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담화 #월요일세시 #사실반소설반
2016년 9월 12일 오후 3시
한 남자가 통화 중이었다
"아니라니까~"
"진짜야 왜 그러는데?"
"그러니까 누가 그랬냐고"
"그런데 넌 왜 그러는데"
"진동으로 돼있었다니까"
"그러니까 미안해 나도"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잤다니까"
"술은 좀 마셨지 오래간만에 본 애들인데"
"어.."
"남자애들이야 고등학교 친구들"
"얘기했잖아"
"너가 기억 못 한 거잖아"
"말했어 분명"
"아니 너 잘못이 아니라 내가 잘못했다고 그러니까"
"문자 못 본 거. 집에 와서 바로 잔 거."
"그러니까 인정하잖아 내가 잘못했다고"
"지금 사과하잖아 그래서.."
"아니 태도라니.."
"답답해서 그런 거야"
"그 말이 아니잖아"
"화낸 거 아니고 사과하는 거야 진짜"
"..."
"아 나 오늘 진짜 너무 힘들다"
"그래 너가 더 힘든 거 알아"
"근데 나도 이해해주라 아직도 숙취가 남았는데"
"알았다니까"
"다신 안 그러고 전화 잘 할게"
"뭐가 항상 그래 내가"
"핑계가 아니라 진짜 몸이 힘들어서 그래"
"그 얘기가 왜 또 나오는데.."
"그때 끝낸 얘기잖아"
"그러니까 그 얘기가 왜 나와"
"그때랑 뭐가 같은데"
"그때도 분명 얘기 다 했고 미안하다 했잖아"
"그래서 너도 이해했잖아"
"왜 너 위주로만 생각하냐"
"아니..(한숨) 그 얘기가 아니잖아"
"내가 언제 이기적이라고 했냐"
"그게 그거랑 왜 같아"
"그런 의미 아니야 좀"
"화내는 거 아니래두!"
"아 정말 힘들다.."
"아니.."
"잠깐만 나 지금 전화 들어오거든"
"끊지 말고 잠깐만"
"네 대리님"
"잠깐 커피 마시러요"
"지금요? 네네 그러께요"
"아 그리고 대리님"
"고마워요"
"그런게 있어요 ㅎ"
"네에~"
"어 미안"
"여보세요?"
"여보세.."
"..."
"......"
남자는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자기 변명하기 바빴다
여자는 남자가 뭣을 중하는진 무시하고
자기 주장하기 바빴다
결국 남자는 담배를 들고 나갔다
전화가 다시 왔다.
마치 화난 사람 같이
부드들부드들.
남자는 또 부재중을 저질렀고
남자는 또 부재중을 대변했고
그렇게 제 2차 통화대전은 계속되었다.
03.
가끔 휴대폰없이
어찌 살았을까 싶을 때가 있다
전화는 분명 사람을 더 많이 만나게 만들었다.
만남의 행간이 사라졌고
우리는 늘 연결되어 있다고 착각시켰다
그로 인해 행간 사이의 개인사는 사라졌다
예전 만남과 만남 사이에는
분명 행간이 있었다
가끔 예전처럼
만남의 행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부재중통화는 넘나 무서운 것이고
통화중대기는 참으로 유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