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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제스트 Oct 06. 2024

솔직한 대화가 되긴 하는 건가?

Ep.10

솔직,

거짓이나 숨김없이, 바르고 곧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엄마의 책임이라며, 거짓말하는 아이를 앉혀두고 가시 돋친 직설을 쏟아냈다.

말하면 할수록 '나도 숨기는 것이 있는데... 아이에게 이렇게 정색하고 다그칠 일인가'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사람과의 관계가 정말 어렵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는 노력해 보다가 안되면 안 보면 그만이다.


일이 힘든 건 견디겠는데 사람이 힘든 건 견디지 못했다.

어차피 난 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잖아.

퇴사하면 그만이지.


한 때는 만나던 친구들, 선후배들, 아이 친구 엄마로 알게 된 동네 지인이라 불리는 엄마들도

만남이 편하지 않으면 연락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안 보면 그만이다.


그런데 가족은 아니잖아.

지금 당장 같이 살고 있는 소위 '직계가족'은 안 보면 그만이지... 가 안되니까.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하고 싶은 욕구, 어떻게 보면 1차원적인 욕구를 강하게 어필해도 조절할 수가 있었다.

속에서 부글부글 용암이 끓어도 폭발의 순간을 잘 넘기면 아이의 '예쁨' 표출로 금방 평온한 상태가 되었다.

이 시기에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된다.


머리가 커진다고 해야 하나, 질풍노도의 시기의 맛을 보기 시작하면서 서로 끓어오르는 용암을 어떻게 진정시켜야 할지 고비가 자주 온다.

그래도 서로의 끓는 단계를 살피면서 넘치지 않도록 조절하려는 무언의 합의는 아직 유지되고 있다.

갱년기의 입구에 들어선 나도 아이에게는 위태로워 보이는 건가.


아이도 눈치챈 나의 위태로운 용암을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매일 부질없다고, 현재의 문제에 집중하자고 다짐하지만

어김없이 과거의 나를 원망하게 만드는 사람.

직계가족 울타리를  같이 만든 사람이 너무 힘들다.

진정 '남'의 '편'인 건가?


직계가족이지만 인위적으로 만든 '가족'이니까,

법적으로 '가족'인 관계이니까,

법적으로 '남'이 될 수 있잖아.


가위로 깔끔하게 잘라진 종이처럼 정리될 수는 없지만

손으로 찢어낸 울퉁불퉁한 종이처럼 정리될 순 있잖아.


너와 나 사이에 마지막 선택지는 있잖아.

회사 사람들을 못 견뎌 퇴사했듯이.


그래도 아직은...

좋았던 순간을 떠올려보려고 어짜고 있다.


드라마 '엄마 친구 아들'을 보다 부모의 이혼 결정 얘기를 전해 들은 승효가 30대가 넘었지만 부모의 이혼은 상처라고 하는 대사를 들으며 몰입했다.


아이들에게 최한 상처는 주고 싶지 않다.

애들 때문에 이혼하지 못한다는 얘길 들으면 '무슨 말도 안 되는! 각자 자기 인생이 있는 거지!'

그런 말을 하는 엄마들(가까운 친구 포함)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내가 그렇다니....


말이 잘 통한다고 느꼈고,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분명 느꼈는데.

솔직한 대화가 불가능하다.

처음엔 솔직하게 말하면 상대가 부담을 느끼거나 혹시나 상처를 받을까 봐 빙빙 돌려서 말한다고 애썼다.

그런데 점점 각자 얘기만 한다.

내가 너 눈치 보느라 할 말도 못 했다.

나도 답답하다.

왜 또 했던 얘기를 하냐고 소리친다.


그래서 못하는 솔직한 얘기를 쏟아내려고,

마음속 울분을 비워내려고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나와의 솔직한 수다가 속 시원하게 되지 않는다.

엉킨 실타래에서 한 가닥 잡아 뽑고 있는데 다시 엉킬 것만 같아 조심스럽다.


나의 과거와 만난다고, 그때의 나와 수다를 떤다고 바뀔 것이 있을까

지금의 내가 나아질까 주저하는 때에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봤다.

아직 내용을 읽지 않았지만 '과거의 자신'과 만나는 주제에 깜짝 놀랐다.

내가 해보려고 하는 거잖아!


과거의 나와 솔직한 대화부터 나누는데 용기를 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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