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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호 Feb 20. 2019

태백역 슬픈 거리


태백역 슬픈 거리 



터널을 통해 태백에 들어서자

인생의 끝자락에 선 슬픈 사연 같은 

4월의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산허리 중간중간 잘려나간 산언덕

광부들이 살았던 사택은 수포처럼 진물이 흐르고

썩어가는 상처 위로 하얀 가루약이 뿌려지고 있었다


세상이 외면한 곳에서

아직 온기를 전하는 연탄 한 장의 가치를 위해

떠남이 의미 없는 자들만 남아

아직 굳지 않은 폐 속에 산소를 채우고

막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차들이 지나간 자리에 검은흙이 드러나고

눈물로 흐트러진 여자의 마스카라 자국처럼

태백역 거리가 슬픔으로 얼룩지고 있었다




한 때 지나가던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곳.

연탄의 가치가 초라해졌던 15년 전쯤

여기저기 폐광의 흔적들이 썩어가는 상처처럼 드러나 있었다.

4월인데도 눈은 내려 그 상처들을 소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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