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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유 Oct 25. 2021

커피는 분위기를 마시고

 카페를 차린다는 건 그저 꿈같은 일이다. 무작정 커피가 좋고 그 공간이 좋아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책방을 하고 난 후로 그것은 그냥 꿈일 뿐, 아마 그 현실은 예쁘지 않을 거라 생각이 드니 예전만큼 그렇게 절실하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책방으로 충분하다. 평소 쉬는 날이면 늘 즐기는 것이 예쁜 카페를 찾아 커피 마시며, 책 읽는 것이 나만의 휴식을 취하는 법 중 하나다. 이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카페를 찾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 분위기를 오롯이 느끼는 것이 나의 힐링 시간이다. 어떤 때는 씁쓸한 아메리카노가 생각나고, 어떤 때는 달쓴달쓴(달달하고 쓴) 비엔나 커피가 땡기고, 바닐라 라떼는 달달함이 생각나면 마시는 커피이다. 겨울이 되면 입술에 우유 거품이 묻는 매력에 카푸치노를, 카페에 들락날락 거리기 시작하면서 카라멜 마끼아또에 빠지자  추억을 떠올리고 싶으면 시키는 커피다. 이렇게 커피의 종류만큼 나의 취향과 그날의 기분과 느낌이 다 다르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도 다 다르다. 인스턴트 커피부터, 드립 커피, 커피 메이커, 에스프레소 기계에, 모카포트까지 각양각색으로 커피를 즐긴다. 내 신조 아닌 신조는 아무리 집에 커피 마실 수 있는 재료들이 다 있더라도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별개이다. 커피는 맛과 향을 마시기도 하지만 분위기를 마시는 것이기에 엄연히 그 차이는 크다.


 당구장에서 자장면이 맛있고, 한라산에서 먹는 컵라면이 맛있듯 사실 제일 맛있는 커피는 자판기 커피다. 좋은 커피와 물의 온도만큼이나 그 장소와 컵에 따라 맛이 또 다르다. 보통 집에서 커피를 마실 때는 그 커피에 어울리는 잔을, 테이크아웃을 할 때는 웬만하면 텀블러를 사용한다. 그래도 놓치기 싫은 건 믹스 커피는 종이컵에 타 마시는 게 제일 맛있다. 종이컵 사용을 거의 안 하는 내가 유일하게 믹스 커피만큼은 종이컵에 타 마시는 게 다른 컵들과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요즘 보기 힘든 프림(프리마)을 우연히 마트에서 보고 반가웠다. 아빠가 프림 커피를 좋아했는데, 어릴 때 그 커피를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지금의 라떼와 비슷한 맛인 거 같다. 시장에서 이모님의 커피차를 보고 얼른 따라 가 커피를 주문했다. 알아서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셋. 


역시 커피는 그곳의 온도와 향을, 그리고 분위기를 마시는 게 맞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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