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성사진이 도시를 구한다
AI가 많은 걸 바꾸고 있다. 그림도 글도 정보도 코딩도,
이제 하다못해 정말 쓸데없어 보이던 SNS의 게시물까지 쓸모있게 만들고 있다.
알렉스 퍼거슨 경이 드디어 틀릴 때가 온 건가?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 인생에는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맨유의 전설이 2011년에 했던 이 말. 한동안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
솔직히 맞는 말이었다. 점심 뭐 먹었는지, 카페 분위기 어땠는지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런데 말이다.
내가 올린 도시 풍경 사진. 흔히 말하는 그 '갬성사진'이 드디어 쓸 데를 찾았다. 내가 찾은 건 아니고, 미주리 대학 박사님들이 말이다.
2025년에 발표된 논문이 하나 있다. 제목이 좀 길다.
"Urban sentiment mapping using language and vision models in spatial analysis".
번역하면 "언어 및 비전 모델을 활용한 공간 분석에서의 도시 감정 매핑" 정도?
이 연구진이 뭘 했냐면, 간단하다.
미주리 컬럼비아 도심, 여의도 절반 크기 정도 되는 곳에서 7년간 올라온 인스타그램 게시물 47,107개를 싹 긁어모았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그리고 AI 3개를 풀었다.
BERT라는 놈은 구글이 만든 언어 AI인데, "여기 진짜 좋아 근데 좀 그래" 같은 애매한 캡션도 정확히 해석한다. '근데'라는 역접 접속사 하나로 전체 감정을 파악하는 식이다.
PSPNet은 거리 사진을 픽셀 단위로 쪼갠다. 이 부분은 나무 15%, 저 부분은 도로 35%, 이런 식으로.
Mask R-CNN은 더 디테일하다. 그냥 "사람이 있다"가 아니라 "3명이 벤치에, 2명이 걷고, 자전거 4대" 이렇게 센다.
그래서 뭘 발견했냐고?
나무가 많은 곳일수록 인스타그램 캡션이 긍정적이었다.
상관계수 +0.16. 효과는 있지만 생각보다 약했다.
오히려 보도블럭(Sidewalk)이 진짜였다.
상관계수 +0.44. 걷기 좋은 인도가 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더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펜스는 정반대였다.
상관계수 -0.47. 철조망과 출입금지 표지판이 많을수록 부정적 감정이 늘었다.
제일 충격적인 건 하늘이었다. 하늘이 너무 많이 보이면 오히려 부정적 감정이 폭발했다.
상관계수 -1.00. 완벽한 음의 상관관계다.
왜? 연구진 말로는 "노출감과 무방비 상태" 때문이란다.
나무나 건물 없이 하늘만 덩그러니 보이면 사람들은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광장공포증이랑 비슷한 원리란다.
(근대 그냥 우울해서 하늘 사진 올린 거 아닐까? 박사님들 그러신적이 없으신가보다. )
COVID 때는 더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2019년엔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핫스팟이 12개였다.
2020년, 락다운 때는? 6개로 줄었다. 절반이 사라졌다.
대신 부정적인 곳은 3개에서 11개로 늘었다.
그런데 2021년, 제한이 풀리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긍정 핫스팟이 25개로 폭발했다(99% 신뢰수준에서는 17개).
근데 부정 지역도 29개로 늘었다. 도시가 양극화된 거다.
좋은 곳(공원, 나무 많은 곳)은 사람이 몰려서 더 활기차졌고,
나쁜 곳(펜스, 콘크리트)은 더 외면받아서 황폐해졌다.
도시 계획가들은 원래 3년에 한 번 설문조사를 한다.
"이 지역 만족하십니까?"
"네"
73%가 만족한다고 답한다.
근데 젊은 층은 계속 빠져나가고 상권은 죽어간다. 뭔가 안 맞지 않나?
사람들은 설문에 거짓말을 한다. 아니, 자기도 모른다. 자기가 뭘 불편해하는지.
근데 인스타그램은 다르다. 무의식적으로 올린다. 가식이 없다.
매일 수만 개씩 올라온다. AI가 이걸 분석하면? 실시간으로 도시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오늘 당신이 올린 카페 창밖 나무 사진, 회색빛 거리 사진, 텅 빈 광장 사진. 이게 다 데이터다.
다음 달 가로수 심기 계획에 반영되고, 내년 도시재생 사업 우선순위를 정하고,
5년 후 우리 동네 모습을 바꾼다.
알렉스 퍼거슨 경.
2011년엔 당신이 맞았습니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라고 하셨죠.
당신은 트위터를 콕 집어 말씀하셨지만, 만약 인스타그램도 보셨다면 아마 같은 말씀을 하셨을 겁니다. "사진 올리는 것도 인생의 낭비다"라고.
하지만 2025년, AI 시대에는 다릅니다.
인생의 낭비조차 빅데이터가 되고, 빅데이터는 도시를 바꾸고, 바뀐 도시는 우리 삶을 바꿉니다.
그러니까 마음껏 올리세요. 당신의 갬성사진. 누군가는 여전히 낭비라 하겠지만, AI는 그 속에서 우리 도시를 더 살기 좋게 만들 단서를 찾고 있으니까.
빠진 재미있는 내용들:
자전거(Bicycle): +0.26 긍정 상관관계 - 자전거가 있는 곳이 긍정적
사람(Person): +0.35 긍정 상관관계 - 사람이 많은 활기찬 곳이 긍정적
가로등(Streetlight): -0.33 부정적 - 인공조명이 과하면 부정적
간판(Signboard): COVID 중에 -0.60에서 +0.74로 극적 변화!
도로(Road): -0.23 부정적 - 차량 중심 공간은 부정적
건물(Building): -0.12 약한 부정
간판의 극적 변화: COVID 전에는 간판이 시각적 공해로 여겨졌는데(-1.59), COVID 중에는 오히려 긍정적(+0.74)으로 바뀜. 이유는? 락다운 중에 상업 활동이 있다는 신호가 반가웠을 수도.
도로의 변화: COVID 후 도로의 부정적 영향이 거의 소멸되어 통계적으로 무의미해짐(-0.03). 아마도 교통량 감소가 주요 원인일 것.
참고문헌
Aman, J., & Matisziw, T. C. (2025). Urban sentiment mapping using language and vision models in spatial analysis. Frontiers in Computer Science, 7, 1504523. https://doi.org/10.3389/fcomp.2025.1504523
출처: 이 글은 미주리 대학교 Jayedi Aman과 Timothy C. Matisziw 교수가 2025년 Frontiers in Computer Science 저널에 발표한 "Urban sentiment mapping using language and vision models in spatial analysis"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연구진은 미주리주 컬럼비아시 도심 지역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47,107개(2015-2021년)를 BERT, PSPNet, Mask R-CNN 등의 AI 모델로 분석하여 도시 환경과 시민 감정 간의 관계를 밝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