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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의 우선순위에 관해

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by 이철재

나는 대학을 졸업 후 첫 번째 회사에서 9개월여, 두 번째 회사에서 17년 3개월 등 도합 18년의 회사 생활을 했습니다. 회사 시절에는 나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선배도 있었고, 회사 밖에는 내가 따르고 싶은 여러 멘토들을 내가 정해놓기도 했습니다. 또한 책을 통해서도 내가 배울 수 있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들과 책이 들려준 이야기 중에는 내 중심을 잡아준 이야기도 있고, 내게 와닿은 좋은 문장도 있고, 업무뿐 아니라 나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었습니다.


회사 경험이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후배들에게 내가 배우고 익힌 것들을 들려주기 시작했고, 회사를 나와 7년째 작은 가게(동네책방)를 운영하면서, 손님으로 오는 사회 초년생이나 취업 준비생 그리고 일 체험 청년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일의 우선순위>

<적자생존>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vs 내가 적응해야 하는 일> _ '통제 가능 일'과 '통제 불능 일' 구분하기

<꿈>에 관하여

<나만의 업무 매뉴얼 만들기>

<태도>에 관해

<중간보고 & 체크 리스트>를 잘하는 법

<배움>에 관해

<파일 관리> 어떻게 정리를 잘하는가

<시간 관리>

<엑셀>에 관해 _ 회사에서 일 잘하기 위한 엑셀 활용

<인재상> _ 스페셜리스트 vs 제너럴리스트

<경험>이란

<균형에 관하여> _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



이런 이야기는 내 회사 생활과 자영업에서 하는 일을 근본적으로 잘하려는 배움에서 시작되어, 내 삶도 잘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일과 삶, 특히 일을 하는 데 있어 균형점을 찾아서 내 일과 삶의 중심으로 삼기 위함이었습니다.


위에 나열한 주제들을 제 경험과 제 방식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이제 저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일의 우선순위>입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늘 선택의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학생 때는 자율학습 시간에 무엇을 먼저 공부할지 선택해야 하는 때도 있고, 밥을 먹을 때 도시락을 가져올지(이는 부모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구내식당에서는 주어진 메뉴 중에 어느 것을 고를지, 밖에서 먹는다면 어떤 가게에서 어떤 메뉴를 선택할지 골라야 하는 때도 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한다면, 내 업무로 하는 일도 있고, 팀장이 지시한 일을 하거나, 타 부서 혹은 고객 요청으로 해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럴 때 어떤 선택 기준으로 일을 시작하나요? 물론 그때마다 다르다고 답할 수도 있습니다. 학생 때는 공부, 특히 입시에 맞춰 우선 과목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선택이라면 개인의 취향이나, 좋아하는 것에 따라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까요? 일을 할 때면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까요?


저는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중고등학교 때는 순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선택했습니다. 부모님은 나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지는 않았고, 기대한 바(주로 공부로)는 있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공부에서도 전형적인 이과적 호기심으로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취약했던 영어 공부는 얼마 하지 않고, 좋아하는 수학 문제 풀이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과가 아닌 문과를 선택했어요. 공대보다, 경영학과에 가고 싶었거든요. 대학 시험에서 내가 가장 취약했던 영어는 문과, 이과나 동일한 비중이었고, 내 장점이던 수학과 과학의 비중은 낮은 문과를 선택한 것을 두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했습니다. 그럼에도 문과에 비중이 높은 국어를 더 공부하고, 수학을 줄여야 하는데, 자율학습을 할 때면 수학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곤 했습니다.


이처럼 학생 시절에는 비논리적이지만 마음이 내키는 대로 무언가를 정했던 거 같습니다. 다만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 섰을 때면, 예를 들면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거나, 직업과 직장을 선택할 때면 개인적 판단을 하면서도 나에게 정말 핵심적인 가치 판단 기준을 무엇일까를 깊게 고민하고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생 때에도 나의 선택 기준은 비슷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우선하되, 대학 생활을 비롯한 사회생활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넓어지면서 대학 생활을 비롯한 취업 후의 삶을 생각하면 내가 할 일들을 선택했습니다.


직장 생활에서 일의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요? 학생 때와 달리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은 결코 개인적인 일이 아닙니다. 개인적인 취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 업무시간에 내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팀장이 불러서 “네가 하던 일을 멈추고, 지금 회사 매출 자료 분석을 해라”라고 지시하면 어떻게 하나요?

다른 회계 부서에서 우리 팀 매출 등록한 것이 잘못됐다고 당장 찾아서 수정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월말이나 팀 영업 마감을 하느라 바쁜데, 고객 전화가 와서 내 업무도 아닌 일을 꼬치꼬치 물어본다면 어떻게 응대해야 할까요? 기업 고객을 모신 행사장에서 행사 시작 전에 무대 진행 시뮬레이션을 점검하고 있는데, 팀장이 와서 일찍 온 고객을 응대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학생 때나, 가정에서 선택할 때면 복잡성이 덜한 때가 많은 데 비해, 사회에서는 혹은 직장에서는 복잡한 상황에서 선택하거나, 선택해야만 하는 때가 훨씬 많아집니다. 이럴 때 어떤 기준을 갖고 선택해야 할까요?


