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값떤다

by 레이지보이

나는 타고난 성격과 가정환경 탓에 어디가서 나서거나 자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다보니 남이 그러는 것도 좋게 보지 않는다. 누군가 내 앞에서 그럴때마다 여지없이 마음을 접는 편인데 나는 또 나대로 내 마음의 그릇을 키우겠다 다짐하건만 이상하게 나이가 먹어도 싫은건 계속 싫더라. 나는 개인적인 표현으로 그것을 꼴값떤다 라고 표현하는데 지금껏 이만큼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그냥 한귀로 듣고 흘리면 되는 것을 이게 어렵네.


최근들어 주변 사람들의 신상의 변화들이 잦아진다. 안풀렸던 사람은 어느 순간 날개를 달고, 잘풀리던 사람들은 되려 가라 앉기도 하다. 뭐 주변만 그러겠나, 나또한 지나고보니 좋았던 시기, 힘들었던 시기가 명확히 나눠진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은 인생 전체를 관통한다. 기억해야한다. 인생사 새옹지마. 그래서 꼴깞을 떨 필요가 없다. 인생 어떻게 될 줄 알고.


재미있는 것은 내가 꼴값떠는 유형을 기피하다 보니 내 주변 지인들도 성향도 비슷하다. 끼리끼리 노는거다. 물론 그 중에 아닌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의 다른 좋은 장점들이 이를 상쇄하는 경우다. 꼴값은 잘나고 못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 사람의 타고난 성향과 살아온 배경, 더불어 주관적인 성취감에 근거한다.


한 지인은 나를 만나면 본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 자랑을 늘어놓는다. 예컨대 올해 매출추이와 목표달성률, 나는 알지 못하는 직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애사심을 이야기한다. 이 중에 내가 알아야 하는게 있을까? 나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게 있는걸까? 그저 각자 할 일들을 잘하고 잘살고 있으면 된거다.


꼴값은 잘난체나 자랑질과는 다르다. 꼴값을 해석해보면 경상도 말로 '깨춤춘다'는 표현과 비슷한데 깨와 춤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그 촘촘한 방정스러운 가벼움이 딱 맞아떨어진다. 참 내가 그렇다고 남의 기쁨을 내 슬픔으로 받아들이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이는 아니다. 당연하게도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좋은 소식들은 함께 술을 마시고 케익을 자르고 소리지르고 축하하고 기뻐한다. 그런데 그 성과나 좋은 결과에 본인 스스로 심취하여 자아가 비대해지면 그 한끗을 넘는다. 친구 두놈이 똑같이 축하할 일이 생겼어도 누군가에게는 진심, 누군가에게는 반심이 가는 본능적 이유가 그런게 아닐까.


이 인간 누가 자랑을 하거나 꼴값을 떨면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가면 그만인 것을 주절주절 길게도 써놨네 라고 생각 할 수 있겠다. 그게 그렇게 쉬운거면 비법을 알고 싶다. 아 사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런거다.


여튼 기억하자. 인생사 새옹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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