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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플라이 리프

[영화] 더 폴 (The Fall)-디렉터스 컷 by 타셈 싱 감독

by 서희복

피지섬의 Butterfly Reef의 좌표는 [17°40'20.27"S, 177° 7'53.65"E, Fiji]이다.


나의 생일 숫자와 내가 사용하는 비밀번호 네 자리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좌표다. 마음에 든다. 사람은 이렇다. 자기 위주다. '나 먼저 원리(Me Principle)'라는 심리학 이론이 딱 들어맞는다.


다윈이 괴성으로 오디어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그의 동료 웰레스가 함께 Americano Exotica라는 나비를 찾아다닌다. 피지섬의 암초에 복수를 위한 다섯 용사가 모인 그곳, 버터플라이 리프다. 신비로운 중앙 암초 주변의 움직이는 물결 따라 날개가 날아갈 듯 물속을 어울거린다.



이 하나로도 충분히 영화에 빠졌다. 타셈 싱 감독 또한 판타지를 재현할 수 있는 자연의 현상들을 그대로 사용하려고 했다.


세계 각 곳의 신비로운 자연을 그대로 보여주는 많은 장면들이 N차 관람으로 이끌만하다. 다채로운 원색의 장면들이 황홀하다. 색깔과 구도, 전체를 아우르는 미장센이 엄청나다.


2024년 감독판으로 삭제되었던 장면들이 추가되었다지만 나는 2008년 국내 개봉 때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추가가 되었는지 모른다. 2008년 당시 순전히 한국어 제목이 매력이 없어서 보지 않았다. 무작정 '판타지다!'하고 직설하는 제목은 영화도 보기 전에 흥미를 떨어뜨린다. 물론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더 폴: 디렉터스 컷'은 2024년 크리스마스에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조금 일찍 프리미어로 며칠간만 상영했는데 운 좋게도 연이틀간 흥분해서 보았다.


현실의 좌절과 갈등에도 결국 우리는 판타지로 살게 되는 것일까. 우리 각자의 현재 판타지는 무엇일까. 내가 빠져있는 문제와 갈등을 물 위에 떠올려 어떤 상상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다.


1920년의 현실과 연결되는 이야기 속 인물을 엮어 심리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아이의 순수한 욕망과 어른의 불안하고 두려운 갈등을 실현하려는 과정을 미세한 연기로 그리고 있다.


모두 복수를 향해 뛰어가지만 스스로의 다짐과 약속을 이루고자 최선을 다하며, 그러한 에너지를 분노와 지혜의 적절한 균형을 통해 보여준다.


아이의 해피엔딩과 어른의 포기엔딩의 접점은 어떤 것이 좋을까. 실제 영화의 엔딩보다 내가 상상하는 엔딩으로 영화를 맺어도 좋겠다.


상상력은 오롯이 자신만의 것이다.


정답 없는 세상의 판타지를 지어낼 차례다, 이제 바로 내가.



포스터 & 버터플라이 리프 사진 from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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