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회로 먹고 싶다.
시험 기간엔 기본적으로 분주해진다. 시험을 보는 당사자여도, 시험을 보는 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이어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두 기간이 겹쳐버린 지금, 나는 상당한 스트레스와 씨름하느라 정신력이 바닥을 치는 상태다. 가르치는 쪽이야 재미가 있고 충분히 아는 분야이니 그렇다 쳐도 당장 모르는 분야에 대한 공부는 왜 이리 시작하기 힘든지 모르겠다.
글을 읽지 않아도 머릿속에 다 들어와 있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시간, 이해하는 시간, 하나씩 얻어가는 정보들을 마주하는 순간 등 모든 것이 공부의 일환이며 과정임은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겐 그저 사치스러운 감정일 뿐이다.
우리는 급하다. 순간순간을 곱씹으며 살기엔 인생이 짧고, 세간에서는 바라는 것이 지독하리만치 많다. 아직 30살인 내게 뭘 그렇게 바라냐며 도끼눈을 떴다가도 내가 그리 늦었나, 하며 고개가 수그러진다.
"아르바이트만 했다고요? 그동안 왜 아무 데도 취직하지 않았죠?" 면접관들은 언제쯤 이 질문을 놓아줄까. 암만 생각해도 책상에 앉아서 업무만 본 사람들보다 내 경험이 더 깊고 풍부하다고 생각되니 취직은 그냥 놓아버렸다. 나는 프리랜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잘만하면 월급만큼의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 지속할 의향이 충분하다. 물론 인생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니 이런저런 일도 준비하고 있지만, 면접관들에게 듣게 될 저 질문만 떠올리면 화가 난다. 싸우고 돌아오면 어쩌지? 제 성깔을 잘 알고 있으니 걱정은 무리도 아니다.
그렇다. 읽지 않고 알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남들이 날 그만큼 잘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포함되어있다. 그러니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영혼의 친구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하며 탐나는 존재인가, 나는 저 면접관들이 내가 살아온 생활과 노력을 단번에 알리고 싶었다. 구질구질하게 몇 살엔 무엇을 했고 또 어떤 어려움을 겪었다며 일장연설을 토로하고 싶어 지는 때가 있다. 감정에 호소하는 짓인 줄은 알지만 행하지 않는 것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겠지, 상상에서 그쳐내지만 답답한 가슴은 여전하다.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 사람의 마음 등 읽지 않고도 알아차리고 싶은 것과 알리고 싶은 것은 수두룩하다. 당장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언제쯤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닐 수 있는지, 저 사람이 내게 진실로 우호적인지 등 알 수 없는 것들은 천지에 넘친다. 읽어보려야 읽어지지 않는 경우도 넘치고 잘못 읽어서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공부나 독서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인간이란 자기 코앞에 닥친 일에 안달이 나는 존재가 아니던가.
나는 오늘도 먹먹한 가슴을 글로 소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