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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콩시니모해 Apr 25. 2021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생활과 주거를 공유하는 가족에 대하여 : 프랑스 3편

프랑스 3편 :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한국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가족 정책이나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한국과는 다른 것 같다.

정말 그런지, 과연 그런지 시니의 프랑스 지인에게 물어봤다.



[Romain Destenay와의 대화 (페북 메신저 대화 번역)

시니: (7년만에 뜬금없이 바로 본론으로) 호마~ 올만이야! 잘 지내니? 요새 PACS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는데 몇가지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연락했어!


호마: 안녕! 난 잘지내지만 코로나19는 정말 지치고 힘들어. 내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물어보면 대답해줄게.


시니: 고마워. 우선 너나 프랑스의 젊은 친구들은 “PACS 시스템”과 “가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호마: 우선 나는 PACS 시스템에 대해서 자세히는 몰라. 내가 아는 것은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세금 시스템이라는 것 정도. 음.. 그리고 내 생각에 “가족”은..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해줄 수 있어?


시니: 응! 너는 혈연 관계나 법적인 결혼 제도를 통해 맺어진 사람들만 가족이라고 생각해? 


호마: 음.. 나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해.  만약 결혼 서약을 하지 않는 두 사람에게 아이가 있고 그들이 스스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들이 가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 이건 그들의 상호 합의라고 볼 수 있어. 내가 생각할 때 그들 사이에 아이가 있느냐가 중요해. 때때로 연인들이 “우리 이제 서로에게 가족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이제 아기를 가지자”를 뜻하기도 해. 내 생각엔 그리고 아마도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결혼과는 상관없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시니: 어려운 질문인데 잘 대답해줘서 고마워!


호마: 별말씀을! 아 한가지 더 이야기해보면, 내가 아는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은 하나님을 믿지 않아. 그리고 더욱이 젊은 친구들은 결혼은 쓸모없고 이미 끝난 제도라고 생각해. 아마도 결혼한 사람들의 절반이 이혼하기 때문인 것 같아. 가족은 중요하지만 거기엔 결혼, 특히 신의 개념은 없어. 결혼은 “세속적(secular)”인 것이고 친구와 가족 앞에서의 상호 합의야. “신이 보는 앞에서(in the eyes of God)”라는 개념은 거기에 없어.


시니: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한국의 결혼 제도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너가 해준 이야기들을 사용해도 될까?


호마: 물론. 아 한국과 프랑스 차이 한가지 이야기해볼게. 내가 한국에 있을 때 느꼈던 것 중에.. 한국 사람들은  화목한 가정(good functional family)을 이루는 것이 인생의 성공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특히 35살 이상의 미혼 여자들은 아마 패배감을 느끼지 않아? 프랑스에서는 너가 평생 혼자 살아도 문제될 것이 없고, 성공한 인생을 논할 때 결혼여부가 절대 중요하지 않아. 그래서 내가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해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시니: 오 그렇구나. 더 이야기해줄 것 있으면 계속 해줘.


호마: 음. 디즈니 공주 이야기 변천사를 통해서 세상이 변하는 트렌드를 볼 수 있을거야. 예전에는 공주들이 항상 결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지. 남편 또는 왕자를 찾아서 결혼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이걸 보고 자란 여자 아이들은 당연히 본인들의 성공 기준을 결혼이라고 생각하게 됬지. 하지만 요새는 달라졌어. 공주 이야기의 결말은 억압으로부터의 독립과 공주 본인의 행복이야. 거기서 결혼은 부차적인 것이 되었지. 


시니: 맞어! 나도 새로운 알라딘에서 자스민 공주의 내용이 변한 것을 보고 많이 느꼈어! 너의 생각을 자세히 나눠줘서 고마워! 글 마지막에 “special thanks to”에 꼭 너의 이름을 넣을게!


호마: 하하 고마워! 나도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서 너무 재밌었어. 질문이 더 생기면 언제든 연락해!


프랑스 사례에 대해 공부하면서 셋 다 놀랐던 부분은 생각보다 여성, 가족, 동성혼 등등에 대해 고민하고 제도와 시민 인식에 변화가 있었던 게 얼마 안 된 일이라는 거다. (그렇다. 프랑스니까 날 때부터 모든게 개혁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국가가 아닌 개인의 행복, 어떤게 행복인지 자신이 어떻게 살지 각자 고민하고 그 결정을 국가나 타인이 지지해준다는게 신기했다.


아래는 공부하고 나서 각자의 후기.


모해 :

친구같은 가족은 가족이지만 가족같은 친구는 남이고, 연인같은 부부는 가족이지만 부부같은 연인은 남인 사회에 살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소개하듯 프랑스를 소개했지만 사실 한국에도 동거, 사실혼, 세대통합형 세대 구성 등이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와 같다. 하지만 한국과 프랑스의 차이점은 이 다양한 결합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과 제도를 통해 이 결합이 보호받을 수 있냐인 것 같다.


