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제집 100개보다 이 방법 하나: T.P.S.D
프롬프트 그만 베끼고, 니껄 만들자
예제집 100개보다 이 방법 하나: T.P.S.D
프롬프트 예제란 예제는 다 긁어모았다.
"ChatGPT 200% 활용법",
"업무 효율 10배 프롬프트",
"실리콘밸리 테크 브로들의 비밀 프롬프트"...
제목만 봐도 가슴이 뛰었다.
첫 번째 시도: 미국 테크 브로의 "Ultimate Business Prompt"
결과물을 보는 순간 뿜었다.
"팀원 여러분! 이번 분기엔 이 판을 뒤엎을 (GAME-CHANGING) 전략으로 아주 그냥 (absolutely) 작살냅시다 (CRUSH)! 우리가 이 시장의 **진정한 (real) 대빵 (BOSS)**이라는 걸 모두에게 똑똑히 (show everyone) 보여줄 겁니다! 이 혁신적인 접근 방식은 마케팅에 대한 사람들의 고리타분한 (how people think about) 생각을 완전히 갈아엎을 (REVOLUTIONIZE) 거예요! 가즈아아아아! ���"
...뭐야 이거.
우리 과장님한테 이런 보고서 올렸다간 "김대리, 약 빨았어? 정신 차려" 소리 듣고 끝날 것 같았다.
두 번째 시도: 일본 비즈니스 프롬프트 번역판
이번엔 좀 점잖아 보이는 걸로 골랐다.
"귀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패러다임의 재구축과 관련하여, 다각도적 접근법을 통한 시너지 창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본 보고서는 귀중한 스테이크홀더 여러분의 가치 극대화를 위한..."
읽다가 잠들 뻔했다. 이게 무슨 주문서야?
더 큰 문제는 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발표하다가 "김대리, 그래서 뭐 하자는 거야?"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세 번째 시도: 한국 유튜버의 "대박 프롬프트!"
썸네일에 놀란 표정으로 "이거 실화냐?"라고 적혀 있었다.
"여러분~ 이거 진짜 미쳤어요~ AI가 이렇게까지 써준다고요? 와~ 진짜 소름 돋았어요~ 여러분도 꼭 한번 써보세요~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은 사랑입니다~"
내용은? 그냥 뻔한 소리를 신기한 것처럼 포장한 거더라.
결론: 남의 옷은 내게 안 맞더라
프롬프트도 결국 '상황'이더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랑 우리 회사가 같을 리 없고,
일본 대기업이랑 우리 팀 분위기가 같을 리 없잖아.
그래서 깨달았다.
프롬프트는 베끼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구나.
AI는 독심술사가 아니다
좌절감에 빠져 있던 어느 금요일 오후.
팀장님이 갑자기 물었다.
"김대리, 다음 주 마케팅 전략 발표 준비됐어?"
"아... 네...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거짓말)
주말 내내 AI와 씨름했다. 이번엔 다르게 접근했다.
프롬프트 예제를 찾는 게 아니라, AI한테 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렇게 시작했다.
"어린 시절에 저는 엄하신 아버지와 다정하신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첫 직장은..."
잠깐, 이거 자소서 쓰는 거 아니잖아?
다시 시도.
"제가 다니는 회사는 직원 200명 규모의 중견기업이며, 저는 입사 3년차로 마케팅팀에서 대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평소 저는..."
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면접 보는 것도 아니고.
"저는 MBTI가 ISFP이고, 평소에 창의적인 일을 좋아하며, 커피는 아메리카노를 선호하고..."
아니 이게 무슨 소개팅 앱이야?
그때 깨달았다. AI는 내 인생 스토리가 궁금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뭘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지'가 궁금한 거다.
삽질 끝에 패턴을 발견했다.
AI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낼 때는 항상 이 네 가지를 명확히 했을 때였다.
이 방법을 체계화했다. 이름은 T.P.S.D.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간단하다.
잠깐, TPSD?
TPO(Time, Place, Occasion)도 아니고
OOTD(Outfit Of The Day)도 아니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더더욱 아니고...
대체 뭔 개소리냐고?
그냥 내가 만든 거다. AI한테 '내 상황'을 설명할 때 빼먹으면 안 되는 4가지.
"보고서 써줘"라고만 하면 AI는 당황한다. 누구한테 보여줄 건데?
숫자에 민감한 상무님? → 데이터와 ROI 중심으로
디테일 좋아하는 과장님? → 실행 계획 구체적으로
바쁜 대표님? → 핵심만 한 페이지로
"우리 팀장님은 긴 글 싫어하고 비주얼 좋아해"
라고 말하면, AI도 그에 맞춰 생각한다.
똑같은 '마케팅 전략'이라도 목적이 다르면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다.
예산 따내려고? → 투자 대비 효과 강조
실패 변명하려고? → 외부 요인과 개선안 중심
성과 자랑하려고? → 숫자와 그래프로 도배
"다음 분기 예산 30% 증액 승인받으려고"
라고 하면, AI가 알아서 설득 포인트를 잡는다.
