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台風クラブ」 84/100
다만 더운 김을 뿜으며 비가 지나가고 천둥도 가끔 와서 냇물은 사랑니 나던 청춘처럼 앓았다
허수경 (1964-2018) - 「레몬」
무욕에 관한 집착은 그 자체로 결국 욕망이다. 본질에 대한 과도한 추구도 그렇다. 본질을 보기 위해 자꾸만 인위를 벗겨내려고 하는 것은 허위이다. 인간은 인간이기에 그 본질은 어느 정도 인위적일 수밖에 없다. 「태풍 클럽」이 청춘을 날 것으로 전시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그 인위적임은 텁텁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친 추상과도 같이 그려진 「태풍 클럽」 속 통제되지 않는 젊음의 야수적 본성은 그런 허위들의 틈새마저 비집고 나오며 청춘이 썩 아름다운 것만은 아님을 극렬히 통감하게 만든다. 청춘은 태풍과 그 눈을 갈팡질팡하며 춤추는 아이들처럼 혼란스럽고, 거칠고, 폭발적이다.
윌리엄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는 그의 저서 《인간의 굴레에서 (Of Human Bondage)》에서 이렇게 말했다. "젊음이 행복하다는 것은 환상이다. 그것을 잃은 자들의 환상 (It is an illusion that youth is happy, an illusion of those who have lost it)" (125).
소마이 신지는 그러한 청춘을 아름답게 비출 생각이 없다. 지리멸렬할 정도로 종잡을 수 없는 그들의 행동은 순수하게 비추어지기보다는 기이하고도 기괴하다. 여자아이들은 야마다 아키라를 익사하게 만들 뻔했고, 홀로 안부 인사를 하는 시미즈 켄은 오마치 미치코에 대한 연심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그녀의 등에 달구어진 금속 조각을 넣어 화상을 입힌다. 심지어는 미치코를 쫓아가 그녀의 옷을 찢어발기기까지 한다. 물론 이어지는 장면으로 보아 강간 시도라기보다는 자신이 입힌 상처를 확인하고 괴로워하는 장면이라고 보는 편이 합당하겠지만, 미치코에게도 관객들에게도 그것은 그저 성적인 폭력처럼 비추어질 뿐이다. 그뿐인가, 원조교제를 연상케 하는 장면은 물론이요, 퍼붓는 비 속에서 옷을 발가벗고 춤추는 학생들의 모습까지도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자꾸만 닿을 수 없는 어른의 영역에 손을 뻗고, 그 모든 장면들이 몹시도 불쾌하게 다가온다.
배움의 과정이란 오류와 오류에 대한 인지에서 출발한다. 반복되는 오류와 그 수정은 동일한 오류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해 주고, 우리의 사고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 발달한다. 사춘기는 오류의 시기이다.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도출된 궤변을 따라가며 인생을 오도하고, 그러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오고, 다시 오도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어른은 옳은 예시를 보여주고 올바른 길로 아이들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태풍 클럽」속 아이들은 자신의 길잡이가 되어 줄 어른의 존재를 갈구한다. 홀로 집을 들락날락하며 "다녀왔습니다 (ただいま)" (台風クラブ 00:21:45)와 "어서 오렴 (お帰り)" (台風クラブ 00:21:50)을 반복하는 켄의 모습도, 우메미야 선생은 올바른 어른이 아니라며 아이들이 그를 질타하는 장면도, 타카미 리에가 어머니를 찾으며 자위하는 장면도, 모두 어른에 대한 아이들의 결핍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그들은 어른을 자꾸만 따라 한다. 담배를 피우고, 섹스를 한다. "나는 절대로 당신처럼은 되지 않아, 절대로 (僕は絶対にあなたには成らない、絶対に)" (台風クラブ 01:25:43)라는 쿄이치의 호기로운 선언과는 다르게, 선생의 "앞으로 15년 (あと15年)" (台風クラブ 01:25:38)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그들은 어쩌면 이미 되고 싶지 않았던 어른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불행히도 태풍이 곧 몰아닥칠 토요일 밤의 학교에는 어른이 없다. 아이들만 남겨진 태풍 속의 학교, 오도를 바로잡아 줄 이는 없다. 태풍은 모두에게 예보된 역경이고 휘몰아치는 사춘기이다. 거대해져버린 원자가 붕괴하듯 아이들의 커다란 에고가 붕괴하며 내뿜는 에너지를 감속시켜줄 사람은 없고, 어른을 따라 하며 욕망을 갈구하는 그들의 에너지는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발산된다. 그러나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쿄이치 뿐이다.
