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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츤츤 Nov 27. 2022

인연은 신기하고 사람은 소중해

영암 e좋은무화과영농조합 방문기

드론 실습 강사님의 친구분이 삼촌의 무화과 농장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견학을 갈 수 없는지 소개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감사하게도 시간을 내어주셔서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미리 지도에서 찾아봤을 때도 크다고 생각하긴 했었는데 도착해서 직접 보니 부지, 창고 등 규모에 놀라울 정도로 컸다. 대표님에게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규모가 이해가 됐다. 무려 50여 농가가 모인 엄청난 규모의 조합이었다. 소매는 안 하고 도매로만 한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SSG, 현대백화점, 롯데마트, 코스트코 등에 납품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코스트코에서 파는 무화과는 전량 여기 거라고ㄷㄷㄷ


농부님이자 대표님은 원래는 건설업에 종사하시다가 15년 전부터 무화과 농사를 짓기 시작하셔서 영농조합, 유통업까지 함께 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농부들이 서로 좋은 게 있으면 감출 게 아니라 함께 공유하고 같이 잘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나름의 철학을 알려주셨다.

깊이 공감되는 말이었다. Giver가 승자가 된다고 했던 연구결과도 있었고 실제로 살아오면서 느낀 부분이기도 했다. 다정함이 늘 이기고 승자-승자의 구조를 만들어야, 함께 잘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잘 된다고. 다른 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농업은 서로 도와가며 정보도 공유하고 노동력도 나눠가며 함께 키워가는 거라 공동체의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대표님의 말씀이 더욱 귀감이 되었다.


대표님은 시설재배와 노지재배뿐만 아니라 조합을 관리하고 계셨다. 다른 농가들에게 컨설팅이나 재배 매뉴얼 배포, 유통 업체 영업 등 다양한 일을 하고 계셨다. 바깥일은 대표님이 하시고 사모님은 포장, 서류 등 내부 작업을 도맡아서 분업으로 일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하나만 봐도 열을 안다고 했다. 시설 하우스, 노지, 작업장과 사무실 모두 엄청 깨끗했다. 심지어 트럭도. 대표님의 성격도 강단이 있으시면서 딱 깔끔 그 자체여서 참 멋있었다.


태풍에도 날아가지 않는 하우스. 천창과 측창으로만 온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작기가 끝나서 무화과는 많이 달려있지는 않았다.
양액/관수장치와 강우, 온도센서 정도로 기계 장치가 많지 않았다. 자동관수와 하우스 측창/천창을 자동으로 열고 닫기만 하면 된다.
노지 재배 시 작업 용이성을 위해 통로를 잘 만들어둔 게 참 좋았다.
가지의 유인에 따라 나무의 수형이 일자형, 십자형, 왕관형을 만들 수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듯.
수확이 끝나면 전지를 해 다음 해에 다시 키우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리고 자른 가지와 열매, 잎은 파쇄하여 다시 밭에 거름으로 준다고 한다.

무화과나무는 첫해부터 무화과를 키워내긴 하지만 수확량이 많지는 않다고 한다. 유튜브에서는 첫해부터 수익을 낼 수 있다고는 하는데 사실상 그렇게 하기는 나무가 많이 힘들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대표님은 첫해에는 자기 밭의 나무를 키우고 다른 농가들에 가서 일을 돕고 배워가면서 하는 게 나을 거라고 얘기해 주셨다.


무화과는 그리 어렵지 않은 작물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노동이 필요한 작물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많이 남으니 다른 곳에서 일을 더 하면서 배우고 일해도 된다고 했다. 물론, 내 나무가 잘 큰 이후부터는 좀 더 신경 쓸 일이 많겠지만.


다 팔고 남은 게 몇 개 없지만 그래도 조금 나눠주셨다. 이렇게 큰 무화과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나중에 또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셨는데 참 감사했다. 이렇게 많이 알려주고 자세히 알려준 건 내가 처음이라고 하셨다.

아마도 열심히 준비하고, 질문하고 메모하고 했던 모습을 예뻐해 주셨던 것 같다.

참 소중하고 감사한 경험이었다. 인연은 신기하고 사람은 소중한 것 같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목포에 들러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2018년 여름, 함께 목포에서 한 달 살이를 하며 무화과를 먹으며 신기해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무화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줄이야.

인생은 길고, 미래는 모르고, 사람과 인연은 소중하다.

과거를 돌아보면 참 불안했지만 우리는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다.

역시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 같다.


아, 무화과는 참 언제 먹어도 맛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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