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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완 Jan 16. 2023

조금 늦은 2022 회고

feat. 첫 사랑니

2023년이 시작된 지 2주가 넘은 시점에서 작년 한 해를 회고한다.

그 이유는 "첫 사랑니" 때문..

정말 아팠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고통이었다.

이가 아프다는 것은 다른 곳의 고통보다 더욱 괴롭다. 이만 아픈 것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곳이 아프기 때문에..


어찌됐든 이렇게 새해의 시작을 고통스럽게 보내고 이제야 지난 해의 회고를 하는데, 사실 불안과 걱정에서 회고가 비롯되었다. 매번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지난해를 돌아보곤 하는데 올해는 더욱 필요했다.


올해는 나에게 정말 폭풍같은 한 해였고, 그에 반해 나를 돌아보고 기록하는 시간은 한없이 부족했다.

시선이 외부로 향할수록 나 자신을 돌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지난 한 해의 일들은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1. 갑작스러운 휴학

올해부터는 대면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 또한 오랜만에 가는 학교이기에 너무나 설레었다.

하지만 이 설렘도 잠시, 난 휴학을 했다.

그 이유는 지방선거 선거캠프 출근 때문이었다.

처음 겪어보는 주 6일 출근과 대체자를 찾을 때까지 그만두지 못한 카페 알바의 조합은 내 체력을 앗아갔다.


2. 아트컨텐츠랩 아티비티 전시 기획

나는 2020년 초, 펜데믹이 오기 직전 아트컨텐츠랩 아티비티를 만들었다.

내 열정으로 가득했던 아티비티는 시작과 동시에 온라인으로만 활동해야 했고, 우리는 온라인 "아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렇게 커뮤니티는 2년간 지속 되었고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오프라인 활동을 시작했고, 첫 번째 시도는 바로 "전시"였다.


전시에 가장 필요한 작가 섭외부터 디자이너/기획자/장소 섭외는 물론 자금을 마련할 크라우드펀딩, 전시장 설치, 전시 진행, 펀딩 굿즈 배송까지 모든 것을 해보았다.


심지어 이 모든 일을 위에서 언급한 알바/선거캠프 출근과 함께 했다..

(그 당시 나는 미쳐있었던 것일지도..)


선거캠프와 전시 등 모든 것을 마무리한 나는 약 한 달간 넋이 나간 채로 살았다. 짧은 시간 안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번아웃도 잠시, 상반기의 이러한 활동을 통해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항상 생각해왔던 문제이지만 외면했던 나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게 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배우 활동을 했던 나는 매 순간 꿈이 "배우"였고 모든 순간순간의 선택은 그 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나의 생각보다 너무나 넓고 광활했다.

호기심이 많은 나에게 이 세상은 해보고 싶은 일 천지였고, 마침 다양한 일을 겪으며 회의감이 들던 시기에 나는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 사람의 가치관부터 하는 일,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 등등. 정답을 정해놓고 그 곳을 향해 가는 과정만 고민하던 나의 앞에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닌 무수히 많은 보기가 주어진 것이다.


그 때부터 다시 심장이 뛰었다. 정말 말그대로 심장이 요동쳤다.

하지만 두려움도 생겼다. 주변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고, "배우" 이지완이라는 타이틀을 버린 채 "인간" 이지완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그 다음이었다. 지금까지 배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받아왔던 긍정적인 시선들은 나름의 혜택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저울질과 고민의 과정에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한다는 것은 정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필요로 했고 나 스스로를 담금질하기도, 주변의 말과 행동들에 담금질 당하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이 시간은 나에게 꼭 필요했고, 힘든만큼 단단해진 기회였다.




3. BTL/PR

고민을 거듭한 후 나는 연기를 쉬기로 했고, 또 다른 시작을 해보고자 하던 중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홍보마케팅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난 이 기회를 아주 덥석 잡았고, 졸업이라는 큰 숙제를 잠시 미뤄둔 채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4. 커뮤니케이션 파티

생각보다 일의 시작 일자가 뒤로 미뤄지게 되면서 그 공백을 채우고, 내가 꼭 해보고 싶었던 걸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커뮤니케이션 파티를 시작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을 기준으로 벌써 6개의 파티를 진행했고, 앞으로도 파티는 계속 될 예정이다.


내가 파티를 진행하며 얻은 것 중 가장 큰 건, "나 자신에 대한 이해"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나를 소개하거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각인 시킬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런데 파티를 진행하다보니 나를 더욱 쉽게, 임팩트있게 소개해야 했고 나의 자기소개는 파티를 거듭할수록 발전해갔다. 배우활동부터 나의 전공인 철학과, 아트컨텐츠랩 아티비티, 지금 하고 있는 일까지. 나는 숨기고 싶은 과거도 잘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고,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은 나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꽤나 재밌게 다가간 것 같다.


나는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힘과 에너지를 믿는다.

커뮤니케이션 파티를 진행하며 나의 믿음은 가시화되었고, 앞으로의 이 영향력이 어떤 모습으로,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기대된다.



이렇게 나의 길고도 짧았던 2022년이 지나갔다.

사실 달력을 통해 눈에 보이는 '1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시간은 단편적이지도, 단절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나의 고민과 열정은 계속 되고, 심지를 굳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된다. 1년을 회고하는 것은 나에게 격려와 위로를 뜻한다. 그리고 이 1년이 지나간 것에 대해, 1살이 더 먹은 것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그것은 2022년이든, 2023년이든 변치 않을 것을 안다. 그리고 이 생각을 곱씹고 또 곱씹어야겠다.


매년 쓰던 생각 노트를 작년에는 소홀히 썼다는게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 속에 너무나 깊이 남는 한 해였다. 이렇게 1년 회고를 공개된 곳에 하는 건 처음이지만 나중에 이 글을 보며 또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이 때의 선택과 삶을 만족하고 고마워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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