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귀농산어촌센터 교육 참가 후기
카톡!
예전에 전라남도 귀농산어촌 종합지원센터 카카오 채널을 추가해놨었는데 까먹고 있었는데 청년 특강을 한다고 홍보 카톡이 왔다.
겨울이고 연말이다 보니 사실 농가 방문을 가기도 뭐하고 귀농을 위해 필요한 교육이 뭐가 있을까, 준비할게 또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다.
이제 곧 청년 창업농 선발도 얼마 남지 않아서 정말 어떻게 살 것인지, 사업 구상, 계획 등을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좋은 교육인 것 같아서 냉큼 신청을 눌렀다.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면 이러한 교육 및 각종 소식도 받을 수 있고, 상담도 가능하다. (추가해놓길 잘했다.)
교육신청은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정보도 잘 정리되어 있다. (자주 봐야 하는데 잘 안 보게 된다.. 정신 차려ㅠ)
원래 귀농 귀촌 교육은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 청년이라고 해도 은퇴한 중장년 분들도 함께 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교육은 대놓고 만 40세 미만을 대상으로 모집한 교육이었기에 가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생각은 맞았다.
교육은 크게 선배 귀농인의 사례 듣기, 귀촌인 사례 들어보고 체험활동, 귀농정책 안내 이렇게 세 가지로 이뤄졌다. 귀농 선배, 귀촌 선배님들은 준비는 다들 오래 하셨지만 작년에 바로 귀농 귀촌을 하신 분들이었다. 정말 바로 반발짝 앞선 선배들의 이야기다 보니 정말 피부에 와닿았다.
먼저 "시골과 작은 농부"라는 브랜드로 전남 담양에서 패션후르츠(백향과)를 키우는 조명현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3시간 동안 그가 살아온 이야기와 어떻게 농사를 준비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나이는 26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귀농 선배로서 본받을 점, 배울 점도 많았고 인생을 살아온 그 태도가 본받을 점이 많았다. 자신이 마음속으로 정한 것을 실천에 옮겨온 것이, 결과로 보여준 것이 좋았다. 분명 그 과정에서는 많이 흔들리기도 했을 것이고 어려운 일도 있었겠지만 최선을 다해 결과로 만들어 온 그의 인생이 무척이나 단단해 보여서 좋았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조명현 대표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져서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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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거지만 사업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모든 게 다 그렇다. 사람을 믿을 수가 없는 것 같다. 모든 것에 증거를 남겨야 한다. 문서와 녹음 등으로. 워낙 이상한 사람들이 많고 생떼 쓰는 사람들이 많다. 말도 안 되는 민원을 넣어놓고 그 민원 내가 넣었으니 돈 주면 취하한다고 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물론 그냥 내버려 둔 건 아니고 군청에 가서 난리를 치고 군수랑 이야기해서 해결했다고. 착해 보이면 호구로 보여서 다들 사기 칠 생각만 하는 것 같다. 정직과 양심에 기대하는 건 너무 느슨한 생각이다. 강력한 법과 시스템으로 사기 칠 수 없도록 바꿔야 하는 세상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얘기는 언제나 나온 거 같은데... 옛날보다 더 악랄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는 건 내 생각뿐인 건가. 영웅은 영화에만 있나 보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구례로 귀촌 한 김규원 조향사 님에게 귀촌 이야기를 들었다. 구례가 너무 예쁘고 그곳의 자연이 좋아 한옥집을 구매, 리모델링하여 "예유당"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집 겸 작업실 겸 공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귀촌을 결심한지는 7년, 마음에 드는 집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려서 실행에 옮기는데 늦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제 1년이 되어가는 중인데 아주 만족한다고. 특히 향을 계속 대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자연과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도 일은 서울에 많기 때문에 4일은 서울에서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3일을 구레에서 본인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텃세가 있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물론 다 좋은 건 아니긴 했지만 대체로 잘 대해 주시고 정으로 생각되는 부분이 많아서 이웃들과 잘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고 한다.
귀촌살이의 장점은 더 있었다. 수도권에서는 창업팀이 많고 대부분 ICT를 활용한 벤처 창업이 많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창업과 관련된 지원 사업을 받기가 수월했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의 사업을 꾸려나가는데 더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경쟁률이 거의 없었다고. 물론 자연환경이 너무 좋아서 본인에게 맞아서 간 것이 먼저지만 말이다.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조향사 님의 클래스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아로마 테라피를 위한 향기 액을 만드는 것이었다. 향수로도 방향제로도 뿌릴 수 있는 천연 향수였다. 조향사 님이 골라서 가져온 최상급의 라벤더, 베르가못, 파츌리, 클라리세이지, 제라늄 5개의 향 원액을 시향 하고, 그중에 본인이 좋게 느끼는 향 3개를 골라 원하는 대로 총 100방울을 모은 후, 향이 더 잘 나도록 도와주는 조향제를 섞으면 끝이었다. 과정은 간단해 보이지만 어떤 향이 어떤 곳에 좋고 어떻게 쓰이는지 잘 설명해 주셔서 흥미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특히, 한의학의 오행과 연관 지어서 향을 풀어주셔서 더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다. 나는 라벤더, 파츌리, 제라늄을 위주로 향을 모으고 클라리세이지는 5방울만 넣어서 만들었다. 향이 아주 좋아서 놀랐다. 잘 섞이는 데에는 2주가 걸리는데 2주 후에 집에도 많이 뿌리고, 잘 뿌리고 다녀야겠다.
구례에 놀러 가면 체험을 하러 가봐도 좋을 것 같다. 비쌀 것 같긴 하지만 그만큼 좋은 체험이 될 게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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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전남도청과 나주 농업기술센터에서 주무관님들이 나오셔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들에 대해 알려주셨다. 당장 귀농을 한 상황이 아니다 보니 아직은 시기상조인 정책들이 많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다양한 정책들이 있고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택하여 결심, 결정을 하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만 열심히 잘하면 될 것 같다.
교육이 끝나고 선물을 가져가라고 하셔서 들어보니 무거웠다. 집에 가져와서 열어보니 주방 세제와 세탁세제 등이 여럿 들어있었다. 내가 필요해서 교육을 들었는데 선물을 한가득 받아온 느낌이라 감사하기도 하고 뿌듯했다. 아침 일찍부터 해가 질 때까지 이뤄진 교육이니 길긴 했다.
원래 이런 교육들은 각 지역에서 집합교육이 이뤄지곤 하는데 서울센터에서 열려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귀농 귀촌 정책의 핵심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정착민 유입에 있다 보니 그런가. (지방 소멸과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는 다른 글에서 집중 조명해 봐야겠다.)
지역에서 이 교육을 듣기 위해 새벽기차를 타고 올라오신 분들도 있었다. (대단)
나는 환승의 축복을 받아 아침에는 30분 만에, 돌아갈 때는 축복을 받지 못해 1시간 만에 집에 왔다. 양재 aT 센터가 멀다고 느꼈었는데 심리적 거리감이 줄었다. 다음 주에는 센터에 직접 상담을 받으러 가봐야겠다.
이제 조만간, 12월 중으로 청년 창업농 지원이 시작되는데 빨리 사업 계획과 고민을 정리해 봐야겠다.
고민만 하지 말고 시작을 하자. 아자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