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dream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항상 ‘요리’를 중에서 떠올렸다. 매번 나는 똑같이 대답을 한다.
“돈가스, 회, 초밥”
입맛은 변하지 않는가? 내 생각에는 초딩 입맛이 어른이 돼서도 가는 경우가 있고,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어른의 입맛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는 거 같다. 특히 나는 잘 먹지 않던 음식들을 사회 생활하면서 겪어 입맛이 아닌 음식의 경험을 넓혀 가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내가 운영하는 책방에서 어른들의 독서, 글쓰기 클래스를 진행하던 중 ‘소울푸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수강생과 ‘소울푸드’가 무엇이 있는지 질문하고 대답하던 중 난 어김없이 또 ‘돈가스, 회, 초밥’이라고 대답하려고 하는 순간, 머릿속에서 다른 음식이 떠올랐다. 그게 바로 ‘치즈케이크’였다. ‘요리’가 아닌 디저트가 생각난 이 순간 나는 정말 나를 알게 되었다. 나는 디저트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치즈케이크’는 매일 먹는 건 아니지만 카페에 가서 메뉴에 ‘치즈케이크’가 있다면 무조건 주문하는 편이었다. 요즘 한 가지 디저트로 승부하는 카페들이 많다보니 치즈케이크 보기가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치즈케이크를 보면 얼마나 반갑던지. 내가 이제까지 디저트를 먹어봤을 때 크게 실패하는 경우가 없고, 부드럽고 달달함이 그냥 기분 좋게 만든다. 아이스크림을 떠먹듯이 계속 포크질을 하다, 한 번 먹으면 다음이 기다려지고, 금세 한 조각 다 먹어 빈 접시를 보면 아쉽다. 아직까지 치즈케이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아쉬울 때 끊어줘서 다음을 또 만나게 되는 기다림이 있으니 말이다. 치즈케이크도 여러 종류 버전들이 있는데 내 입맛에는 바스크 치즈케이크가 딱이다. 약간 탄 듯한 맛과 치즈의 맛이 잘 어우러져 더욱 더 풍미를 느끼게 되는 거 같다. 쉽게 구입해서 먹을 수 있는 치즈케이크로는 파리바게트에서 파는 ‘치즈가 부드러운 시간’이라는 작은 치즈케이크가 있다. 조각케이크보다는 양이 있고, 일반 케이크보다는 작아 딱 적당한 사이즈의 케이크이다. 맛도 식감도 좋다. 쉬폰 케이크를 먹는 것처럼 사르르 녹아내린다. 한 번은 요리책 서평단에 당첨된 적이 있었다. 그 책은 디저트 책이라 집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서평 체험 중 책에 나와 있는 디저트 하나 만들어 보는 건데 나는 이것저것 보다가 단호박 치즈 케이크가 눈에 들어왔다. 집에 단호박도 많이 있을뿐더러 쉽게 치즈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만큼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았다. 단호박을 삶고 미리 사다둔 크림치즈가 부족해 얼른 빵집으로 가 더 사오는 수고까지 더해 굽고 냉장고에 넣은 후 완성된 것을 보니 일단 그럴싸한 모양을 보니 안심이었다. 중요한 맛도 카페에서 파는 것 같은 치즈케이크 맛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 맛은 내가 사 먹을 때보다 배로 감동이 아닐 수가 없었다. 치즈케이크를 좋아하다가 직접 만들기까지 해보다니. 이제 치즈케이크 좀 알아가는 거 같다. 네가 탄생하는 그 순간까지 내가 직접 준비과정부터 완성 되는 과정을 겪어내니 치즈케이크 너를 더 좋아할 수밖에 없구나.
내가 책을 읽을 때도, 디저트가 당길 때도, 지금 이 순간에도 치즈케이크가 떠오르는 걸 보면 역시 나의 소울푸드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