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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완 Nov 15. 2023

톨레도

오늘은 오전에 Toledo에 갔다가 Madrid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고속열차를 타고 Barcelona로 이동한다. 짐을 다시 꾸려서 챙겨놓은 뒤 호텔에서 조식뷔페를 자유롭게 하고 전세버스에 올랐다. 

스페인에 오면 무조건 간다는 곳이 Toledo라는데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 기대가 된다. 버스에서 내려 계단을 걸어 올라가니 도시가 보인다. 톨레도 구시가시는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골목골목에서 만나는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좋다. 오래된 건물인데도 도로도 깨끗하고 전체적으로 깔끔하다는 느낌이 든다.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가까워지는 Santa Iglesia Catedral Primada de Toledo 대성당! 이 성당과 도시 외곽에서 풍경을 보려고 온다고 한다. 성당은 유로입장이다. 대성당 맞은편에 티켓 판매소가 있다. 우리는 가톨릭여행사 패키지로 온 거라 가이드님이 알아서 다 해주셨다. 성당 안에 들어서서 감탄하기도 잠시... 화장실이 급해졌다. 다 같이 움직여야 하는 패키지여행의 가장 큰 단점이다. 가이드님께 이야기하니 나가면 다시 못 들어올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래도 당장 화장실이 급해 알겠다고 하고 성당 밖으로 나가려는데 현지인 가이드가 따라와 성당 문지기에게 사정 설명을 해주셨다. 감사하게도 화장실을 갔다가 성당에 다시 들어올 수 있었다. 

스페인은 관광명소를 여행할 때 반드시 스페인 현지인 가이드를 대동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우리 담당 가이드님이 스페인에 살고 있는 현지인이어도 무조건 스페인 국적의 가이드가 함께 해야 한다. 그래서 어제 Salamanca에서도 설명을 들을 때 현지인 가이드가 옆에 서 있었다. 모든 설명은 우리 담당 가이드가 하고 현지인 가이드는 옆에 서서 인원 체크하거나 누락되는 여행객들이 없는지 살펴봐주는 것 같았다. 


어쨌든 친절한 현지인 가이드님 덕분에 성당에 다시 들어와서 우리 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성당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성모님이 안고 있는 아기 예수님이 성모님 턱에 손을 대고 있는 조각상이 신기했다. 대성당 내부는 어두운 편인데 Transparente(트란스파란테) 제단만큼은 천장에 구멍을 뚫어 창문으로 들어오는 채광이 비춰주고 있다. 

성물실에 들어가면 다양한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제일 유명한 작품은 스페인의 3대 거장인 화가 엘 그레코의 El Expolio(그리스도의 옷을 벗김)이다. Toledo에서 그린 첫 작품이다. 엘 그레코는 그리스 크레타섬 출신의 사람인데 당시에 그리스 사람이란 뜻으로 엘 그레코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은과 금으로 장식된 Custodia(성체현시대)가 있다. 아래 4대 천사가 받들고 있는 모습이다. 무게만 180kg라고 한다. 

골목 곳곳을 다녀보면 Toledo 특산품인 검과 갑옷이 많이 보인다. 강철과 금속 세공품으로 중세시대까지 유명세를 떨쳤다고 한다. 여행객들이 검을 기념품으로 사가는 경우가 많은데 공항에서 반입이 안되니 눈으로만 즐겨달라고 가이드님께서 미리 언질을 주셨다. 골목마다 철제 검이나 투구 등 특이한 수제품들을 판매하는 곳이 많아 여행온 사람들은 집 안 장식품으로 사가고 싶을 듯하다. 

유럽은 골목을 걷다 보면 벽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이렇게 사자 조각을 만나기도 하고 이태리에서는 예수나 성모님 벽화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조각들이 가진 상징성이 있을 텐데 아는 게 많으면 보이는 게 많을 테고 그만큼 구석구석 돌아보는 재미가 더 커지리라. 매번 여행 갈 때마다 공부하고 가리라고 생각하지만 쉽지 않다. 자유시간에 Toledo에서 마주친 스타벅스... 유럽에까지 진출하다니 역시 스벅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코로나 터지기 직전에 이태리에 다녀왔는데 그때 당시 밀라노에 스타벅스 1호점이 생겼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다. 지금은 로마에도 생겼다고 한다. 커피의 자부심이 강한 이태리까지 손을 뻗다니... 개인적으로는 고유의 역사성을 자랑하는 유럽에 외부 문명이 들어오는 게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나와 단짝은 유럽에서 왜 스타벅스를 가냐며 쿨하게 패스해서 지나갔다.  

아쉽게도 시내 투어만 하고 Madrid로 넘어갔다. 한국에서 스페인 Madrid로 들어왔기 때문에 그때 잠깐 성지순례를 해서 점심식사만 하고 바로 역으로 이동한다. 한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맛이 괜찮았다. 그런데 유럽은 반찬 추가도 1유로씩 추가해야 한다. 식사 후에 고속열차를 타러 역에 갔다. 

공항처럼 보안검색을 하는데 캐리어를 열차칸에 들고 타기 때문에 칼, 가위 등 날카로운 물체는 절대 안 된다. 내 차례에 짐 검사하다가 갑자기 캐리어를 열라고 해서 진땀을 뺐다. 금지 물품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젓가락이 아마도 날카로운 물체로 보였나 보다. 그래도 무사히 열차에 탑승해 약 3시간을 달려 최종 목적지인 Barcelona에 도착했다. 8월 성수기인 데다 단체 인원이다 보니 두 팀으로 나눴는데도 도심에서 차로 30분 거리의 외곽 호텔에서 묵어야 한다. 

그동안의 피로를 풀고자 이 날은 호텔에서 쉬었다. 호텔 저녁식사가 꽤 맛있었다. 목욕하고 빨래하고 짐도 정리하고 침대에 앉아 있으니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밀린 일기를 쓰려고 노트를 꺼냈는데 2주 넘게 기록을 놓치는 바람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번 흐름을 놓치면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은 쉬면서 체력 보충하고 내일부터 Barcelona를 샅샅이 돌아다녀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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