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을 통해 태백에 들어서자
인생의 끝자락에 선 슬픈 사연 같은
4월의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산허리 중간중간 잘려나간 산언덕
광부들이 살았던 사택은 수포처럼 진물이 흐르고
썩어가는 상처 위로 하얀 가루약이 뿌려지고 있었다
세상이 외면한 곳에서
아직 온기를 전하는 연탄 한 장의 가치를 위해
떠남이 의미 없는 자들만 남아
아직 굳지 않은 폐 속에 산소를 채우고
막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차들이 지나간 자리에 검은흙이 드러나고
눈물로 흐트러진 여자의 마스카라 자국처럼
태백역 거리가 슬픔으로 얼룩지고 있었다
한 때 지나가던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곳.
연탄의 가치가 초라해졌던 15년 전쯤
여기저기 폐광의 흔적들이 썩어가는 상처처럼 드러나 있었다.
4월인데도 눈은 내려 그 상처들을 소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