낌없이 담아냈습니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기에 실패하고, 또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도 한 (학생들의 성장을 고민하는 위치에 놓인 분들이라면 고민해보았을 부분에 관한) 경험이기에 부끄럽기도 하지만, 교육에 대한 고민을 가진 모두에게 (학부모, 교육자, 연구자 등)가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페미니즘 교육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나다움'을 갖추도록 노력하고, 나와 다른 타자에 대해 경쟁이 아닌 공존의 윤리를 탐색하게 합니다. 자유로운 창의성이란 이와 같이 '나'를 탐구하고 사회와의 관계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믿어요. 입시 레슨, 강의, 행사 또는 정기적인 교실 안 등 학생들을 만나는 위치의 모든 선생님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저희들의 고민과 실천들이 어떤 발자국을 남겨왔는지 생생하게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책 내용]


서문중


... 그래서 이 책은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라며 말을 건네는 책이다. 우리가 잘했으니 당신도 따라 해야 한다거나, 우리가 이만큼 읽었으니 당신도 공부해야 한다고 훈계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함께 공부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조금씩 변화했는지, 우리가 각자의 교육 현장에서 어떤 고민을 하면서 어떻게 조금씩 다르게 가르쳐보았는지, 잘되었던 가르침과 배움의 경험, 잘되지 않았던 경험은 무엇 이었는지까지 모두 펼쳐 보이는 책이다. 또한 이 책이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 말고 어떻게 다르게 가르칠 것인지, 그랬을 때 무엇이 좋은지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고민해온 사람들의 삶의 기록으로 읽힌다면 좋겠다.


첫 번째 장에서는 여성으로서 몸에 새겨진 경험을 인식하는 조은이 초등학생 영어 교실에서 흔히 하는 '행맨 게임'을 바꾸어봄으로써 어린이들과 함께 몸으로 만들어간 새로운 경험을 말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여자앤데 당돌하게' 자전거를 잘 타던 김은지가 초등학생 글쓰기 교실에서, 괴물을 다양한 무기로 죽여버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괴물에게 온갖 장난을 치는 이야기로 어린이들의 서사를 함께 바꾸어간 경험을 말한다. 


세 번째 장에서는 어디에도 나의 자리가 없는 듯한 외로움을 겪었던 이해주가 페미니스트의 귀와 시선으로 어린이에게 귀 기울이고 눈길을 쏟았을 때 어떤 변화와 성장을 지켜보게 되었는지를 말한다.


네 번째 장에서는 교사의 권위로 교실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장재영이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를 만나면서 교실과 교실을 둘러싼 환경에서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진 존재, 소외된 존재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그 관심을 교실에 넓히려고 어떻게 시도했는지를 말한다.


다섯 번째 장에서는 한국, 미국, 프랑스를 넘나들며 공부한 재즈 뮤지션이자 음악 선생님인 레일라가 한 곡을 수없이 반복해서 연습하게 하는 획일적인 음악교육 방법을 탈피해 학생들이 음악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왔던 경험을 말한다.


여섯 번째 장에서는 영어를 가르치는 젊은 비원어민 여성 대학교수라는 존재 자체로 다양성을 보여주는 김미소가 일본대학에서 페미니즘의 '페'자도 꺼내지 않는 페미니즘 관점의 영어 강의를 한 경험을 말한다. 


일곱 번째 장에서는 교실에서 말 못 하는 여학생이던 김동진이 대학에서 페미니스트 페다고지의 원리에 기반해 모든 학생들의 목소리로 시끌시끌한 강의실을 만들었을 때 학생들과 서로 치유하고 치유받은 경험을 말한다.


마지막 여덟 번째 장에서는 '억압의 한가운데에서 교육이 페미니즘과 삶을 연결'해준 순간을 경험한 오혜민이 대학의 교양 필수과목으로 페미니즘을 가르치면서 마주한 백래시(backlash)와 그 이면에 가려졌던 빛나는 순간들을 어떻게 감지했는지 분석하며 말한다.








    페페연구소 기획, 동녘 출판. 김동진, 김미소, 김은지, 레일라, 오혜민, 이해주, 장재영, 조은이 함께 썼습니다. 일곱 명의 선생님들과 지난 집필기간 동안 울고 웃으면서,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이렇게 내적친밀감 깊었던 모임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고 말하곤 했는데요. 정말 그랬습니다. 교실 안 이방인들, 미묘하게 다른 공기 그리고 그 안에서 교차하는 많은 생각들과 눈빛들. 날것의 이런 상황들을 매일 마주하는 '선생님' 들의 고민은 매번 봇물처럼 쏟아졌고, 모임 시간 안에 전부 털어놓기에는 매번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글들을 품고, 읽고 또 읽으며 윤문에 힘써주신 편집자 김다정 님, 홍주은 님 그리고 편집부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분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 책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니까요.



    실제로 매일 서는 각자의 교육 현장에서 얻은 재료들은 깊고, 다양하고, 다채로워 감사한 마음으로 연대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다듬을 수 있었던 시간이 참 귀하게 느껴집니다. 교실 안에서의 모두와 연결되는 고민들을 생각하는 모든 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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