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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won Apr 13. 2019

2018.04_젠더 이슈로 떠오른 독일 ‘부부분할과세’

독일에서 연봉에 따른 세금을 낼 때, 부부의 경우에는 개인별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공동체’로 간주해 합산된 연봉으로 적용된다. 독일 연방 통계청(Statistisches Bundesamt)은 연례 소득세 통계를 낼 때 과세 소득이나 소득세를 배우자 개인으로 나누지 않는다. 이에 따라 독일 부부는 연간 소득을 함께 계산해 세금을 내게 되어 있는데, 결과적으로 독일의 이 방침에 따라 부부는 개인이 내는 ‘개별과세(Individualbesteuerung)’보다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 


예를 들어 혼자 연 8만 유로를 버는 근로자가 내야 하는 세금은 26,350유로(2018년 기준)지만, 부부가 함께 8만 유로를 벌면 내야 하는 세금이 이보다 약 8천유로 감면된다. 또한 부부가 연 8만 유로를 벌 경우 둘이 각각 4만 유로씩 버는 부부는 약 18,300유로의 세금을 내지만, 한 파트너는 수입이 없고 한 파트너가 8만 유로 전체를 버는 부부의 경우 세금은 17,532 유로로 줄어든다.  


이는 ‘부부분할과세(Ehegattensplitting)’로 인한 감면 혜택이다. 배우자 간 소득 차이에 따라 ‘연계 절약(relative Ersparnis)’이 적용돼 다른 세금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즉 동등하게 맞벌이를 하는 부부보다 한 파트너는 벌이가 없고 한 파트너만 일할 경우 세금 혜택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이로 인해 ‘부부분할과세’는 선거 때마다 늘 이슈가 되어왔다. 


특히 여성계에서는 이 시스템이 결론적으로 여성들로 하여금 일을 덜 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독일 대다수 가정에서 엄마들이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이후 일자리로 복귀할 것인지, 복귀하고 싶다면 어디로 복귀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겪음과 동시에 일하지 않았을 경우 받게 되는 세금 감면 혜택으로 인해 선택의 문제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http://www.spiegel.de


최근 독일 사회민주당(SPD)을 중심으로 ‘부부분할과세’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이 제도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도 ‘부부분할과세’ 대신 개인별 소득에 따라 세금을 내는 ‘개별과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은 비교 가능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남녀 격차가 큰 편이다. 성별 임금 격차만 봐도 17.1%(OECD 자료 기준) 정도이며, 독일 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1%(2016년 기준)까지 벌어진다. 이 외에도 세금, 노동시간, 경력기회, 연금, 빈곤 측면에서 볼 때 독일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훨씬 악화된 상황에 놓여있다. 독일경제연구소는 여러 요인 중 ‘부부분할과세’에서 남녀 격차의 원인을 찾는다. 


메르켈 프라츠셔(Marcel Fratzscher) 독일경제연구소(Deutschen Institut für Wirtschaftsforschung) 소장과 카타리나(Katharina Wrohlich) 독일경제연구소 젠더 연구원이 독일 언론 ‘슈피겔(spiegel.de)’에 기고한 내용에 따르면, ‘부부분할과세’는 결국 여성 소득에 더 높은 세금을 적용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연구원들은 묻는다. 과연 ‘부부분할과세’가 중립적인 정책인가. 배우자 간 소득비율 차이가 미치는 영향이 없는가. 이어 연구원들은 “남녀가 똑같이 출산과 보육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 직업을 얻을 기회가 똑같이 주어지고 일하는 만큼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면 이 정책은 중립적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독일 아빠들도 얼마든지 육아휴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부모수당’ 등 모성보호 관련 정책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35%의 아빠들만이 육아휴직을 하고 있고, 기간은 2개월에 불과하다. 

독일경제연구소는 “이러한 결과는 남녀가 일 관련 조건이나 환경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에 ‘부부분할과세’에 의해 남녀가 다르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부분할과세’로 인해 독일 여성들이 일을 덜 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실업수당, 연금, 직업 기회 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독일경제연구소에서 제시하는 대안은 ‘개인과세(Individualbesteuerung)’다. 배우자 개개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책정하되, 한쪽 파트너만 돈을 버는 단일소득 부부에게는 2배 세금 공제되는 것을 허락해주는 방법이다. 또한 약 150억 유로에 달하는 ‘부부분할과세’ 세수입을 모든 자녀에게 재분배하는 경우, 한부모가정 뿐만 아니라 아이가 있는 부모들에게도 한 달에 최대 100유로 정도 혜택이 있다고 설명했다(소득 규모 상위 30%는 제외). 


‘개인과세’는 연봉이 높은 부부에게는 상당한 세금 인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부부분할과세’ 폐지를 주장한 정당들은 지난 15년 동안 선거에서 혹독한 결과를 치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 ‘부부분할과세’를 둘러싼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부부분할과세 폐지’가 결국 높은 노동력 공급으로 이어져 독일 경제성과를 높일 것이라는 독일경제연구소의 분석이 어떤 정책 결정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젠더 이슈로 다시 떠오른 독일의 부부분할과세’  

채혜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독일 통신원(chaelee.p@gmail.com)

2018년 1월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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