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중국 전승절을 지켜보며
2025년 중국 전승절 관련해서 인상적으로 본 뉴스가 있다. 바로 푸틴과 시진핑 간 대화다. 공식적인 외교적 발언이라기보다는 사담(私談)이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마이크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시진핑은 말했다. “예전엔 70세까지 사는 사람이 드물었는데, 지금은 70세도 어린아이”라고.
이에 푸틴은 “인간의 장기는 지속적으로 이식될 수 있다. 당신은 오래 살수록 젊어지고, 불멸에 이를 수도 있다”라고 했다. 그러자 시진핑은 다시 웃으며 대거리를 한다. “금세기에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라고.
위 대화를 담은 영상은 로이터가 중국 관영 매체인 CCTV의 허가를 받아 전 세계에 최초 배포했다. 그런데 두 지도자의 음침한 권력욕이 시사되는 발언이란 평이 여기저기서 나오자 중국 측에서 뭔가 찝찝했나 보다. CCTV는 로이터 쪽에 해당 발언이 와전되었음을 주장하며 영상 사용 허가를 취소했다. 다만 로이터는 CCTV의 요청에 따라 다시 영상을 삭제 조치하면서도 "보도 내용의 정확성을 확신한다."라고 첨언한다.
만약 중국이나 러시아 국민이라면 이 뉴스를 보고 간담이 서늘해지지 않을까. 혹은 분노에 휩싸이지 않을까. 아, 우리 통치자의 속내가 이런 거구나.
이번 행사는 전승절이란 외피를 둘렀을 뿐, 사실상 북·중·러 정상 간 만남이자 미국을 향한 으름장이었다. 얼마 전 "당신이 피스메이커 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라는 말 한마디가 한미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휩쓸었듯 생명 연장을 꿈꾸는 독재자들의 속내는 단연 탑 뉴스가 될 만했다.
'셋 다 능글능글한 탐욕덩어리구나.'
여러 외교적 논점보다도 내겐 딱 이 사실만이 뇌리에 박혔다. 세 통치자는 돈도 권력도 움켜쥐었으니 이걸 유지할 방도에 대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요즘 기대 수명을 논했으리라.
북·중·러는 정치 체제만 공산주의지 사실상 경제 면에서는 자본주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 이 세 나라 지도자들은 그야말로 자본주의에 물들었구나 싶다.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으니 이젠 유지시키는 방편만 남은 게 아닌가.
인류는 공산주의가 붕괴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바로 인간의 소유욕은 절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적 소유를 금하는 100여 년간의 거대한 체제 실험은 실패했다. 그렇다고 해서 정반대 논리를 강조하는 자본주의 끝판왕, 신자유주의는 폐단이 없을까?
이 세 지도자는 아마 수명 연장을 위해 돈이면 가능한 모든 대안을 동원할지도 모르겠다. 의학 기술로 성공을 보장받는다면 싱싱한 젊은이의 장기를 교체받을 지도, 신선한 피를 공급받을지도, 선명한 안구를 확보할지도 모른다. DNA 일부를 냉동 상태로 저장해 놓고 생명 연장을 담보해 주는 신기술을 고대할지도 모른다. 돈으로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이다. 돈이 권력이라는 이치를 이 독재자들은 일찌감치 간파했으리라.
외교 뉴스를 보며 뜬금없지만 죽음을 떠올린다. 이 육중한 세 아저씨들은 높은 단상에서 번지르르한 발언을 해대지만 결국 이들도 인간이다. 언젠간 다들 죽을 텐데 현생에 쌓아놓은 게 많을수록 저승으로 향하는 게 싫겠지.
수명 연장을 기대하는 두 통치자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 중국과 러시아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과연 비판 여론이 자국에서 공론화될 수 있을까.
궁핍할수록 이런 호화로운 생명 연장의 꿈은 상상하기 어렵다. 서민들은 수입을 쪼개어 헬스클럽을 등록하고, 영양제를 주문하고, 술·담배를 조절하는 정도로 죽음을 되도록 저 멀리 몰아내려 한다. 하지만 가족, 친구, 지인의 부고를 갑작스레 접하면 내게도 갑자기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 듯 공포를 느낄 때가 있다.
과거엔 죽음이 지금보다 좀 더 삶 가까이 있었다. 사람을 땅에 묻기까지 복잡한 장례 의식이 있었고, 이후엔 기나긴 제례가 풍습으로 남았다. 일련의 의식들은 상실의 충격을 완화하고 추도하기 위한 방패이자 삶이 유한하고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인간은 존재라기 보단 점점 살 덩어리 취급을 받는다. 온갖 치료에 시달리느라 거금을 병원에 바치고 다수는 중환자실에서 생을 마감한다. 매장 방법도 효율화되고 있다. 수목장, 바다장, 잔디장, 화장.. 가뜩이나 북적대는 삶의 공간을 침범할 필요도 없고, 사후 관리도 필요 없는 간편한 시신 처리법이다. 생명보험사들은 기대 수명을 100세로 잡고 수익 구조를 재편하는 세상이다. 모두들 더 건강한 몸과 든든한 밑천을 갖고 현생을 즐기려 애쓴다. 1,2차 세계 대전 후 인류는 유례없는 풍요와 건강을 누리고 있다. 그럴수록 죽음은 더더욱 공포로 다가온다.
생뚱맞지만 외교 뉴스에서 언젠간, 누구에게나 다가올 종말을 생각한다. 다들 많이 갖고 최대한 즐기려는 세상일수록 덧없는 죽음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