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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Nov 15. 2023

미안 1년 만에 개발자가 되지 못했어

23년의 결말

 22년 7월 생각보다 덥지 않았던 여름. 난 퇴사를 결심했다. 별생각 없이 빨리 이 회사를 떠야겠다고 생각했고 배우는 것도 없고 할 것도 없는 이 상황이 나를 너무 괴롭게 만들었다. 오직 이 회사는 막다른 길이니 나가는 것이 오직 해답이었다. 참 지금 생각해 보면 대책 없긴 했다.


 어설픈 계획은 있었다. 게임 개발사에 있다 보니 개발자, 기획자가 메인이었고 그중 개발자가 눈에 띄었다.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회사 생활이었다. 처음에는 마케터로서 데이터를 접해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ADsP를 취득했던 것이었고 하지만 취업 전 마케터에 대해 생각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광고 대행사 면접을 보면서 을의 입장에서 흔들리며 수많은 PT에 파묻혀 매몰되는 모습이었다. 늘 반복되는 채널과 수치와의 싸움. 내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때 문득 개발이 떠올랐다. 난 또다시 이곳은 아니니 다른 걸 찾길 시작했고 그렇게 개발도 몰랐던 내가 한참 열풍의 끝을 맞이하고 있는 개발에 발을 들였다. 그렇게 Python 강의를 구매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했다. 개발은 수학적 사고가 필요하던데 나는 수학 좀 했고 분석하고 파고드는 것도 잘하니 뭐 평타는 치겠지라는 어찌 보면 무모했다. 개발에 도전한 것이 무모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시작한 것이 그러했다. 그냥 큰 그림에서 개발은 미래에도 중요한 지식이고 알고 있으면 어디든 써먹겠지라는 생각과 안되면 기획으로 간다는 플랜 비를 세우고 있었다. (기획은 누가 뽑아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코딩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자료형, 문법 다 수월하게 이해했지만 진짜 내 코딩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었다. 늘 공부만 했던지라 CS 지식을 공부하고 JS, 리액트 동작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코딩에 비하면 전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쉬웠다는 이야기도 아니지만 공부하는데 거부감이 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 외 힘든 것을 뽑자면 정보 찾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정보에 바닷속에서 내가 필요한 정보 혹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아예 도메인 지식이 0인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지만 효율은 매우 좋지 않았다. 공식 문서는 왜 내가 모르는 용어로만 설명을 해주는지 간혹 공식문서를 보라는 조언을 들으면 본인들은 처음부터 공식 문서를 보았는지 되물어주고 싶었다.


 4월이 들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학습에 돈을 아끼지 않기로 하였다. 노마드 코더 10주 스터디를 하고 웹 기초 지식을 쌓고 지식의 비계를 세웠다. 그리고 앨리스 SW 과정 부트캠프를 수강했다. 책도 여러 권사고 강의도 여러 개 샀다. 도움이 안 된다 싶으면 같은 주제로 다른 강의를 사는 것에 망설이지 않았다. 


 정말 이상하게도 배우면 배울수록 깨우치면 깨우칠수록 아이러니하게 1년 만에 개발자가 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주변을 보니 흔히 1 티어 부트캠프를 들은 사람이 수두룩하고 컴공과도 수두룩하게 나온다. 그들을 내가 이길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그것을 차처 하더라도 개발의 세계는 깊고도 넓었다. 뭔가를 배우면 그 주변에 수많은 지식 카테고리가 해금되었고 이 프로세스 닥터 스트레인지 앞 도르마무였다. 이 것은 사실 나에게 공부할 것이 무한하는 점에서 매우 호감을 사는 부분이었지만 한정된 시간에서 취업이라는 틀 안에서 본다면 이 건 모래시계 속 갇힌 자스민 공주였다.


(공부가 끝나지 않아.....)


 부트 캠프가 끝나고 나는 이력서를 준비했다. 9월, 10월은 거의 공부를 하지 못하고 이력서를 수정하고 지원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력서를 피드백받고 수정하는 시간은 인고의 시간이었다. 개발 이력서에는 합불의 결정적인 조건이 있었는데 문제 해결 과정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의 이력서에는 문제 해결의 포인트는 찾기 어려웠다. 문제 해결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문제 인식 - 옵션 탐색 - 적용 - 깨달은 점까지 이어지는데 나는 사실 기본적인 HTML, CSS, JS, React, TS를 익히고 적용시키는 시간만 해도 빠듯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미련이 남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코드는 거짓말을 못하니까.


 그렇게 100여 개의 서류를 돌리고 모조리 거절을 당하자 개발자로 당장의 취업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튜버, 강사들은 1년여간 신입 개발자에 대한 기준이 상승했고 경제 및 취업 시장 상황도 어려워졌다 말을 이구동성으로 전했다. 코로나 개발자 특수가 끝난 순간이었다. 


 10월 중순은 서비스 기획 이력서를 작성하느라 보냈다. 기존 마케팅 이력과 개발 지식을 잘 활용해서 어떻게든 길을 뚫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렵사리 자리 하나를 얻었고 이 자리가 1년 여간의 개발 공부의 종착역이었다. 지나고 보니 23년은 끊임없이 벽과 부딪히는 순간들이었다. 수없이 코드를 치고 막히고 프로젝트에서는 다시 한번 협업의 어려움을 깨달으며 배웠던 것을 까먹고 자책하며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사실 한 회사를 합격하고도 여러 군데 지원서를 냈고 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한 시간을 보냈는데 카카오와 NHN은 내 고민을 종결시켜 주었다. 카카오는 1년 재직 경력은 채용 전환 인턴쉽에 지원할 수 없었고 NHN 커머스는 아주 쉽게 내 이력서를 털어낸 듯 보였다. 수없이 탈락 경험을 맛보았지만 뭔가 이 번의 탈락은 이제는 준비보다는 경험하며 부딪힐 때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제주도 비행 편을 편도로 끈고 숙소를 2박만 잡았다.


 이상하게 나는 아직 원티드 프리온보딩 챌린지 프론트엔드를 수강하고 있다. 개발 공부 자체는 즐거웠던 것은 분명했다. 취미란에 코딩을 적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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