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에 공부하려고 앉았지만, 지저분한 책상이 눈에 먼저 들어와 공부 안 하고 책상만 정리하던 학생이 어른이 되었다. 여전히 해야 할 급한 작업은 하지 않고 딴짓하고 있다. 어제는 아이패드로 작업하려고 보니 아이패드 케이스가 갑자기 눈에 더 들어왔다. 꼬질꼬질해진 케이스를 하필 제일 바쁠 때 참지 못하고 새로 주문한다. 사실은 중요한 일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고 도망 다니는 습성이 아닐까 생각했다. 학생 때는 노트도 만들고 필통 케이스도 만들고 다양한 창의적인 활동으로 공부할 시간을 회피했다. 그나마 지금은 스스로 무언가 만들려고 몇 시간을 잡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도 허튼짓을 많이 해서 요즘은 내가 다른 길로 새고 있다는 걸 금방 감지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의식의 흐름대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의식의 흐름대로 움직이는 스스로를 붙잡으려고 노력한다. 넷플릭스도 정말 보고 싶은 콘텐츠가 없다면 켜지 않는다. 손에 들려있는 휴대전화가 문제다. SNS의 짧은 영상의 쇼츠가 유혹하니 몇초짜리 영상도 아무 생각 없이 넋 놓고 보다가 몇십분이 지나버린다.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여전히 나의 습관은 살아있다. 새로운 습관이 고정된 습관을 이기려면 새로운 습관을 더 오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조금만 긴장 하지 않으면 습관적으로 딴짓하는 나를 발견하는데 변하려고 계속 노력중이다.
예전엔 책상에 앉는 과정이 힘들었다면, 지금은 책상에 앉아도 자유자재로 켜지는 화면의 유혹을 참아 내는 것에더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