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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sky Sep 03. 2021

00. 2년 4개월의 회고

결국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왔다.

입사한 지 2년 4개월 차가 되었다. 


2018년 여름, 인턴을 한 회사에서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합격했다. 졸업하기도 전에 입사한 터라 막 학기를 회사에서 보냈다. 오랜 기간 근속한 선배들이 많은 부서에서 막내로 귀여움 받으며 하나하나 일을 배워나갔다.


도전해보고 싶은 산업이었지만 내 예상보다 일은 많고 까다로웠다. 신입의 패기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날이 많았다. 집에 가며 매일 울고,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잘해보려 애썼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가며 주어진 일을 어떻게든 해보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 무렵, 본가에 내려가 며칠을 꼬박 울던 나에게 아빠는 꼭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좋으니 어려우면 그만두어도 좋다고 했다. 25살 때 일이었다.



점점 회사의 일이 익숙해지고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업무량은 많았지만 1년 차 때처럼 강박에 시달려 밤을 새지는 않았다. 여전히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래도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몇 년을 채우고 경력직으로 이직할 계획이었다. 다행히 같이 일하던 사람들은 좋은 편이라 같이 힘듦을 토로할 수 있었다. 회사 근처로 이사를 온 것도 한몫했다. 지하철에서 버리는 시간이 줄고 잠이 늘었다.


회사에 점차 적응해 나가면서 그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회사와 부서에 불만인 것들도 늘어갔다. 다른 부서라면 받았을,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인센티브, 과도하게 많은 업무와 여러 요구 사항, 충분치 못한 지원. 억울할 때가 많았다. 늘 그만두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는 말이 맞겠다. 차라리 부서가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내가 관둔다고 말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이 생활에 잠식되어 있는 것 같은 내 모습이 답답하고 싫었다.


그리고 정말, 부서가 사라졌다.


늘 상상하던 것처럼 결국은 부서가 사라졌다. 다른 사람은 황당해하고 슬퍼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나난 내심 기뻤다. 그리고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다른 부서로 갈 것인지, 회사를 관둘 것인지. 부서 이동을 하겠다고 했다. 당장 백수가 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았다고 말하겠다. 입사 2년 하고도 몇 개월 차에, 직무가 바뀌었다.


같은 회사이기는 해도 직무와 환경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사람들은 다행히 좋았고, 근무 환경은 더욱 좋아졌지만 나 자신에 대해 고민이 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 가치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일의 성격이 바뀐 만큼 고민은 계속 늘었다. 좋은 점도 분명 많았지만, 예상되는 앞으로의 내 모습에 생기가 없었다.


결국 혼란한 시점이지만, 이직을 준비하기로 결론을 냈다. 올해 동안 해 볼 요량이다. 겨울은 거의 끝나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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