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겨워 증말 ㅋ
글을 쓰는 것을 그만둔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오랜만에 무언가 쓰려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만큼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1주년 하고도 3개월이나.
언젠가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다. 친구랑 같이 일하는 것 괜찮겠냐고. 굉장히 복잡한 질문이다. 이 두 가지는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아주 중요한 주제인데 그걸 같이 붙여놓으니 어떠냐고 물어보다니. 게다가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는 다른 '친구'가 있고, '일'이 있다. 누구는 괜찮고, 누구는 전혀 괜찮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레비는 오픈하고 나서 더 바빠졌다. 메뉴는 아직 초기단계라 이래 저래 손봐야 하고, 가격 책정에도 고민이 있고, 좁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선반은 어떤 걸 구매할 건지, 아직도 갈 길이 구만리였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자주 만났다. 이전에도 충분할 정도로 자주 보는 사이였는데 그 이상이 된 것이다. 일을 해야 하니 지겨워도 만나야 했다.
Y는 매 논의마다 가장 무거운 표정을 선보이는 1인이 되었다. Y는 조용했다. 묵묵했다. 강제로 무언가 하는 것을 스스로도 굉장히 싫어해서인지, Y는 웬만해선 요구하지 않았다. 아주 부드럽고 스무스하게 은은한 방식으로 '제안'했다. 동시해 수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Q도 바빴다. 특히 마음이. 발을 동동 구르는 것 같아 보일 때도 있었다. 무언가 도움을 줘야 하는데,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고민스러운 얼굴로 무언가 정리를 반복했다. 우리, 꽤 오랜 시간 잘 소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은은하게 흐르는 불편한 기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회사였다면 나는 아마 한 명씩 붙잡고 회의실로 들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해결책이 뭔지 등을 이야기하고 퇴근 후에는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문제가 풀려가는 것을 지켜보지 않았을까. 레비는 일이었지만 회사와는 달랐다.
손님을 받기 시작한 2023년 7월 즈음부터 이 글을 쓰고 있는 2024년 10월까지 우리는 참 여러 번 부딪혔다. 대체로 조용한 전투였지만, 가끔은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주로 나의 언성) 그 일들을 일일이 적어볼까? 하다가 진심으로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쓸 수 없었다. 그게 중요하지 않을 만큼 즐거웠던 순간이 더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다시 나에게 친구와 일하는 게 어떠냐라고 묻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친구라고 답하겠다. 레비로 인해 보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던 모습까지 들여다보면서도 다행히 우리는 함께하고 있다. 레비의 문을 부지런히 열면서.
내년 4월이면 레비의 계약이 종료된다. 레비가 유지될지, 다른 모습이 될지, 사라질지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는 지금, 다시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