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버린 새를 구해주는 사람도 있잖니
왜 이번 주가 다사다난했냐면...
강의도 듣고 실습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고 운동도 하고 회식도 하고 사건/사고(내가 관련되지는 않았지만)도 났고 본의 아니게 방생(?)도 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머리 속도 복잡했는데 어쨌든 잘 버텨낸 것 같다.
여자 친구가 예전에 이 영상을 보내줬었는데 정신없게 흘러간 이번 주, 내 인내심이 잘 버텨준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실습 교수님의 귀농 이야기, 마케팅/브랜딩, 가공공장 만들기, 사업계획서 작성 등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실습 교수님의 귀농이야기는 예전의 이야기이긴 해도 농부 선배의 성공과 실패가 모두 담겨 있어서 참 귀중한 시간이었다. 비록 지금과 가격과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어떻게 운영을 준비하고 어떤 마음으로 앞길을 헤쳐나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숫자와 친해지지 않으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역시 나하고 무릎을 탁 쳤다. 다 성공한 줄 알았던 교수님이었는데 결국 자신은 실패했으며 다시 귀농을 한다면 잘 팔리는 작물 하나와 특수 작물 하나를 해서 리스크를 줄이겠다고 하셨다.
정말 농부와 경영자의 마음 두 가지를 갖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다.
마케팅/브랜딩 강의는 원래 나중에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원래 오기로 했던 강사가 펑크를 내는 바람에 갑자기 바뀌게 되었다. 그런데 그동안 왔던 외부 강사들보다 더 강의를 잘하시는 거다. '이게 무슨 일?' 이러고 놀라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대기업에서 식품 기획하고 만들고 하시다가 농협에 들어오신 거였다. 홍초를 개발하신 분이라서 그 비화도 얘기해주셨다. 다 반대하는 걸 자신이 해내고 나니 개발할 때는 팔짱 끼고 보던 팀장이 "거봐 잘될 거라고 했지"라고 하셨다고. (음... 네?) 그리고 홍초를 다이어트식으로 먹지 말라고, 먹으면 살찐다고 고백하셨다ㅋㅋ
어쨌든 포인트는 "잘 팔아야 한다"였다. "있는 건 다 팔고 안 판 데다가 판다." "안 팔리면 분석하고 개선해서 팔아야 한다." "10% 달라지면 9배의 고객들이 온다." "자기가 원하는 거 팔면 망하고 고객이 원하는 거를 팔아야 한다." 등등 명언을 많이 남기고 가셨다. 쉬어 보이지만 직접 행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그래서 뭐든지 주의 깊게 관찰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만들어서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공공장 강의도 재밌었다. 내용은 사실 현재 그렇게 필요성을 느끼는 내용은 아니었다. 재배를 시작도 안 했는데 가공은 너무 먼 일이다. 그리고 돈도 참 많이 든다. 그런데 강사 분이 너무 재밌었고 그래서 기억에 남았다. 참 강의를 잘하시더라.
"인생은 영업."이라는 모토를 갖고 계셨는데 아직 목이 좀 뻣뻣한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좀 뜨끔했다. 본인은 자존심은 집 냉장고에 넣어두고 온다고 했다. <아부의 왕>이라는 영화를 꼭 보라고, 인생영화라고 하셨다. "암요~ 그럼요~ 별말씀을요~" 이렇게 세 문장을 사람들을 대할 때 하라고. 그리고 "아~" 한마디 감탄사로 사람들과 관계를 잘 쌓으라고 했다. 일종의 처세술일 수 있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태도인 것 같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인간관계를 함에 있어서도 상대를 정말 존중하기 위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태도처럼 느껴졌다.
해썹이나 가공공장에 대한 내용도 물론 알려주시기는 했다. 하지만 공장을 하게 되면 큰돈을 움직이고 허가도 많이 받아야 하고 또 사람들과도 함께 협업을 해야 하다 보니 태도와 마인드에 대한 부분에 대해 더 강조하지 않았나 싶다. 아부의 왕이라는 영화, 나중에 한번 찾아서 봐야겠다.
사업계획서 특강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앞으로 여러 번 더 하게 될 예정이다. 강사님은 계획서를 쓰기 전에 스스로 어떤 상태인지, 어떤 것들이 준비되어있는지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계획서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본인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가야겠다는 것을 정리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강사님은 어떤 사이트들을 중점적으로 찾아봐야 하고 이 사이트에서 어떤 것들을 봐야 하는지 직접 눈으로 보게 해 주었다. 마음속으로는 해야지 해야지 하며 미루고 있었던 내용이었는데 직접 보여주셔서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내가 너무 게을렀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어떤 것을 잘 봐야 하는지 좀 답답한 부분이 있기는 했다. 그리고 이것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알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강사님이 그 부분까지도 콕 집어서 얘기해주시면서 족집게처럼 알려주시니 이 부분이 너무 좋았다. 누가 내 마음을 스캔해서 그 답만 골라온 느낌이었다.
