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 쓰는 글은 겉만 번지르르 할 뿐, 자세히 뜯어보면 뭔가 상투적이고 신선하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기가 막히게 말은 잘하는데 왠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영업사원처럼 말이다.
왜 그럴까? AI 는 기존에 있는 것들을 학습한 후 이리저리 조합해서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날 뿐. 아예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게 내 나름의 결론이다.
에디톨로지의 저자 김정운 교수는 '창조는 편집이다.'라고 했다. “창조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며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데서 탄생한다.” 라는 주장이다.
나는 그 주장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생각한다.
인간의 생각이 모두 기존에 있는 것들에서 나온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것을 다르게 바라보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힘을 창의력이라 정의한다면 '창의력은 편집을 잘 하는 힘이다.'라는 말이 맞다. 엄청난 양의 재료를 보유하고, 빠르게 해체, 조합할 수 있는 AI의 창의력은 그런면에서 인간을 능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창조'는 '창의'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창조는 기존에 없던 무언가가 누군가의 몸을 빌어 세상에 나오는 과정이다. 수십억명의 인간이 있지만 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유일무이한 한 명의 생명체를 탄생 시키는 것 처럼, 창조는 영혼을 가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상상해보자. 어느 날 갑자기 돌연변이처럼 발생한 아이디어가 (우리가 평소에는 감지하지 못 하는) 창조의 장안에 떠돌아 다니다가, 그 안에 우연히 접속한 누군가의 영혼에 '쿵'하고 내려 앉는 순간을.
고대 그리스에서는 창조의 장 안에 떠돌아다니는 새로운 무언가를 '지니어스'라 불렀다 한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로 유명한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빅 매직'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개념이다. 영성울 공부하는 입장에서 나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생각이 무척 맘에 든다. 지니어스(천재)란 아주 똑똑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무언가, 누군가의 의해 세상으로 소환되기를 기다리는 아이디어 자체라는 것. 그러니, 창조의 장에 접속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지니어스를 잡을 수 있다는 것.
창조의 장에 접속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깊이 몰입하는 것이다. 미간을 찡그려 안간힘을 쓰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든 상태.
그리고보면, 몰입은 쉽다.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걱정이 없는 순수한 사람일 수록 몰입을 잘한다. 대체로 아이들이 그렇다. 그 시간을 방해하는 건 대개 생각이 많은 어른 들이다. 골고루 다 잘 해야 한다는 생각, 남들 하는 건 다 해봐야 한다는 생각, 사는데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 봐야 한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걱정 근심을 일으키고, 아이가 뭐하나에 푹 빠져 있으면 저래도 되나? 조바심을 내게 한다.
무언가에 푹 빠져 즐겁게 꾸준히 한다는 건, 천재성의 장에 접속하는 일이다.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창조자가 될 수 있는 기회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다 ‘앗'하고 영감이 떠올랐을 때, 그것을 부여잡아 잉태하고 잘 키워 세상에 꺼내 놓으면 원조가 된다. 아이디어라면 창시자가 되고, 작품이라면 원작자가 된다.
내가 탄생시키지 못 한 지니어스는 다른 사람에게로 간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획기적인 사업이나 창작물을 보며 '앗, 저거 내가 이미 생각했던 건데' 라는 말을 그토록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생각으로만 갖고 있던 일을 누군가 하고 있다면, 그건 희안한 일이 아니다. 나에게 왔으나 흘려보냈던 창작의 씨앗이 다른 사람의 밭에 뿌리를 내렸을 뿐. 당신은 천재가 될 수 있었고, 앞으로도 될 수 있다. 걱정을 내려 놓고, 즐거운 일에 깊이 몰입할 수 있다면.
레이지마마 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