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너무 많아 생각하기가 싫다.
사실 늘 생각이 많은 사람인 나는
요즘 유난히 생각이 많은데 그 생각을 가지치기할 수도 정돈할 수도 없을 만치
마음이 너무나 복잡하고 어지럽다. 살면서 이렇게 내가 무능하다 느낀 적이 있을까 싶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단 생각이 나를 더 어지럽고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마흔 살 즈음을 살아가며,
작고 약한 몸뚱이를 가지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어린 날엔 꿈을 먹고살며 그 꿈을 좇고 싶어 아등바등.
가진 게 없는 집에서 태어났어도. 그래도 내 나름 개천의 용이 되고 싶어 그리 달렸는데,
그렇게 성인이 되고, 싶은 꿈은 포기하고 나름의 타협안으로 적당한 대학, 적당한 직업을 갖고 살다
그래도 이 정도로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아. 또 혼자 돈을 벌고, 공부를 하고
그렇게 또 일을 하고 공부를 하면서 나 홀로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더랬는데....
이십 대를 내내 혼자 고뇌하고 싸우고 일하고 몇 푼 안 되는 월급 쪼개가며 그렇게 열심히 살았더랬다.
친구들 주기적으로 가는 그 가까운 해외조차 나갈 엄두 못 내면서 그렇게,
다달이 나가는 옥탑방의 월세를 걱정하고, 프리랜서 일이 끊기지 않게 매일 같이 새로운 이력서를 내면서.
삽십대가 되면서 결혼을 하고, 금세 아이가 생겨 이듬해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바람에 불면 날아갈 만큼 약하고, 불어오는 바람에도 기침을 하고 입원을 했다.
간간히 원래 하던 일쪽에서 나를 잊지 않고 제안이 들어왔지만,
상호 간의 라포가 가장 중요한 그 일은 아픈 아이를 돌보면서 하기엔 여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한 달 라포를 쌓아 좋은 관계를 만들었는데 내 아이가 아프면, 나는 하던 일들을 멈추고 기다려달라며
몇 줄을 또 그렇게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려야 하는 건데. 그러기에 나는 나의 일에 대한 이해와
그리고 나에게 맡겨주실 그들의 신뢰를 그렇게 모른 체 할 수 없어 일들을 고사해 왔다.
그렇게 나에게 또 십 년이 흘렀다.
그 사이 아픈 아이만 바라보며 살다 보니 팬데믹 시기가 도래했다. 참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 아이는
팬데믹 덕분에 많이 건강해졌다. 다른 아이들은 안 쓰는데 혼자만 써야 해서 힘들어했던 마스크도
모두가 쓰니까 자연스럽게 자신도 쓰고, 기관에 노출을 할 수가 없다 보니 점점 튼튼해졌다.
그러다 보니 내 일을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미 경력이 8년쯤 끊긴 내게 다시 일을 하긴 쉽지도 않거니와
내가 일을 나가는 시간은 내 아이가 하원을 하는 시간이었다.
아직 어린아이를 밖으로 돌리고 싶지 않아 고민을 하다 내 평생 업이라 생각한 일을 내려놓고
이십 대 시절부터 좋아하던 소품과 그릇들을 소소하게 팔아보기 시작했다.
세가 나가지 않는 외딴 골목의 자그마한 매장도 갖고 그 매장을 꾸려가며 참 재미있는 나날이었는데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며 그조차 여의치 않아 졌다.
학교를 적응할 아이를 신경 쓰느라 매장을 닫는 날이 더 많아졌고, 그사이에 팬데믹 시절이 끝나가며
집에서 홈카페를 하며 집 꾸미기를 하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니 매출도 서서히 떨어졌다.
난 sns를 활용하는 걸 잘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으며, 인플루언서가 아니니 당연한 행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잘해야 한다는 부채감을 갖고 매장과 온라인을 유지하다 결국엔 내 나이 딱 마흔이 되던 올해가 되어
사랑하던 내 공간고 온라인을 폐업했다. 그다음 스텝을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그렇게 폐업을 하곤 사실 후련했다.
매출보다 많이 나가는 것 같던 세금도 이제 안 나가도 되고, 신경 쓸 일 하나가 덜어진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몇 개월이 흐르고 그다음 스텝을 준비하며 생각보다 경기가 어려워 함부로 손을 못 댈 것 같은 마음이 드니 이조차 마음이 너무 어려워졌다. 그러면서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행보가 혼란스러워졌다.
늘 열심히 살았고 끊임없이 공부했지만 사실상 대단한 학벌이 있지도, 대단한 경력이 있지도 않았다.
괜히 그나마 들고 있던걸 폐업했을까 괜히 정리했을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 번씩 스쳐 지나가고 있다.
앞으로 나의 십 년은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은데 난 어딜 향해 뻗어가야 할까.
50대에 들어선 나는 단단하진 않아도 뿌리를 내리며 어딘가 서 있을 수 있을까.
어렵다. 그저 나는 다시 내 일을 잘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게
나를 너무 무능하고 바보 같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