그래서 살펴볼 것이 사회생활에서 알아야 할 ‘일의 우선순위’에 관한 것입니다.

아무리 복잡한 경우라도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크게 두 가지 요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일의 ‘중요성’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일의 ‘긴급성’ 측면입니다.


일을 ‘중요성’과 ‘긴급성’의 요소를 적용해서 나누어 보면,

01 일의 우선순위.jpg

① 중요하고, 급한 일

②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③ 중요하지 않고, 급한 일

④ 중요하지 않고, 급하지도 않은 일


이상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①번과 ④번은 누구나 명확하게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②번과 ③번 중 우선순위는 어떨까요? 급한 일을 먼저 해야 할 것도 같고,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도 합니다. 일의 우선순위에 관한 강의에서는 '중요한 일'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당장 눈앞에서 급하다고 보채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이런 문제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사회생활이 아니라 부모와 학교의 보호 아래에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사회생활에서는 한꺼번에 수많은 일들이 내 주변에서 벌어지곤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행동이나 선택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곤 합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때그때 결정하기도 하지만 나름의 기준이나 우선순위가 없다면 결정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고, 결정의 과정이나 결과도 뒤죽박죽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일의 우선순위에서는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보다 '중요하고, 급하지 않은 일'에 우선순위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점을 둔다는 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는 현실에서 쉽지 않습니다. 회사에서는 옆 팀에서 급하게 요구하거나, 마감이 임박한 일도 있고, 팀장이나 선배의 급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런 요구에서도 내게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이는 매번 '중요하지 않고, 급한 일'을 거절하란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게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중심 기준'으로 삼아서 일 처리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심으로 삼는다는 것은 내게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무조건 먼저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급하다는 요구에 맞춰 매번 급한 일만 먼저 처리하다 보면 정작 내게 중요했던 일을 놓치는 일이 발생할뿐더러 나의 업무 능력에도 많은 역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게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아무리 급하지 않아도 중요한 일이라면 내 시간 중에 일부 간을 꼭 투입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하루에 한 시간은 내게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하는 시간으로 정해놓는 것은 어떨까요? 아침 10시~11시 혹은 점심 식사 후 1시에서 2시는 내게 중요한 일을 하는 집중 업무 시간으로 정해놓으면 어떨까요? 그 시간만큼은 중요하지 않고 급한 일이라 해도 조금은 시간을 늦춰서 처리해도 될 것입니다. 중요하지 않은 급한 일은 알고 보면 급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나 타인에게 일을 요구할 때면 습관적으로 빨리해 달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치 급한 일인 것처럼 하지 않으면 자신의 요구를 해주지 않을 것 같기에 급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혹시 안 해줄까 봐 자기 눈앞에 나를 두고 기다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럴 때면 저는 차분하게 대답합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몇 시까지 마치고, 바로 해줄 테니 몇 시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투입할 시간을 감안해서 다른 일들을 조율해서 처리하려고 노력합니다. 다만, 나도 요청한 사람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약속한 시각까지 일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혹 예상 시간보다 더 걸린다면 약속한 시각 전에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 중심을 둔다는 것은 다른 일과 요청을 모두 거절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급하다는 사소한 일마다 바로 반응해서 처리하다 보면 내게 중요한 일은 뒤죽박죽 되기 쉽습니다. 사람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습니다. 멀티 태스킹을 잘한다는 것은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작업과 다른 작업을 빠르게 전환해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일을 바꿀 때면 매번 그 일에 몰입해서 제대로 일을 하는 데는 꽤 간이 걸립니다. 즉, 내가 하던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와서 작업하려면 준비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내게 중요한 일을 할 때면 급하지 않은 일이라도 일정한 시간, 공간 등을 배치해서 몰입할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일의 요구에 바로 반응하지 말고, 먼저 내가 투입할 시간과 몰입의 정도를 먼저 정하고 일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타인의 요구가 빈번해질수록 더욱더 내게 중요한 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선순위는 '급하다'보다 '중요하다'에 방점을 찍고 일하시기를 바랍니다.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하고, 급한 일>에 온 힘을 다하고 나면, <중요하지 않고, 급하지도 않은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중요하지 않고, 급하다는 일>에 휘둘리다 보면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나는 어떤 기준으로 중요한 정도를 정하고, 긴급한 정도를 정할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중요함에도 금전적, 시간적, 정확성, 심리적, 관계적... 등 다양한 요소가 있고, 긴급성에서도 마감 시간, 소요 시간, 나 혹은 타인에게 등... 다양한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과 삶에서 판단이나 결정에 나만의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면 우리의 일과 삶에는 타인의 요구로 인해 너무나 많은 혼란이 생겨날 것입니다.




“나는 아침이면 오늘 내게 중요한 일들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만, 저녁이면 오늘 중요하지 않은 일들만 하지는 않았는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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