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 생각에 잠겨서,
거리에 나오니 오늘의 내가 여전히 너무 멍청하다는 사실에 어딘가로 도망쳐야만 할 것 같았다. 어디든 가야만 했는데 사실 어디든 상관이 없어서 가까운 마트로 가 카트와 맴을 돌았다. 오늘은 모든 코너에서 욕망을 가지지도 가져서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카트와 나는 한 번 돌고 두 번 돌고 세 번을 돌았다. 이해할 순 없지만 이해 해보려고 했다. 도대체 당신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거요? 연기 수업이 성과가 있었는지 눈물이 멈추지 않아 금방이라도 대사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사람이 뜸한 가구 코너 거울들에 멍청이가 가득했다. 멸망해버릴걸. 그랬어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치없이 광어 우럭 서더리와 소주를 집어 들었다. 소주를 먹으려고 서더리를 산 것인지 서더리 때문에 소주를 집었는지 오늘의 내가 진짜 저것들을 욕망해도 되는지 저거라도 먹어야 멍청함을 다스릴 수 있는 건지.
무를 썰다가 무 써는 법을 잊어버렸음을 깨달았다. 취사병 시절이 희미해져 간다. 잊어버린 추억들을 누군가에게 들을 때면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졌는데, 언제부터인가 아 이 순간도 곧 잊어버리겠구나 싶어 굳이 집중하지 않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30대는 그런것인가? 누구나 그렇듯 내 10대는 멍청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때는 그런지도 모르고 살았다. 지금은 매 순간 멍청한데 어쩌지. 이미 오늘의 모든 것을 잊고 싶은데 지금 이 시기를 추억해야할 나이엔 무엇을 추억할 수 있을까.
오늘은 쓴다. 내일은 지울지 모르지만, 오늘은 써야하니 쓴다. 허리께 근육통이 오고 뜬금없이 눈물이 흘러도 내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적어도 1년에 한 번 오늘은 재확인 해야겠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잊지 않았음을 깨닫는 그런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