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배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환경에 있습니다. 옛 시대에는 부모가 배운 것과 자녀들이 배운 것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떨까요? 정치, 경제, 사회를 비롯한 사회 전반적인 변화도 크지만, 일상에서 알아야 할 새로운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지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부모가 자녀들에게 직접 노하우를 알려주기는 힘든 시대입니다. 아니, 빠른 시대 변화는 젊은 사람에게도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를 배우게 만들고, 나이 든 사람도 새로운 것을 배워야만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저는 기업에서 18년을 일했습니다. 대부분은 영업과 유통 부문에 있었고, 국내 영업뿐 아니라 해외 영업에서도 일했습니다. 신입사원 때 어려웠던 업무도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지고, 인사이동으로 담당 업무나 지역이 바뀌면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새로운 거래처를 알아가야 하기도 합니다. 퇴사 후 자영업을 시작한 지도 7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자영업에서도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혼자서 동네책방 & 카페 &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마다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서점 운영자로서 책 주문부터, 판매, 회원, 재고관리를 해야 하고, 책 큐레이션, 책 소개도 해야 합니다. 카페 운영자로서 음료를 만들고, 서빙도 하지만, 새로운 음료나 디저트도 고민해야 합니다. 1인 출판사이자 저자로서 내 책을 쓰고, 편집, 디자인, 유통, 펀딩 등 다양한 것을 배워서 합니다. 책을 방문한 손님에게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로서) 온라인 서점에도 판매하려면 주문부터, 배송 등 유통 관리와 전산 관리도 해야 합니다. 전자책을 판매하려면 그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도 배워야 합니다. 세무신고도 시대가 바뀌면서 전산화가 강화되면서 개인사업자도 직접 신고하거나, 세무사를 통해 신고하지 않고 앱을 통해 신고하기도 합니다. 이는 IT 발달로 편해지는 것도 있지만 경쟁 시대에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신고해야 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가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예전에는 직접 하지 않던 일을 직접 해야 하는 예가 늘고 있습니다. 배운다는 것은 단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만이 아닙니다. 키오스크 주문하기, 스마트폰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기, 내비게이션으로 위치를 찾는 것 등은 새로운 것을 배운다기보다는 익숙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대 사회가 경쟁이 심해지면서 회사는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과거 성장 시기에는 조직 인원이 많아서 사수-부사수 혹은 직급이 낮은 (신입) 사원은 담당 업무 없이 얼마간 일을 배우다가 책임 있는 일을 맡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여유 인력 없이 신입사원부터 업무를 맡아서 하는 때가 많습니다. 자영업에서는 예전에는 세 명이 하는 일을 두 명이 하거나, 두 명이 하던 일을 한 명이 하기도 합니다. 또한 일하는 데 알아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시대의 변화에 늘 배워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배움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내가 맡은 업무를 배우는 것입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비교적 큰 회사는 신입 및 경력사원에 집체교육이란 것을 합니다. 신입사원이나 경력사원을 모아서 회사 비전을 비롯한 회사를 소개하고, 회사에서 만들거나 서비스하는 제품 교육을 비롯한 회사 내 여러 부문과 직무에 관해 전반적인 교육을 합니다. 이후 부문 및 팀 배정을 받으면 해당 팀에 관한 세부 교육을 받고, 담당할 업무에 관해서는 전임자나 선배 사원으로부터 직무 교육을 받습니다. 좋은 전임자나 선배를 만나면 비교적 친절하고, 자세하게 배울 수 있지만, 미처 인수인계받을 기회 없이 전임자가 나가거나, 고약한 선배를 만나면 업무 배우기가 쉽지 않겠죠?
그래서 ‘복불복’이란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결국 담당 업무는 다른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힘껏 업무에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을 배우고, 선배나 동료 그리고 관계한 사람들에게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일단 처음에 배우는 것을 어떻게든 지나왔다고 하면, 내 업무를 잘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 경험으로 일을 배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는 태도입니다. 내가 업무 이동으로 다른 업무를 시작할 때면, 처음엔 배워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가르쳐주는 사람이 선생처럼 자세하게 가르쳐주는 예가 많지 않습니다. 기본 업무, 최소한 업무만 알려주는 때가 많습니다. 가르쳐주는 사람도 업무가 많으니, 나에게 여러 번 알려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배우는 사람이 빠르게 기본 업무를 습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내가 했던 것은 ‘나만의 매뉴얼 만들기’였습니다. 업무를 배울 때 한 번 배운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트에 기록도 하지만, 시스템 관련 업무는 초반에 화면 캡처를 활용해서 처음 배운 내용은 빠르고 정확하게 기록합니다. 그 이후에 정리해서 실제 익혀야 할 메뉴, 기능을 익힙니다. 학생 때는 잘 작성하지 않았던 정리 노트를 회사에서는 나만의 매뉴얼이란 이름으로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을 배우는 데 중요한 몫을 합니다.
