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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호 Jun 19. 2016

지천명이 불혹에게

지천명이 불혹에게 

     

     

이런 반가운 사람

이런 반가운 사람

팔다리가 길어 

마중 나오는 몸짓이 마음에 지는 사람

     

술을 거하게 마셔보세

그렇게 못해 마음을 쓰면

이런 모자란 사람

마음이 거하면 되는 거지

술에 거하려고 마음을 쓰는가

     

사는 것은 속이 여문 나무 같은 거라

나이를 주름에 담을 줄 알아야 불혹이라고

술 한 잔에 나이테를 풀어내면

허허 허허

이놈 봐라

크게 웃는 입이 즐거운 사람

     

서릿발 같은 머리로 

지천명을 얘기해도

마음이 허한 건 안 채워지니

사람이 그래서 좋은 것이지

마음이 허해서 마시다 보니

술이 찬 것이지 

     

책 한 권도 안 되는 인생

술 한 잔 취하면 착한 눈꺼풀을 닫고

이태백이처럼 물에 빠지고 싶다고

늙은 이 드러내는 사람

     

유비가 서서를 보내는 심정으로

멀지도 않은 길을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마음으로 보내는 사람





나에겐 '월하독작'의 시인 이백 같은 벗이 있다. 나이 차이가 11살이 되지만 그래도 벗이 되자고 한다.  

술을 잘 못하는 내가 그의 상대가 되는 일은 힘들다. 그는 나에게 강요 없이 그 마음만 받는다. 세상 사는 일에 의미를 두려는 나와 그런 내게 욕심이라고 말하는 그. 한동안 그런 다툼이 재미있다.


벗이란 무엇일까

백아절현의 고사처럼 나는 그에게 조금이라도 종자기 같은 벗이 될 수 있을까?

그를 만나면 헤어짐이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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