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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제스트 Sep 16. 2024

갈림길에서의 선택, 되돌아갈 수 없는 길

Ep.6


"순간의 선이 평생을 좌우한다"


이런 명언이 가전제품 광고 카피였다니.

놀랍다.


인생은 매 순간 리셋되는 선택의 연속이다.


소리를 듣고 일어날까 말까

매 끼니마다 이거 먹을까 말까

공부를 할까 말까

누구와 만날까 말까

결혼을 할까 말까

'할까 말까' 무한 반복.


수많은 선택의 순간,

할까 말까의 결과 값으로 인생의 시간이 채진다.


매 순간 맞이하는 갈림길에서의 선택 중 영향력이 막강한,

원톱을 꼽으라면 (최소한 지금까지는) 결혼이다.




후회한들 바뀌는 것도 아니고, 다시 되돌릴 수도 없다.

자라오면서 무의식에서 시작되어 의식적으로 그린 인생의 모습, 형태였던 "싱글 라이프"는

찰나의 순간!

자신감과 자존감 또 어떤 말이 있을까...?

'나'를 세상의 중심으로 인지하는, '나'를 지키는 모든 말들이

파도에 밀려 무너져버리는 모래성의 모래알처럼 무너지는 그 찰나의 순간에 뒤바뀌었다.


'혼자'임을 더 즐겼던,

외로움 따위는 혼자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식 같았던,

'독립적'인 나를 스스로 대견해했다.

사람들과는 상황마다 필요에 의해 적당한 거리의 관계를 무난하게 유지했고

이어졌던 끈을 깔끔하게 잘라내듯 더 함께 할 관계가 끝나면 한 쿨~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 혼자가 익숙하다고 자부했던 나에겐 편했다.


정해져 있던 교육 열차에 몸이 실려 오다 보니 대입으로 또 다른 열차에 올라타야 했다.

별생각 없이 눈앞에 놓인 것만 하다 점수에 맞춰 대학을 운 좋게 갔지만, 내가 그리 잘나지 않았다는 현실을 인정하는데 20대 초반을 보내야 했다.


그리 잘나지 않은 나를 마주하고 인정한 후 혼자 살아가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다.

지난 친 경쟁은 해롭다며 경쟁이 적은 분야를 찾아 내 살길을 찾겠다는 명분으로 가고 싶었던 호주 대학원 유학 생활을 해냈다.

막연히 미래에 투자하는 거라며 현실에 충실하며 살아냈던 시간.

특출 나지 않았지만 무사히 해 낸 것에 만족하며 스스로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으로 인정한 시간.

쉽지 않았던 이주 계획을 접고, 귀국 후 우여곡절 끝에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면서 내 인생은 꽃이 피었다고 착각했다.


20대 후반.

호주 대학원 유학과 첫 취업 성공의 순간이 내 인생 그래프의 최고점이다.

서서히 하락세를 맞이하더니 급락한 순간, 준비해 오던 인생의 형태를 급변경해 버렸다.


30대 초반.

서른을 넘어 맞이할 거라 기대했던 안정감은 구경도 못하고

난데없이 찾아온 불안감으로 당황하던 때.

'혼자' 살 자신감이 바닥을 치는 순간,

이렇게 혼자 살 수 있을까 의심이 드는 순간,

의지 대상을 찾아 눈길을 돌렸다.


부부 관계를 맺는 결혼.

서로 부양하는 관계라고 한다.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으니 함께 잘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가 기대고 의지할 대상을 찾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정말 몰랐다.

나도 나를 몰랐고, 그도 그를 몰랐던 것 같다.


대화를 많이 했고, 말도 잘 통한다고 생각했지만

서로, 또 자신을 이해하고 생각해야 할 주제들은 교묘하게 피하고

겉만 뱅글뱅글 돌며 남들 다 하는 결혼이란 걸 할 만한 대상이라는 합격점을 서로에게 주며

이젠 더 이상 세상을 이겨보고자 애쓰지지 말고 사회 제도 안으로 조용히 들어가자 순응했다.


의도적으로 속인 것은 아니겠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같은 방향을 향해 서로 손을 잡고 걸어가는 평행선 위에 있는 것이 아닌

교차로를 걸어가다 교차지점에서 만나 같은 방향으로 우회전, 좌회전을 하지 않고

각자 쭉 직진을 하고 있다.

교차점에서 만나 각자 줄 끝을 한쪽씩 잡고,

서로 가던 길 쪽으로 따라올 거라 생각하다 점점 멀어지며

서로 왜 쟤는 저 길로 가냐며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하며...

 

결혼을 자신감 없어진 내가 도망가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던 그때의 나에게...

실망이다.

벌 받고 있는 건가?

 

잡은 줄이 팽팽해지고 있다.

시작이 잘 못 된 걸 알게 되었지만 돌아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다시 뒷걸음질로 줄의 팽팽함을 줄일 자신도 없다.

교차점까지 되돌아가진 못하지만

정식 길은 아니더라도 작은 오솔길은 낼 수 있을까?


순간의 선택이, 정말 평생을 좌우하긴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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