나만의 매뉴얼 만들기가 내 일을 빨리 배우기 위한 것이라면, 또 다른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내 업무 역량 확장에 관한 것입니다. 평생 같은 일만 해야 한다면, 그 일에 능숙해지는 것 외에 달리 더 배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나 회사 조직에서는 내가 한 가지 일만 하도록 하지는 않습니다. 인사이동, 순환보직 등을 통해 다른 일을 하게 합니다. 특히 영업 부문이나 돈을 다루는 일은 같은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인사관리에 있어 같은 일을 3년 하면 더 이상 발전하지 않거나, 특히 돈을 다루는 경우에 부정을 저지를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꼭 부정을 저지르지는 않더라도, 3년 정도 일을 반복하면 더 이상 개선하려고 하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학교나, 군부대, 공기업, 회사의 일반 부서에서 3년이 지나면 다른 곳이나 다른 일을 맡기려고 합니다. 요즘에는 안정성을 위해 진급에 다소 페널티가 있더라도 3년 연장의 선택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를 잘 살펴보면, 적어도 3년간은 내가 맡은 일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내가 하는 일에서 업무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다듬거나,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도하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내가 맡은 일을 더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일에 관심을 두고, 개선할 방법을 찾는 것도 배움의 일환입니다. 또한 인사이동을 생각하면, 내가 맡은 일뿐만 아니라 관련된 부서나 고객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일에 관심을 두고, 내 일에 연관성(직접적이지 않아도 도움이 될)을 찾는 것도 배움의 하나입니다.
일의 배움에 있어, 내일과 관련된 주변으로 확장성을 고려하여 관심과 배움을 익히는 것이 있다면, 또 다른 방향으로 일의 수직 확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내가 하는 일과 팀원의 일이 모여 팀(조직)의 일이 되는 것을 알아야 하고, 나아가 부문과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사원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팀장과 임원의 관점에서 일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연차가 쌓일수록 시키는 일만 생각하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팀의 일에서 내 일이 차지하는 비중과 위치를 생각하고, 나아가 임원의 관점에서 내 일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는 것이 늘어갔습니다. 물론 이는 회사 생활에서 당연한 팁입니다. 그런데 그 당연한 팁이 생각보다 당연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평소에 동료들, 팀장, 임원과 소통하지 않으면 쉽게 동료와 팀장, 임원의 관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대화보다는 문자, 카톡, 메일로 업무를 주고받다 보면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도 선후배, 팀장, 임원과 잘 소통하려 노력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에 정말로 소통을 잘했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일을 배우는 데 있어 소통의 방법과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을 배운다는 것은 내가 독학으로만 배우는 것은 어렵습니다. 학생 때처럼 주어진 것을 공부할 때는 배울 것이 명확하고, 선생이 가르치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면 됩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내 일을 명확하게 주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이 움직이는 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정해진 일과 방향으로만 가지 않습니다. 좋은 팀장, 선배, 팀원을 만나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세세하게 가르쳐주고, 직장 내에서 소통하고, 성장할 수 있게 나를 가르쳐주면 좋겠지만, 이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배운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고, 상호작용에서 나도 노력해야 합니다.
학교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많지만, 직장 혹은 사회에서는 나와 타인이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타 부문, 선배, 팀장, 임원 등과 교류하는 중에 내가 저들과 대화하기 위해 무엇을 더 알아야 하고, 내가 그들의 위치에 가면 어떤 것을 알아야 하고,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직급이 올라가고 경력이 쌓이면서 조금 더 높고, 멀리 보는 시야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사원일 때는 시킨 일 위주로 잘할 방법 찾기에 골몰했다면, 내 일이 익숙해지면서는 팀 전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면서 내 일이 어떤 역할을 하고, 그래서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다른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팀과 작은 업무 교류가 있으면, 관심을 두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하고, 후배가 들어오면, 후배를 가르치고 조직에 적응하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소통하는 방법에 많은 고민 했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소통하는 방법이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일하는 시간은 줄고, 개인 중심의 사회로 변화하고 있어,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기술이나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과거보다 더 좋은 환경입니다. 그러나 동료 간, 선후배 간 소통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은 아직도 많습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도 바라볼 줄 알아야 하고, 내 일이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특히 저는 한 단계 위가 아닌 두 단계 이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물론 잘하진 못해서 결국 회사를 나오긴 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자영업 [동네책방 & 카페 & 출판사]에서 비교적 넓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고 생각합니다).
배운다는 것은 단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만은 아니겠지요. 꼭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내가 몰랐던 것을 배우는 것도 있지만, 때로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배우기도 하고, 저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반면교사를 배우기도 합니다.
경험이란 판단에 앞서 그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 직접적인 경험과 간접적인 경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경험은 동일한 상황을 본인이 직접 체험함으로써 당시의 경험을 갖고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의 경험과 완전히 동일한 상황이란 있을 수 없고, 그 경험이 일어난 상황도 변화가 많습니다. 또한 사람의 직접 체험은 한계가 많기 때문에 경험의 크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험(직접 체험하기)이 중요한 것은, 운동을 잘하기 위한 기초 체력과도 같아서 운동 역량의 근간이 된다는 것과 직접 체험한 경험은 내가 판단하는 데 있어 ‘확신’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그 경험으로 인한 단점은 편향된 기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경험이 쌓일수록 자기주장만 강하고(옳다고 생각하고) 타인(특히 나이 어린)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꼰대라 하지요. 꼰대는 나이가 많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만을 옳다고 생각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사람입니다.
직접 경험을 늘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 다른 방법으로 경험을 늘리는 것은 가능할까요? 직접 경험이 아니더라도 간접 경험을 통해 나의 경험치를 늘릴 수가 있습니다. 간접 경험이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타인의 경험을 통해 나에게 전달받는 방법에는 독서, 뉴스나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 법도 있고, 타인과의 대화나 관찰을 통해서도 그 경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배움에는 이처럼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어느 한 가지만 선택할 것이 아닌 다양한 배움의 경로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복잡합니다. 그곳에서 올바른 배움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