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 작가 축제’를 다녀와서

by 레이지살롱

지난 주말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열린 그림책 작가들의 강연에 다녀왔다. 몇 년 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와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 그리고 프랑스 그림책 작가 아드리앵 파를랑주의 대담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IMG_9512.jpeg

서울국제작가축제는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이 교류하는 무대를 만들고자 2006년부터 개최되어 온 문학 축제지만, 나는 올해 처음 알게 되어 지인의 추천으로 강연을 사전신청해 참석하게 되었다. 수많은 소설가와 시인, 문학 작가들 사이에 그림책 작가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고,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뿌듯했다.


올해 초 예술인 증명을 신청하며 그림책 글·그림 작가로서 문학과 미술 두 분야에 지원했지만, 문학 부문은 인정받지 못하고 미술 부문만 증명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림책이 문학으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웠기에, 이번 강연은 더욱 의미 깊게 다가왔다. 그림책 작가인 지인 중에도 예술인증명에서 문학 카테고리로 신청했지만 “그림책은 문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당했다. 그래서 이번 축제 무대에서 그림책이 문학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한 모습은 나에게 큰 감동이었다.


강연장은 실시간 유튜브 중계를 위해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넓은 공간에 많은 관객이 모여 있었다. 특히 이수지 작가님의 명성 덕분인지 사전 신청이 일찌감치 매진되어 현장에서 대기하는 이들도 보였다. 현장에는 낯익은 얼굴도 많았다. 현재 함께 그림책을 준비 중인 편집자님, 예전에 미팅했지만 계약까지 가지 못했던 다른 출판사 편집자님, 동료 작가들과 선배 작가님들, 그리고 그림책 관계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마 다른 문학 작가들의 강연에는 일반 독자가 더 많았을 것 같지만, 이곳은 마치 ‘그림책인들의 축제’ 같아 즐거우면서도 아직 대중적이지 못한 우리만의 리그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김지은 평론가님은 그림책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들로 대담을 이끌어 주어 강연이 더욱 알차게 느껴졌다. 입장할 때 제공된 동시통역 기기를 통해 아드리앵 작가의 이야기도 무리 없이 들을 수 있었다. 아드리앵 작가와 이수지 작가 모두 오랜 시간 그림책을 만들어왔고, 작품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되어 있기에 그들의 작업 태도와 사유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값진 경험이었다. 두 작가는 책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독자가 책장을 넘기며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독자가 책을 읽으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깊이 고민한다는 말도 인상 깊었다.


나 역시 그림책이 작은 형식 안에 담긴 간결함으로도 큰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또한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낮은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김지은 평론가님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 낮은 자리에서 발견하는 세계는 어른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새롭게 드러내며, 그것이 바로 그림책의 힘이 아닐까 싶다. 이번 강연을 통해 그림책이 문학적 깊이를 지닌 예술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 그림책이 문학과 예술의 교차점에서 더 폭넓게 인정받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만질 수 있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