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05 LazyVision Season1 끝!

J는 비전을 찾아 떠납니다.

by Lazyvision



2025년 4월 5일. Wrap party를 마지막으로 J, Q, Y가 함께하는 레비의 1막이 내렸다. 레비의 2막을 준비하는 Y를 응원하며, 이제 내게 남아있는 과제는 두 가지였다. 모두에게 마음을 담아 인사하는 것. 아쉬움과 추억의 감정 따위를 잘 소화하는 것이다.


레비에는 추억이 참 쉽게 모여들었다. 작은 공간은 금방 무언가로 차버렸다. 내추럴 와인의 향과 맛을 논하는 척하다 결국 알 수 없는 헛소리로 마무리되었던 수많은 만남, 아무도 오지 않는 바에서 지루함과 피곤함을 버텨내던 날의 기억, 한쪽에 몸을 기대서 졸다 집에 가고 싶다고 투덜거리던 대화, 선선해지는 날씨에 문을 열고 바깥에 반쯤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날, 누군가의 기쁨과 슬픔을 축하하고 위로하며 눈물을 흘리던 기억. 그런 하루하루를 떠올리다 문득, 레비 브런치의 첫 글에 썼던 문장이 떠올랐다. "흘러들어오는 기회들은 무언가 이유가 있다."


그래, 이제는 말해봐. 이유가 뭐였니?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척 질문을 던져본다.


레비는 J와 Q가 함께 만들어간 공간이었지만, 시작은 Y의 꿈이었다. 그의 굼벵이 같지만 선명한 비전이었다. Y가 그리던 비전 안에서 나는 참 묘한 기분을 느꼈다. 어느 날은 마냥 즐거웠고, 어느 날은 뭔가 찜찜했다. 그 기분이 무엇인가 싶어 긁어내고 긁어내다 한 해를 훌쩍 넘겼다. 더듬더듬 찾아가며 이제는 어느 정도 명확해진 그 감정을 나는 부러움 가끔은 질투라고 불렀다.


Y는 회사 일에 치여서 머리를 싸매고 야근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가도 레비로 기어들어 와 문을 열고 새로운 메뉴를 고민하며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다. 건강관리에는 일도 관심이 없어서 저러다 진짜 쓰러지겠다 싶은 Y를 보며 나도 모르게 혀를 차던 날이 몇 날 며칠이던가. 하지만 그 미련함이 부러웠다. Y가 삶에 펼쳐내는 게으르지만 선명한 비전이 눈에 보일 때마다 나는 조용히 질투했다.


Y와 나는 대학 동기였지만 커리어의 궤적은 거리가 있었다.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는 첫 회사에 입사 시점에 자연스럽게 정해졌고, 불만도 없었다. 일을 한 지 10년이 넘어가는 시점에 누군가가 나에게 일을 좋아하냐 물으면 나는 사람이 중요하고, 일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없는 사람인 것 같다고 답하곤 했다. 지금처럼 레비와 같이 재미있는 일을 하고, 소소한 취미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레비를 마주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렇게 계속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답을 해본다. 레비가 내 삶에 흘러들어온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Y는 친구의 집에 놀러 온 것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과하게 정제되지 않은, 친구가 가져온 선물이 여기저기 놓이고, 흔적이 쌓이고, 무언가 뒤섞였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집이며 온기가 느껴지는 그런 공간 말이다. 나는 그 그림이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것을 가장 가까이서 확인했다. 그리고 Q와 함께 힘을 보태면서 과정을 경험했다. 그야말로 비전이 그려지는 삶을 '살았다'.


그것이 내 맘에 작은 불씨를 심었다.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그리고 결정했다. 적어도 지금은 뭔가 시도해 봐야 했다. J의 비전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말이다.


레비 쫑파티 일정이 정해질 때즘, 나는 이직하기로 했다. 지금 부서에서만 거진 7년, 이 회사에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던 내게는 나름의 큰 결단이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나만의 비전을 찾을 가능성이 보이는 곳을 찾았기 때문이고, 하나는 내가 그 가능성을 키워 낼 능력과 힘이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다.


나의 비전은 어떤 그림으로 펼쳐질까?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사람들과 일을 마주할까.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일단 힘이 들면 나는 다시 레비를 찾아갈 생각이다. Y가 더 선명한 비전을 시즌 2를 맞이한 레비에 그려내고 있기를 기대하면서.


안녕, 모두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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