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의 시작
“비트코인? 그게 지금 얼마라고?”
“지금 한 천 달러 하지?“
”백만원?? 야 무슨 눈에도 안 보이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거에 백만원을 써?“
”그거 다 사기야 사기.“
”야, 너네 아직 몰라서 그렇지 비트코인이 미래다?“
“시끄러워. 너 그러다 쪽박 찬다. 술이나 한 잔 해.”
청약도 성공했다. 입주할 때 까지 남은 시간은 3년. 열심히 돈 벌고 차곡차곡 빚을 갚아나가면 된다. 꽤 큰 돈을 대출받았음에도 마음은 되려 편했다. 짤짤이 용돈이 생기면 해외 주식도 건드려 보고 한국 주식도 건드려 보곤 했다. 그러나 나름 분석해서 들어가도 수익률은 좋지 못했다. 지루한 2016년이 끝나고 2017년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데…
”라임아, 너 나중에 내 말 생각난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화폐야. 1억 갈 수도 있어.“
”1억 같은 소리하네. 야, 내가 저번에 무슨 다큐도 봤는데 그거 실제로 이용도 못하고…“
”어휴 내가 말을 말지. 안주나 더 시켜.“
송년회 차 만난 동기들의 화제는 ‘비트코인’이었다. 동기 중 한 명이 작년에 비트코인을 사서 2배 정도로 벌었다고 했다. 동기의 눈이 반짝거렸다. 원래 투자로 돈을 잘 벌면 저렇게 눈이 반짝이는 법이지.
”야 잘 들어가. 와이프한테도 안부 전해줘.“
”어 들어가. 간다.“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다.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를 켰다. 아까 마이클 세일러가 어쩌구 저쩌구 엘살바도르가 어쩌구 했던 것 같다. ‘비트코인’으로 검색해 봤지만 영양가 많은 동영상은 별로 없었다. 영어 동영상을 봐야겠다. ‘Bitcoin’ 검색. 꽤 많은 스트리머들이 가상화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미라클 모닝 3년만에 어느 정도 영어 귀는 트였지만 가상화폐는 너무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럼…
일단 발이나 담궈볼까?
지난주에 받았던 하반기 보너스가 생각났다. 200만원쯤 했는데.
손이 근질근질 거렸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빗썸? 여기에 회원가입을 하면 되나?”
한국에서는 빗썸이 거의 유일한 거래소인 것 같았다. 첫 화면부터 코인들이 좌악 일렬로 나래비 서 있었다. 그 옆에서는 숫자들이 번쩍이며 계속 바뀌었다. 이 늦은 밤에도 이렇게 24시간 가격이 변동된다니. 놀라운 건 거의 모두 상승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메일 가입..휴대폰 인증…OTP 설정…”
가입도 어렵지 않았다. 실명 확인 의무도 없었다. 회원가입을 하고 거래소 명의 계좌번호를 받았다.
일단 100만원만 넣어보자.
내 안의 알코올, 그리고 동기의 득의양양한 표정이 나를 호기롭게 만들었다. 손가락을 부지런히 놀렸다. 빗썸 계좌로 100만원을 이체 한 후, 비트코인 1개를 매매했다.
“와이프한테는 나중에 얘기해야겠다. 잃으면 그냥 수업료라고 생각해야지 뭐.”
“아이 갓더 파워!!!!!!”
눈이 번쩍 뜨였다. 휘파람을 불며 벌떡 일어나 아내에게 요란스럽게 뽀뽀했다.
”굿모닝! 잘 잤어?“
”여보 요즘 기분이 좋네? 좋은 일 있어 회사에서?“
”흐흐,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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