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icial Kes Dec 09. 2022

파울루 벤투의 4년을 지켜보며

한국 축구 관찰기: 벤투의 시작

    카타르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지만 한국의 여정은 지난 월요일 끝을 맺었다. 4년이라는 준비 기간을 2주라는 기간 혹은 3번의 90분 안에 보여줘야 하는 무대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우리는 16강에 진출하여 월드컵 무대에서 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벤투의 업적을 폄하하고 정확히 그가 남긴 유산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모습은 사실 한국 축구가 어떻게 발전되어왔고 혹은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어있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나라고 한국 축구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축구팬으로서 지난 4년간 벤투의 성과와 내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주도적인 축구의 시작


    카타르 월드컵 16강이라는 위업보다도 중요한 것은 벤투가 주도적인 축구의 시작을 열었다는 것이다. 지난 월드컵에서 우리는 2002년 4강 한 번, 2010년에 16강 한 번을 진출했다. 늘 축구 변방국으로 수비 위주의 전술을 선택하였고 주도권 없는 축구를 해왔다. 약체팀으로서 이런 전술을 선택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 경기를 두고 봤을 때는 좋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한 가지 전술을 선택한다면 발전이 없을뿐더러 상대방에게도 이미 간파당한 채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했느냐고 물어본다면 토너먼트 진출 횟수를 보면 정답은 나와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는 다른 방식이 필요했고 유럽에서 감독 커리어를 쌓아온 벤투를 선임하여 한국 축구는 새로운 색깔을 주입하기로 했다. 우리는 더 이상 라인을 무작정 내리지 않고 본선 무대에서 대등하게 싸웠으며 점유율을 비슷하게 가져가며 상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우루과이 전은 세계 무대에서도 상위권으로 볼 수 있는 미드필더 진을 앞에 두고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우리가 위기를 당했던 장면은 세트피스의 고딘의 헤더 그리고 발베르데의 중거리 포 같이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모습에서만 나왔을 뿐 팀으로서는 우리가 더 훌륭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늘 첫 경기가 어려웠던 우리지만 지난 18년 러시아 월드컵의 스웨덴전의 악몽을 말끔하게 지웠주었던 경기였다.



2. 빌드업 축구? 점유율 축구!


    벤투 축구를 빌드업 축구라고 명명했던 것은 우리 한국이 얼마나 축구에 대해 무지한지 보여주는 단 적인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국가대표 경기나 특출 난 스포츠 스타에는 관심이 크나 전반적인 축구의 수준을 볼 수 있을 국가 리그나 축구 경기장 밖의 인프라, 협회, 유스 시스템 등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고 볼 수 있다. 모르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나 이런 차이로 인해서 지나치게 높은 기대감으로 그에 미치지 못하는 퍼포먼스를 보이면 각종 비난을 일삼는 모습은 분명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다. 허나 문제의식의 부재하여 이러한 모습은 해를 거듭할수록, 아니러니 하게도 손흥민, 김민재 같은 선수가 커리어 하이를 찍어갈수록 요지부동인 리그 수준의 정체와 부족한 인프라 및 행정력으로 점점 의미없는 비난이 심해져가고 있다. 이런 악플러들을 보통 fc코리아라고 새로 명명할 정도로 그 수가 적지 않음을 말해줄 뿐 더러 실제 축구 문화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이들이 비난할 때 사용하는 빌드업 축구가 무엇인가?


    먼저 빌드업 축구는 존재하는 단어가 아니다. 빌드업은 축구의 부품과도 같은 것으로, 굳이 빌드업 축구라는 용어를 햄버거의 비유하자면 패티 햄버터 혹은 번 햄버거라고 말할 수 있다. 빌드업이란 자기 진영에서 상대 진영을 공을 이동시키는 프로세스를 지칭하는 것이고 그 방식을 간결한 패스로 진행하냐 롱패스로 진행하냐 등 패스로 이야기할 수도 있고 미드필더 진을 어떻게 활용할 건지 아니면 어떤 수비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 수 있다. 이런 작업은 모든 축구 경기에 존재하며 감독에 따라서 그 방식도 상이하다. 비단 벤투만의 이야기도 아닐 뿐더러 그런 작업에 단순히 축구라는 단어를 붙여서 이야기하는 것도 틀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 빌드업이라는 말을 축구에 붙여 이야기했고 그것이 그대로 굳어진 것은 우리 한국이 축구의 깊이에 대해서는 그리 깊지 않음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벤투가 지향했던 것은 점유율을 적극 활용하는 축구로 그동안의 킥앤런 방식 또는 뻥축구를 탈피한 방식이었다. 점유율을 확보하고자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볼을 우리가 소유하는 시간을 늘려 좀 더 안정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고 우리가 볼을 소유했다는 것은 상대방은 볼이 없다는 말이므로 우리가 주도하는 축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킥앤런 방식과 비교하면 이 축구의 장점을 극명하게 알 수 있다. 킥앤런 방식의 롱패스를 활용해 우리 편에게 다이렉트로 전달된다면 좋지만 롱패스는 정확도가 낮은 패스이다. 멀리 있는 선수에게 정확히 공을 배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상대편에게 쉽게 공격권을 넘겨줄 수 있다. 그리고 공격 상황에서 선수 개개인의 역량에 기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한 명의 개인이 부진하다면 큰 구멍이 생길 우려가 있다. 우리 공격수가 키핑이 안된다거나 스피드가 상대 수비수에게 뒤쳐지는 순간 다소 무의미한 공격 방식이 될 수 있다.



다음에 이어서...

작가의 이전글 ADsP 합격 후기와 자격증의 함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