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유 Oct 24. 2024

나의 소울푸드 치즈케이크

sweet dream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항상 ‘요리’를 중에서 떠올렸다. 매번 나는 똑같이 대답을 한다. 

 “돈가스, 회, 초밥”

 입맛은 변하지 않는가? 내 생각에는 초딩 입맛이 어른이 돼서도 가는 경우가 있고,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어른의 입맛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는 거 같다. 특히 나는 잘 먹지 않던 음식들을 사회 생활하면서 겪어 입맛이 아닌 음식의 경험을 넓혀 가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내가 운영하는 책방에서 어른들의 독서, 글쓰기 클래스를 진행하던 중 ‘소울푸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수강생과 ‘소울푸드’가 무엇이 있는지 질문하고 대답하던 중 난 어김없이 또 ‘돈가스, 회, 초밥’이라고 대답하려고 하는 순간, 머릿속에서 다른 음식이 떠올랐다. 그게 바로 ‘치즈케이크’였다. ‘요리’가 아닌 디저트가 생각난 이 순간 나는 정말 나를 알게 되었다. 나는 디저트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치즈케이크’는 매일 먹는 건 아니지만 카페에 가서 메뉴에 ‘치즈케이크’가 있다면 무조건 주문하는 편이었다. 요즘 한 가지 디저트로 승부하는 카페들이 많다보니 치즈케이크 보기가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치즈케이크를 보면 얼마나 반갑던지. 내가 이제까지 디저트를 먹어봤을 때 크게 실패하는 경우가 없고, 부드럽고 달달함이 그냥 기분 좋게 만든다. 아이스크림을 떠먹듯이 계속 포크질을 하다, 한 번 먹으면 다음이 기다려지고, 금세 한 조각 다 먹어 빈 접시를 보면 아쉽다. 아직까지 치즈케이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아쉬울 때 끊어줘서 다음을 또 만나게 되는 기다림이 있으니 말이다. 치즈케이크도 여러 종류 버전들이 있는데 내 입맛에는 바스크 치즈케이크가 딱이다. 약간 탄 듯한 맛과 치즈의 맛이 잘 어우러져 더욱 더 풍미를 느끼게 되는 거 같다. 쉽게 구입해서 먹을 수 있는 치즈케이크로는 파리바게트에서 파는 ‘치즈가 부드러운 시간’이라는 작은 치즈케이크가 있다. 조각케이크보다는 양이 있고, 일반 케이크보다는 작아 딱 적당한 사이즈의 케이크이다. 맛도 식감도 좋다. 쉬폰 케이크를 먹는 것처럼 사르르 녹아내린다. 한 번은 요리책 서평단에 당첨된 적이 있었다. 그 책은 디저트 책이라 집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서평 체험 중 책에 나와 있는 디저트 하나 만들어 보는 건데 나는 이것저것 보다가 단호박 치즈 케이크가 눈에 들어왔다. 집에 단호박도 많이 있을뿐더러 쉽게 치즈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만큼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았다. 단호박을 삶고 미리 사다둔 크림치즈가 부족해 얼른 빵집으로 가 더 사오는 수고까지 더해 굽고 냉장고에 넣은 후 완성된 것을 보니 일단 그럴싸한 모양을 보니 안심이었다. 중요한 맛도 카페에서 파는 것 같은 치즈케이크 맛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 맛은 내가 사 먹을 때보다 배로 감동이 아닐 수가 없었다. 치즈케이크를 좋아하다가 직접 만들기까지 해보다니. 이제 치즈케이크 좀 알아가는 거 같다. 네가 탄생하는 그 순간까지 내가 직접 준비과정부터 완성 되는 과정을 겪어내니 치즈케이크 너를 더 좋아할 수밖에 없구나. 



내가 책을 읽을 때도, 디저트가 당길 때도, 지금 이 순간에도 치즈케이크가 떠오르는 걸 보면 역시 나의 소울푸드가 맞다!

작가의 이전글 인생과자 초코송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