미카미 쿄이치는 종(種)과 개(個)에 관해 고민한다. "개가 종을 초월하는 게 가능할까 (個は種を超越出来るんだろうか)" (台風クラブ 00:26:21)? 개는 넓게는 개체, 좁게는 자아, 즉 쿄이치 그 자신. 그리고 종은 인간들 전체, 혹은 어른들과 그 사회상, 즉 구조. 그건 개인이 구조에 종속되지 않을 수 있겠냐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내놓은 궤변. "죽음은 종의 개에 대한 승리라고 들었는데 말이야 (死は種の個に対する勝利だって聞いたけど)" (台風クラブ 00:26:27). 이러한 잘못된 정보는 쿄이치에게 잘못된 믿음을 가지게 만들고, 결국 그는 잘못된 결론으로 오도되어 "죽음은 삶에 선행한다 (死は生に先行するんだ)" (台風クラブ 01:48:13) 느니, "그러니까 내가 죽을게, 모두가 살기 위해서 (だから、俺が死んで見せてやる、みんなが生きる為に)" (台風クラブ 01:49:00) 같은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살을 시도한다.
자신이 아는 자신과 주변 세계에 대한 관계 맺음을 몇 번이고 수정하는 과정은 괴롭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관계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 우리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을 형성하고, 그러한 구조에 종속적이다. 하위 개념이 상위 개념을 집어삼킬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다시 말해, 개는 종을 이길 수 없다. 그렇기에 구조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것은 많은 실존주의자들이 봉착한 문제이자, 사르트르 또한 받아들이라고 말한 불안과 고립, 그리고 절망(angoisse, délaissement, désespoir) (27)으로 우리를 인도할 수밖에 없다.
몸은 또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진실되지 않은 이상만이 주입되어 가득 차 있고,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멍들고 상처받기에 자신들이 비참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읽은 모든 것, 전해 들은 모든 것이 거짓이고, 거짓이며, 또 거짓임을 스스로 알아차려야 하며, 매 깨달음의 순간마다 깨달음은 몸에 박히는 또 하나의 못과도 같을 것이다 (but the young know they are wretched for thery are full of the truthless ideal which have been instilled into them, and each time they come in contact with the real, they are bruised and wounded. … They must discover for themselves that all they have read and all they have been told are lies, lies, lies; and each discovery is another nail driven into the body on the cross of life)" (125-126).
청춘은 던져졌다. 그것은 의도된 바가 아니다. "인간은 자유롭기를 선고 (l’homme est condamné à être libre)" 받았고 (Sartre 37), 아와 비아 사이를 적당히 절충하며 자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소마이 신지는 아에 극단적으로 치우친 페르소나를 제시했다.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이제 오롯이 감상자의 몫이 된다.
「태풍 클럽」의 호불호는 그러한 지점에서 생겨난다. 발가벗은 모습이 소마이 신지가 생각하는 진정한 우리의 나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의 인간관을 비판할 것이고, 그것을 카오스이자 문제상황으로 인식한다면 이 영화를 좋아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생기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매력적인 영화로 다가왔으며, 사춘기의 태풍을 유예하려 들지 않고 어른의 도움 없이도 온몸으로 받아들이려 하는 아이들의 모습 그 자체는 혼돈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작은 꽃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행위가 당장은 틀리고 미성숙하고 파괴적이면 어떤가. 어차피 무너뜨려야 할 사상누각이라면 한 번에 넘어가도 좋지 않은가.
참고 자료
Maugham, W. Somerset. Of Human Bondage. London, William Heinemann, 1915.
Sartre, Jean-Paul. L’existentialisme Est Un Humanisme. Paris, Nagel, 1966.
台風クラブ. Directed by 相米慎二, 東宝, ATG, 31 Aug. 1985.
관람 일자
2024/08/01 - 영화공간주안 4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