한 번 쭉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자신이 생겼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았나.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겠지만 그래도 사업계획서를 잘 써서 한 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이번 주에는 방울토마토 관리, 딸기 모종은 추가 정식, 비료 결핍 실험 준비, 고추 수확, 고구마 수확, 적무 재배 시작 등의 실습을 진행했다.
실습을 많이 하긴 했지만 현장농가를 다녀와서 그런가 참 손쉽게 뚝딱뚝딱 일을 해낸다. 사실 여럿이서 함께하다 보니 일이 정말 적기도 하다. 현장농가에서 정말 말도 안 되게 일이 많았기 때문에 실습은 정말 새발의 피도 안 되는 수준으로 느껴진다ㅋㅋ (많이 컸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방울토마토가 작고 맛없던 이유는 수분이 안되어서였다. 씨도 없고 크기도 작아서 상품성이 없다. 벌을 사 온다고 하시긴 했는데 그때까지 실습을 잘 진행하기 위해 호르몬제인 토마토톤을 뿌려주었다. 사실 호르몬제는 안 쓰는 게 좋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 토마토 톤은 인체에 나오지 않는 성분이라서 만에 하나 흡수하게 되고 몸에 축적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잘 씻어 먹기도 해야겠지만 건강한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장농가 실습 이후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헬스장에서 코어 근육도 키우고 기구 운동도 했다. 러닝도 했는데 몇 번 안 했지만 점점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물론 그에 비례해서 피로도가 늘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졸음도 많이 쏟아져서 큰일이다. 졸업 전까지 열심히 운동을 해보려고 한다.
조원들과 재미로 탁구도 쳤다. 오른 어깨는 수술을 했기에 휘두를 수 없어서 이제 왼손으로 탁구채를 쥔다. 하다 보니 조금씩 늘어간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완전히 새로운데 또 배우고 익혀가는 게 재밌다. 이따금씩 이렇게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주 갑자기 풋살을 한다고 해서 설렜는데 갑자기 교수님 호출로 인한 회식이 잡혀서 못했다. 너무 아쉬웠다. 회식은 그 나름의 순기능도 있지만 MBTI가 I로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소셜 활동이 참 힘들다. 다음 주에 또 풋살을 한다고 하는데 집에서 풋살화를 챙겨가야겠다. 재밌을 것 같다. 다만 체력을 너무 써서 무리가 안 갔으면 좋겠다. 아직은 저질체력이니ㅠㅜ 그리고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해야지.
걱정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다. 운동 열심히 해야지. 꾸준히.
금요일, 수업이 다 끝나고 조원들과 함께 충남 예산으로 갔다. 예전에 기초교육 때 특강을 오셨던 물조리 자리의 김도혜 대표님을 만나러 갔다. 김도혜 대표는 양대파라는 신품종을 개발하여 특허를 내고 브랜딩을 열심히 해서 현재는 대형마트 및 마켓컬리에도 납품을 하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다.
어려운 길을 묵묵히 본인의 힘으로 걸어온 부분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강의를 들었을 때도 물론 느꼈었지만 이렇게 직접 견학을 가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것들에 대해 물어보고 나니 정말 당차고 단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이 농부이긴 했지만 당진에 홀로 나와서 본인의 업을 일군 케이스라서 현재 아무 배경도 없이 귀농하려고 하는 나에게 정말 큰 귀감이 되었다.
우리는 꽤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서로 응원하며 헤어졌다. 귀중한 시간을 내준 대표님에게 참 감사했다.
금요일에 수업이 끝나고 견학을 가기 전에 잠시 숙소에 들렀는데 기숙사에 새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정말 3층에 새가 길을 잃고 날아다니고 있었다. 한쪽으로 몰아서 창문을 열어보니 방충망이 고정식이라 새가 나갈 구멍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잡아서 1층까지 데려와서 내보내기로 했다. 비닐봉지에 몰아넣어서 내보낼까 했는데 계속 실패하는 바람에 새가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손으로 잡기로 했다. 추격전 끝에 다행히 포획에 성공했지만 계단을 내려가는 길에 바깥 풍경을 본 새가 갑자기 손을 뿌리치고 탈출에 성공, 2층에서 다시 추격전을 해서 붙잡았다. 이 과정에서 꼬리 부분의 깃털이 몇 가닥 뽑히긴 했지만 이번에는 잘 잡아서 1층에 놓아주었다.
정말 이게 무슨 일... 정말 별일이 다 있다.
무튼 잘 살아야 돼 박새야. (제비가 아닌 게 조금은 아쉽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