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와 기타
껍데기와 기타
그 하루는, 누군가에게 간신히 부고를 전하고, 다시 잠시 숨을 고르다 다시 간신히 부고를 전하며 보냈다. 그 날 저녁, 도저히 전화로 소식을 전할 수 없었던 가까운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꺼냈을 때, 긴 침묵 끝에 한 친구는 “그 형 그렇게 여행 좋아하더니 큰 거 한 방 간거네. 나는 그렇게 생각할래. 그 형 여행 간 거야, 나 죽은 뒤에 돌아올. ” 라고 말하곤 웃으며 껍데기를 입에 털어넣었다. 눈물 범벅이던 다른 이들 사이로 그 친구만이 빙긋이 그 형의 미소를 따라 짓고 있었다.
그리곤 정말로 그 형을 추모하는 그 어떤 자리에도 오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그 친구를 탓하거나 의아해 하지 못했다. 그 사이 친구는 그 형의 음악을 정리하고, 기록들을 모아 모두에게 나누었다. 친구는 늘 웃으며 형의 음악을 들었고 아무렇지 않게 형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친구가 울었을 때가 딱 한 순간 있었는데, 그것은 술에 취해 형이 남긴 기타를 잃어버렸을 때였다. 이미 그 형과 어울렸던 많은 이들이 천천히 멀어져 간 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