팍스(PACS)에 대한 자료를 찾아볼 때 가장 많이 참고했던 책의 저자는 다양한 개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다양한 가족형태를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하며, 결국 제도의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제도를 완성하는 사람들의 태도라고 했다. 또 프랑스에 살면서 시민 개인의 선택을 국가가 법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무엇이 진정한 시민의 권리인지 질문하게 되었다고 했다.


한국도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 같다. 이전의 한국 사회는 부부와 자녀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 형태만이 정상적인 가족 형태라 생각하고 이 가족의 형태를 벗어난 가족은 건강, 의료, 세금, 주거, 양육 등의 제도적 혜택과도 자연스럽게 멀어졌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1인 가구, 비혼 가구, 동거 가구, 지인과 함께 사는 가구, 동성 친구와 함께 사는 가구, 재혼하지 않는 황혼 동거 가구가 사회의 다양성을 말하는 한 측면으로 나오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생활동반자법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 같고.


이런 사회의 흐름과 시민 사회의 요구가 제도적으로 잘 정리되면 좋을 것 같다.


킹콩 :

개인의 자유나 다양성에 대해 긴 설명이 필요한 문화에서 살고 있다. 


줄자를 대고 가로와 세로를 잘라 딱 그만큼 안에서 자유로운 사회. 짤막한 대명사로 한번에 모든것을 이해시키도록 요구하는 사회. 자유롭다고 생각했던 삶이 실은 착각이었던 세상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결혼식은 했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 꽉 채운 2년을 코앞에 두고 나는 결혼식 때 내 옆에 서 있었던, 현재는 동거인이 된 사람과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이 대목에서 혼인신고를 왜 안하는지,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는지 등등을 캐내고 당신만의 잣대로 나를 평가하고 싶은 사람은 지금까지 읽었던 모든 것을 지우고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면 된다.


개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민국은 불친절하다.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인간적으로. 결혼을 제외한 다양한 삶의 형태에도 한국은 평평하게 불친절하다.


상대방을 알아가는 노력을 하고, 이해하는 수고를 하고, 경계선을 존중하는 방식이 서로를 얼마나 풍요롭고 견고하게 만드는지. 관습적인 역할로 관계 맺는 방식을 벗어나야 비로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당사자들이면 된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지난하게 사는 방법을 탈출하고 새로운 풍경을 마주해 볼 것을 제안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 홀가분할 것 그리고 재미있을 것.


제도의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제도를 완성하는 사람들의 태도. 

책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평생을 애써도 두명이 만나 한명처럼 될 수 없다. 일찌감치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배우면서 적용해야 한다. 한국의 가족구성역사는 공존을 기준으로 보면 거의 실패했다. 세대와 세대사이에 켜켜이 쌓인 갈등이 터지기 직전 풍선처럼 위태롭다.


혈연으로 맺어진 공동체가 미숙하다. ‘우리’라는 단어가 폭력적으로 쓰이고 그 안에서 태어난 개인도 미숙하다. 그런 개인들이 모인 공동체가 제도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도가 미숙하다. 미숙함이 낳은 피해는 다양한 결핍을 품고 개개인에게 고스란히 뿌려진다.


개인의 삶을 보조해주기 위해 법제도적으로 씨실과 날실을 엮고 있는 프랑스를 보며 우리도 언젠가는! 희망을 가져본다. (끝)


시니 :

우선 프랑스의 이성애자들이 왜 결혼이 아닌 PACS를 선택하는지 알게되었다. 우리 나라의 결혼 제도보다도 훨씬 절차가 복잡하고 돈도 많이 들고 이혼 절차의 어려움도 더 심하기에 사람들의 선택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결혼 의식을 통해서 가족이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에 결혼이 아닌 PACS를 선택하게 하는 것 같다. 그들에게 결혼이나 PACS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사회 보장 제도를 누리기 위한 것일 뿐인 것이다. 또한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결혼”과 “결혼 제도”에 대해 내 나름대로 조사 및 공부한 시간도 매우 유익했다. 프랑스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니 우리 나라의 결혼 제도는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해졌다. 최근 뉴스에서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았다. 가족에 대한 개념부터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변화의 시작이지 않을까? 결혼 제도가 바뀌려면 먼저 가족에 대한 개념이 변해야 한다. “아빠, 엄마, 아이 둘”이라는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이 이제는 바뀔 때이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지원해야할 시기가 오고 있다.


꼭 결혼을 해야지만 가족인지, 꼭 성애적인 끌림이 있어야지만 남과 가족이 될 수 있는 건지 고민하게 되고 다른 나라의 사례가 더 궁금해진다.


다음은 어느 나라를 공부하게 될까? 기대하시라. 두구두구.


Special Thanks to. Romain Desten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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