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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리스너 미라신 Dec 21. 2021

나 작은데.

내겐 너무나 무거운 그녀

아수타다 : 방언 동생이 생긴 뒤 아이가 여위다. 강원, 충청 지방의 방언이다.


동생이 생기면 아이가 하는 행동을 보고 '아수탄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실 양가 부모님 모두 충청도 분이라 이 말이 당연한 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투리. 갑자기 다른 지역은 뭐라고 얘기하는지 궁금해진다.

그냥 우리 또래 친구들은 '동생 보려고 그러는구나.' 하고 이야기하는데 한 단어로 표현하는 방법은 없는 듯하다.




셋째 임신 7개월. 아이 둘 다 아수를 탄다. 사전상 정의는 여위었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행동이 퇴행하거나 안 하던 짓을 하거나, 엄마 껌딱지가 되는 경우를 칭할 때가 많다.


사실 임신 초기에는 둘째만 아수를 타더니 지금은 첫째마저 안 하던 행동을 한다.

전에는 혼자서도 화장실 불도 잘 켜더니 이제는 엄마손을 잡고 가서 켜야 하고, 볼일 볼 때 엄마는 멀리 가 있으라더니 이제는 문 앞에 서있으라고 한다.


둘째는 더할 나위가 없다. 오빠가 하는 모든 행동을 따라 하는 건 물론 엄마 껌딱지가 되었다. 자다가도 엄마?를 외치고, TV도 엄마가 틀어줘야 한다. 아빠나 오빠가 도와주려 리모컨을 들면 '엄마가 해줘'하며 울기 바쁘다. 

전에는 손 잡고 걷고 싶어 손을 내밀면 손을 뿌리치던 녀석이 이제는 먼저 손을 잡아 달라 애원한다.


그 와중에 엄마로서 가장 힘든 건 안아주는 일. 아이는 점점 무거워지고 배는 점점 나오고.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를 안아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안아달라는 말에 못 이기는 척 포옹하면 '이거 아니야! 일어서서!'하고 호통을 친다.



며칠 전 밥을 먹는데, 갑자기 내 무릎 위로 올라오는 둘째. 그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때부터 고민 시작이다. 옆으로 내려놓을까, 그대로 둘까. 그대로 두자니 무겁고 옆으로 내려놓자니 울 것 같고. 


그러다 떠오른 생각. 5살인 첫째는 무겁다는 말을 좋아한다. 대변을 보고 나면 꼭 물로 씻겨 주는데 씻기기 위해 안을 때마다 '우리 리톨이, 밥 잘 먹어서 키도 커지고 무거워졌네.' 했다. 그랬더니 무겁다는 말은 곧 자기가 커지고 있다는 말로 받아들여서 무겁다는 말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둘째도 같은 전략을 구사해보리라! 

'두선아, 두선이가 3살이 되니까 커져서 무거워졌네. 옆으로 앉으면 안 될까?' 

평소 같으면 '네' 아니면 '싫어' 둘 중에 한 대답이 나올 텐데. 이날은 전혀 다른 대답 

'나 아직 작은데?'


하- 이렇게 엄마의 허를 찌르는 대답이라니. 너무 당황스러워 받아치지도 못하고 그냥 피식 웃어버렸다. 내겐 너무도 무거운 그녀지만, 아직 작은 그녀. 오늘도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이와 하루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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