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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호숲 Dec 20. 2021

늦깎이 사회초년생의 200만 원어치 옷

씰리 라이프




늦깎이 사회초년생이 되었을 때 가장 시급했던 건 옷이었다. 출근 일주일 전, 옷 잘 입는 대학원 동기들에게 주워들은 디자인 무난하고 가격 합리적인 쇼핑몰에서 200만 원어치 옷을 주문했다(엄마 찬스). 무난무나니로 일하는 동안 통장에 잔고가 늘어나면서 쇼핑 욕구도 차올랐다. 패션 스타일에 대한 고민은 진작에 졸업한 줄 알았는데 서있는 곳이(월급이) 달라지니 보는 눈이 달라졌다. 제2 패션 모험을 통해 깨달은 건 내가 튀는 옷을 좋아한다는 것. 결국 200만 원어치 산 옷 중에 지금 남은 건 한 개도 없다(엄마 미안).


튀는 것,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내 눈에 스파크가 일게 하는, 시각적으로 즐거운 물건이 좋다. 옷은 물론 굿즈도. 요즘은 그야말로 굿즈 춘추전국시대다.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보면 지인의 일상을 보려는 건지 광고를 보려는 건지 혼란스러워질 때가 많다(알고리즘 너무나도 훌륭).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술도녀 한지연 ver.) 예쁜 것들이 많다. 급기야 최근에는 2022년 다이어리를 두 개 샀다가(자제해서 두 개) 도저히 동시에 두 개를 쓸 방법을 고안해내지 못하여 하나는 선물 줬다.


근데 페이퍼 굿즈 중에 가장 고르기 어려운 건 달력이다. 달력도 다이어리와 마찬가지로 하나 이상 쓸 수 없지만 전시되는 인테리어 소품이라 더 어렵다. 내 만족도 중요하지만 요즘 같은 자기 PR시대에 달력은 과시욕과도 상관이 있다. 오랜 기간 고민했다. 이건 그냥 달력을 구매하는 게 아니니까. 예쁘기도 해야 하지만 나처럼 *유니크*해야 하니까. (나우어데이즈...인테리어=아이덴티티) 마치 가훈을 정하듯 신중하게, 1년 동안 내 눈을 즐겁게 해 줘서 자주 쓰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나를 좋은 곳으로 인도해줄 것 같은 달력을 찾았고... 찾았다! 사실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보자마자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결정했다. 바로 뜻지(인스타그램@meaning.paper.year)님의 달력.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오묘한 색깔 조합과 실용적인 디자인(일요일, 공휴일을 동그라미로 구분한 센스!), 아름다운 포스터까지 구성이 완벽하다. 벽에 붙이니 끝나지 않는 코시국의 내년이 기대가 될 정도로 화사하다. 이걸로 2022년 준비는 끝났다. 자, 그럼 달력이랑 어울리는 옷을 사러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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