같은 내용도 스타일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상을 준다.
전문가처럼? → 전문 용어 적절히 섞어서
친근하게? → 일상적인 비유 활용해서
간결하게? → 불필요한 수식어 다 빼고
"너무 딱딱하지 않되 전문적으로 들리게"
라고 하면, AI가 그 균형을 맞춘다.
발표 자료인지, 이메일인지, 슬랙 메시지인지에 따라 구성이 달라진다.
PPT 발표? → 슬라이드별 핵심 메시지
이메일? → 두괄식으로 바로 결론부터
메신저? → 이모지 섞어서 부담 없이
"5분 발표용 슬라이드 3장"
이라고 하면, AI가 알아서 분량을 조절한다.
Before (예제 복붙 시절):
"지난주 마케팅 성과를 전문적으로 분석해주세요."
AI: "마케팅 성과 분석 결과, KPI 달성률이 향상되었으며,
전반적인 퍼포먼스가 긍정적인 트렌드를 보이고 있습니다..."
팀장님: "김대리, 그래서 뭐가 좋아졌다는 거야?"
After (T.P.S.D 적용):
"Target: 우리 팀장님 (숫자보다 '왜'를 중요시함, 긴 설명 싫어함)
Purpose: 지난주 캠페인 성과 공유하고 이번 주 방향 결정받기
Style: 핵심만 쏙쏙, 전문용어는 최소화
Delivery: 3줄 요약 + 주요 인사이트 1개
지난주 인스타 광고 성과 데이터: [데이터 입력]"
AI: "전환율 32% 상승했습니다. 20대 여성의 저녁 시간대 반응이 특히 좋았어요. 이번 주는 저녁 시간대에 예산 70% 몰빵하면 효과 극대화할 것 같습니다."
팀장님: "오, 명확하네. 그대로 진행해."
과장님: "김대리, 경쟁사 분석 간단히 정리해서 내일까지 줘."
Before라면 밤샐 준비를 했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Target: 우리 과장님 (경쟁사 견제 심함, 우리가 더 낫다는 걸 듣고 싶어함)
Purpose: 우리 제품의 차별점 부각시켜서 과장님 안심시키기
Style: 객관적인 척하면서 은근히 우리 편들기
Delivery: A4 한 장, 표로 깔끔하게
우리 제품: [제품 정보] 경쟁사 3곳: [경쟁사 정보]"
30분 만에 완성.
과장님 피드백: "역시 우리가 낫네. 잘했어."
신입: "대리님, AI로 보고서 쓰는 법 좀 알려주세요!"
예전 같으면 "그냥... 열심히 해봐"였겠지만.
"자, 들어봐. 프롬프트 예제 100개 외우는 것보다 이거 하나만 기억해.
누구한테(T) 왜(P) 어떤 느낌으로(S) 뭘 만들 건지(D)
이 네 개만 명확하게 알려주면 AI가 알아서 다 해줘."
신입: "와... 이거 완전 공식이네요!"
"공식 아니야. 그냥 생각하는 순서야."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AI가 만든 보고서로 칭찬받다 보니, 진짜로 보고서를 잘 쓰게 됐다.
처음엔 "전환율 최적화를 통한 퍼포먼스 개선"이 뭔 소린지 몰랐다.
그런데 계속 쓰다 보니 이해가 됐다. 아, 광고비 대비 구매가 늘었다는 거구나.
AI의 사고방식을 따라하다가, 내 사고방식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팀장님이 물었다.
"김대리, 요즘 뭐 공부해? 부쩍 늘었네."
"그냥... AI랑 친해졌습니다."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다.
사실은 AI한테 사고력을 외주 주면서, 동시에 사고법을 배운 것이다.
지금도 "완벽한 프롬프트 모음집"을 찾고 있다면, 그만두길 바란다.
남의 프롬프트는 남의 상황이다. 당신의 프롬프트는 당신이 만들어야 한다.
T.P.S.D는 프롬프트가 아니다. 프롬프트를 만드는 '사고의 틀'이다.
이 틀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딱 맞는 프롬프트를 만들 수 있다.
팀장님이 갑자기 "김대리, 이거 정리 좀 해줘"라고 해도 과장님이 "내일까지 보고서 필요해"라고 해도 대표님이 "5분 안에 핵심만 브리핑해"라고 해도
당황하지 않는다.
이 네 가지만 떠올리면 된다.
다음에 AI 쓸 일이 생기면
프롬프트 예제 검색하지 말고
T.P.S.D 네 가지를 먼저 정리해라
그걸 AI한테 그대로 말해라
나온 결과물의 80%는 쓸 만할 거다
나머지 20%? 그게 바로 당신의 몫이다.
AI는 당신의 뇌를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의 뇌가 '더 똑똑해 보이게' 만들 수는 있다.
그리고 '똑똑해 보이는 게' 반복되면? 진짜 똑똑해진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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