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Santa Maria de Montserrat 수도원에 간다. Barcelona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카탈루냐 주 몬세라트 바위산에 위치한 성 베네딕트 교단의 수도원이다. 이 수도원은 순례객들 혹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성모님 발현지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880년경에 어린아이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과 천사의 노랫소리를 듣고 동굴에 갔는데 성모상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성모상을 보존하기 위해 11세기에 수도원이 설립되어 지금까지도 운영이 되고 있고 수사님들이 살고 계신다. 수도원 대성전에 가면 제대 위 뒤쪽에 검은 성모상(La Moreneta)을 보관하고 있다. 검은 성모상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화재 때문에 그을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방문객들이 하도 만져서 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몬세라트 수도원에 가면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데 만약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면 잘 선택해야 한다. 첫 번째는 검은 성모상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는 코스(방문객이 많아 평균 1시간 소요), 두 번째는 십자가가 있는 산 꼭대기 코스 도보로 다녀오기(편도 15~20분), 세 번째는 십자가의 길을 하며 성모님이 발현한 동굴에 다녀오기(편도 1시간), 네 번째는 몬세라트 미술관 관람(30분~1시간), 마지막으로 Escolania de Montserrat(에스콜라니아 소년합창단) 공연 관람(15분~30분)이다. 매표소에 가면 코스를 엮어서 다양한 상품으로 판매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무료였던 것 같은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재정상의 어려움이 있어 유료로 티켓 판매를 한다.
우리 교구는 다 같이 성당 옆 통로로 들어가서 계단을 올라 검은 성모상을 보고 구체에 손을 대며 각자 소원을 빌었다. 구체는 우주를 뜻한다고 한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미리 소원을 생각했다가 5초 안에 만지고 내려가야 한다. 시간을 지체하면 직원이 바로 눈치를 준다.
반대편 통로로 내려오면 다양한 방이 있다. 계단 내려와서 거의 바로 통로에 나무 창살이 있는데 한복을 입은 성모상과 아기 예수상이 놓여있다. 너무 신기했다. 가이드님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쉬울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소성당으로 이동했는데 WYD 순례자들이라 개별 미사를 드릴 수 있게 해 주셨다. 청년 성가와 함께 드리는 우리 교구만의 미사는 유럽 여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미사 중간에 전율이 일만큼 축복받은 시간이었다.
수도원 내 뷔페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메뉴가 정말 많고 다양해서 좋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이제부터 자유시간이다.
나와 단짝은 십자가가 있는 산꼭대기를 다녀온 뒤, 몬세라트 미술관을 다녀왔다. 8월 방학 기간을 맞이해 소년합창단 공연은 잠시 쉬고 있었다. 참고로 주일에 방문해서 미사를 드리면 소년합창단 공연을 무료로 볼 수가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미술관을 정말 잘 갔다고 생각한다. 한 공간에 다양한 검은 성모상들과 미술 작품들을 전시해 두었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입구로 내려가면 왼쪽이 미술관 입구이고 반대편인 오른쪽에 있는 소전시관에는 피카소 작품도 볼 수 있었다. 중앙에는 티켓 카운터와 소기념품 숍이 있다.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수도원에 있는 큰 기념품 숍에 들렀다. 검은성모상 팬던트가 있는 은팔찌를 하나 샀는데 너무 마음에 든다. 입구 쪽에 명동 길거리에서 파는 것처럼 상인들이 나와 있는데 우리는 치즈에 꿀 뿌려서 주는 디저트를 샀다. 리코타 치즈 식감에 꿀 섞인 맛이다. 전통 빵도 사서 먹어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빠듯했다.
단짝과의 사진도 남기고 몬세라트 성지순례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수도원 내에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도 있는데 다음에는 하루 묵으면서 여유롭게 돌아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