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정식으로 남녀가 부부 관계를 맺는 것'
사전적 의미한 줄에 '결혼'의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
법적으로 부부가 되어 한 가정을 이루는 것.
서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만남을 이어가는 연애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둘 만의 관계에서 사회적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 행정적으로 가족을 이루는 것이다.
둘 사이의 줄이 연결되면서 동시에 파생되는 엄청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마치 피라미드 조직처럼.
공식화된다는 것의 무게감은 엄청난 것이다.
결혼"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알리는 행사가 즐겁지만은 않다.
이후에 "해야 한다"는 각 집안의 의식은 '나는 누구? 여긴 어디?'의 무한 굴례에 빠지게 만든다.
어려움 속에 작은 행복도 있었고, 이 정도면 괜찮다 싶으면 가족의 무게에 눌려 힘들고 괴롭다며 한없이 동굴을 파기도 했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가족으로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을 만난 것에 감사하며 지냈다.
감사했고 다행이라 여겼지만,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내 의지로 만드는 가족은 없을 것이다 다짐했었다.
엄마가 결혼하면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힘들어했던 딸로서의 역할,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되고 강요받았던 며느리로서의 역할,
아내로서의 역할과 엄마로서의 역할까지.
결혼 상대를 선택할 수 있지만, 상대가 가진 가족까지 선택할 수는 없으니까.
미리 학습을 하고 다짐을 했건만, 무너지는 건 자존감이 떨어진 찰나에 일어났고
30대 초반, 각자 집안에서 이러다 혼자 살려나 노심초사하던 분위기에 휩쓸려 얼렁뚱땅 "결혼"이 내 인생에 들어왔다.
결혼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이 없었으니 크게 실망할 것도 없을 것이라 스스로 자신했다.
사람과 쉽게 가까워지지 않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으니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고 나를 높이 평가했다.
처음엔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 눈과 판단력의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돌이켜보면 뭐든 다시 할 수 있는 30대 초반인데, 여유를 가지고 살펴봐도 충분한 시기에 쫓기듯이 해치우려고 했었다.
'이 사람이라면 남은 인생 의지하며 살아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그냥 흘려보냈다.
미리 학습하고 결심했던 다짐들이 새어나가는 걸 알아차리고도 그냥 흘려보냈다.
결혼하라는 성화에 시달린 것도 아닌데...
가정을 벗어나고 싶어 결혼을 한다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았는데...
신경 안 쓴다며 세상 쿨한 척했지만, 암묵적인 주변의 시선이 싫어서 그랬을 수도.
<굿파트너>를 초반엔 보지 않았다.
이혼변호사들이 나오고 온갖 이혼 사례들을 다루는, 심지어 변호사 주인공이 겪는 스토리까지.
안 그래도 속 시끄러운데 남들의 문제까지 더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후반부에 드라마 클립들을 보면서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는지에 관심이 생겼고
마지막화까지 봤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했지만, 딸과 아빠의 관계는 지켜주는 엄마.
그리고 기억에 남는 대사(정확한 워딩은 아님).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내가 한 선택이 최선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노력을 다했다면 또 다른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계획하지 않았던, 상상하지 않았던 "결혼"을 선택했으니
그때의 내가 선택한 결혼이 최선의 선택이 되도록 노력하면 된다.
나는 최선의 노력을 다 했을까?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