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4 「하우스 (1977)」

by 전율산
SE-119a79fa-abb3-467e-bc5a-5205614dfb87.jpg

「ハウス」 70/100


Qu'est-ce que j'ai dit?

내가 뭐라고 했더라?

사뮈엘 베케트 (Samuel Beckett, 1906-1989) - 《고도를 기다리며 (En attendant Godot)》


사이키델릭과 팝을 합쳐 영화에 집어던졌다. 오오바야시 노부히코의 데뷔작 「하우스」는 도전적이고 과감한 편집을 통해 새로운 영화 체험의 지평을 연다. 광과민성 발작을 일으킬 듯 명멸하는 화면과 이미지들, 화면을 온통 조각내고 덧붙이며 과감하게 활용되는 몽타주, 맥락 없는 좌우 반전, 현실 속 환상처럼 보이는 매트 페인팅, 화면의 다중 노출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듯 하나의 장면에서 들려오는 여러 멜로디. LSD를 잔뜩 하고 영화관에 간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우스」는 그 정도로 어지럽고 정신 사나운 화면을 자랑하는 영화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마치 클리셰의 페르소나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전형적인 캐릭터들의 특징이 극단적으로 데포르메 되어 있다. 실제 사람이라기보다는 만화 캐릭터에 가까울 정도의 유치한 수준으로 말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데포르마시옹은 캐릭터에만 국한되지 않고 영화 전체에서 발견된다. 오샤레가 새어머니를 거부하는 장면은 드라마에서 자주 볼 법한 것이며, 쿵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갑자기 중국 액션 영화가 되지를 않나 (얘는 심지어 땔감들이 날아들며 자신을 공격해도 기분 탓이려나 하며 넘긴다!), 멜로디가 피아노에 잡아먹히는 장면을 비롯해서 여러 공포스러운 장면들은 과장하여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등,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과장되어 있다.

뇌절도 끝까지 하면 예술이 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정말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톰과 제리」 같은 만화영화들도 실제 동물들이라고 생각하면 끔찍하겠지만, 만화적으로 과장되었기에 귀엽고 웃긴 것처럼, 「하우스」 또한 끝까지 간 만화적 과장 덕분에 공포스러운 스토리와는 별개로 컬트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심지어는 보다 보면 진지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웃길 정도다. 우물에는 수박 대신 친구의 머리통이 들어 있고, 괘종시계부터 시작해서 집 안의 오만가지 것들이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들며, 멜로디는 결국 잡아먹혀서 손가락만 남아 피아노를 치는 등 어지간한 호러나 고어 영화들은 뺨칠만한 장면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장면들이 전혀 불쾌하거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정도니까.


여러모로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 (1977)」이 많이 겹쳐질 정도로 이상하고 엽기적이며 컬트적인 영화였으나 (심지어 두 영화는 개봉 연도마저 같다!), 그보다는 훨씬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의 영화로, 가볍게 뇌를 비우고 보기 좋다. 노부히코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전쟁의 공포를 모르는 소녀들에게 이를 알려주는 영화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관람 일자


2024/08/30

keyword
작가의 이전글#43 「태풍 클럽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