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고속도로

[엽편소설] 해방

by 서희복

평일 오후 두 시의 고속도로는 그 끝까지 초록색 수직선으로 티맵에 나타나고 있었다. 얼마나 달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항상 하면서 달렸던 시간들이 기억에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시동을 걸고 초록색인 도로를 향해 움직다. 혹여라도 중간에 주황색이나 붉은 점이나 선이 나타나면 되돌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들어서기 전 끼어들기에서부터 세상과 험하게 맞서고 있었다.


옆에 갑자기 닿을 듯한 승합차가 거대했다. 찢어질 듯한 경적 소리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심장이 터지길 바랐다. 삐딱하게 서로 각도를 튼 차 두대가 왕복 육 차선 도로에서 옆 이마를 맞대고 있었다. 순전히 잘못은 내가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눈물이 차면 눈이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귀도 들리지 않았다. 차창을 내리지 않았다.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멈춰 서서 경적을 끊지 않고 으르렁대며 위협했다.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그 위협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조용히 방향을 틀어 승합차가 미끄러지듯 도로를 내려갔다. 나도 원래 들어가려 했던 그 차선으로 들어가 그 승합차 뒤를 따랐다. 계속 눈물이 쏟아졌다. 중부내륙고속도로만큼만 슬퍼해야지.


고속도로는 티맵에 직각으로 선 초록선처럼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휴게소 계속 지나치며 두 시간이 넘자 자동차가 말을 걸었다. 장시간 운전은 위험하니 쉬어가라고. 다시 생각해도 받쳐 오르는 울컥임에 목이 막혔다. 150킬로로 달리면서도 속도를 느낄 수 없었다. 그렇게 내가 맹목적으로 다가갔던 걸까. 죽을 듯 보고 싶어 했던 것이 그렇게도 잘못이었을까. 결론은 그랬다. 내가 잘못한 것이었다.


동준은 언제나 그랬다. 거기에 있었고 시간 퍼즐을 맞추며 분주했고 걸음이 빨랐다. 공감한다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과 실제 공감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소리가 듣고 싶어 내가 그러면 유튜브 들어 라고 했다. 지금 보고 싶어. 그러면 오늘 한 시간쯤 가능해 그랬다. 지금 난 죽을 수도 있어, 정말이라니까. 나는 니트로 글리세린을 물고 통증을 참았다. 죽을 때까지는 살아 볼 거야.


해가 진 중부내륙고속도로는 화물차가 예술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그 틈새를 비집으며 165킬로로 달렸다가 130킬로쯤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휘청이다 벽에서 가까스로 떨어지며 기다란 화물차 옆으로 곤두박질칠 듯 튕겨 나갔다.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끝이나도 좋을 것이다. 막힌 목구멍이 터질 듯 따가웠다.


내가 뭘 잘못했지? 네가 원하는 대로 난 다 단절했잖아. 내일 만나도 되잖아. 다음 주에도 시간이 있어. 진정해. 대체 왜? 동준의 목소리가 다소 상기되어 휴대전화 끝에 걸려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구나. 넌 잘못 없지. 네가 다른 사람들과 단절하길 원했던 내 잘못이지. 그런데 나는 지금, 오늘 보고 싶고 봐야겠고 안 그러면 죽을 거 같다니까!


그래서 결론은 내 잘못인 거야. 넌 아무 잘못 없어. 그래, 맞아. 뒤늦게 가로등 하나 없이 칠흑 같은 고속도로에서 생각했다, 네게 죽을 듯 결별을 외쳤던 내가 잘한 거구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충돌과 납작해지며 구겨지는 차체와 몸의 압력을 느끼며 나는 그제야 훨훨 자유를 느꼈다. 생명이 빠져나가며 핏빛으로 물들며 차가워지는 몸뚱이로부터의 해방은 이제 정말 동준을 괴롭게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남겼다.


부내륙고속도로의 끝은 아직 멀었지만 실체와 현상의 끝은 거기였다. 아직 남아있는 슬픔과 눈물을 서둘러 훔치며 완전히 거품이 되기 전에 동준에게 할 말이 있었다.


지금 보고 싶어,


잘 살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