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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cial Kes Nov 25. 2023

UX의 시작, 이거 불편해요.

UX가 별거인가?

나는 불편함에 예민한 편이다. 뭐가 조금만 불편해도 금방 머릿속에서 알람이 울린다. 도대체 왜 이렇게 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작은 불편함을 어느 정도는 감수하라고 하지만 극 T스러운 나에게는 조금만 신경 쓰면 해결될 문제들을 방치한 것이 내 마음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물론 내가 느낀 작은 불편함을 파고들면 생각보다 큰 문제일 수도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 쭉 써 내려갈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는 비교적 해결하기 수월한 생활 속의 불편함을 기록하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생각 보려고 한다. 이 것이 기획자가 하는 UX 개선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주일 전 제주도로 내려와 매일 몇 시간씩은 걷고 씻고 자고 먹고 걷고를 반복했다.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걷는 맛도 나고 한참 생각없이 걷고나면 자연스레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나 이런 편함을 즐기기까지 큰 난관이 있었다. 최대한 일찍 제주도로 떠나고자 6시 20분 비행기를 예매했고 집에서 공항버스 첫 차를 타야 했다. 18년도 이후로 비행기를 탄 적이 없어 그냥 일찍 나가면 되겠거니 하다가 우연하게 이 표지판을 보고 미리 예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래 안내문을 처음 보면서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 표지판은 '버스타고'라는 앱으로 공항버스 좌석을 예매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중요한 내용을 파악하기 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그 이유는 첫 째로 중요한 정보가 헤드라인에 없다는 점이다. 이 표지판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경기고속 공항 노선 좌석제 서비스'라고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것이 핵심이 아닐뿐더러 이것으로 앱에서 예매를 하라는 중요한 정보를 알 수 없다. 


두 번째는 '버스타고'가 무엇인지 알려면 마지막 아래 정보까지 모두 확인해야 확신할 수 있다. 이용자는 헤드라인 바로 아래 상세 정보를 읽기 시작한다. (물론 모두가 항상 이렇게 읽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버스타고 공항 노선 예매 시행'이라는 것에서 버스타고가 무엇인지 빠르고 정확하게 추론하기 어렵다. 혹시 눈치껏 알 수 있지 않냐는 말이 떠오른다면 이미 당신도 불편함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눈치라는 말에는 추측과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정보성 표지판에는 최대한 명시적으로 써주는 것이 중요하고 버스 예매와 시간과 관련된 것인 만큼 정확하고 빠른 정보 전달이 한 번 더 강조된다. 그냥 단순하게 앱 '버스타고'에서 좌석을 온라인 예매해 보세요라는 문구라면 훨씬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버스타고'가 앱이라는 것을 명시하고 온라인 예매라는 표현으로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이 한 문장이면 굳이 위처럼 구구절절 써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나는 이 표지판 내용을 두고 정보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도 불만이지만 가장 잘못된 것은 이 표지판 자체의 위치가 제일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예매를 모두하여 오프라인에서 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모두가 이 앱을 다운로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난다. 그러므로 이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의 정보 전달은 누구나 보기 쉬운 곳에 있어야 한다. 나는 키가 180cm이다. 난데없이 왜 키 이야기를 하냐면 나조차도 위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다. 여행은 키 큰 사람만 가는 것이 아니다. 키가 크지 않은 사람은 이 표지판을 발견 못할 수도 있고 멀리 있어 글씨가 작아 보기 힘들 수 있다. 왜 이런 중요한 정보를 작은 표지판 하나로 때우려고 하는지 참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표지판 덕분에 첫 차가 모두 예매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전날 저녁 9시에 급하게 김포공항 앞 숙소를 찾았다. 이런 어려움을 뚫고 나는 마침내 제주도에 도착했다. 두 번째 사례도 위와 비슷하다. 나는 중문에서 다시 사계로 가는 중이었고 버스 정류장 안내 화면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타야 하는 버스가 와서 급하게 찍느라 제대로 찍지 못했는데... (UX를 이야기하며 이런 사진이라 조금 민망하다.)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다. 나는 우측 상단에 저시력자라는 버튼이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다. 과연 저시력자가 저걸 발견할 수 있을까? 제주도 서귀포에는 노인 분들이 많이 계시다. 여행을 온 외지인을 빼고 나면 주민들은 거의 중장년층이 대부분이고 외지인들은 렌터카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버스를 타는 것도 대부분 주민들이다. 이미 저 정도의 폰트 크기의 버스 정보가 안 보이는 사람이 저시력자 버튼을 이용할 텐데 안타깝게도 버스 정보 크기보다 저시력자 버튼이 더 작고 구석에 박혀있다.  


차라리 아이콘으로 표시하는 것은 어땠을까 싶다. 아이콘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약점도 있지만 돋보기 아이콘을 크게 넣는다던가 아니면 안경 버튼을 크게 넣는 것도 좋겠다. 더 나은 것은 저시력자라는 문구보다 큰 글씨로 확대라고 쓰는 것도 방안일 수 있겠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에게는 한글 큰 글씨가 더 친숙할 수 있길 때문이다.


오늘은 제주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로 내려오기 전 글 한 편은 쓰고 오겠다는 약속을 겨우 지켰다. 무엇을 써야할지의 고민이 길고 길었다. 글을 쓸 수 있게 도움을 준 카페 파람 카페 모카에게 고맙다. 


날씨가 안좋아 우중중하게 나왔는데...좋은 카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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