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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won Apr 13. 2019

2018.06_뒤늦은 유럽의회의 ‘#MeToo’ 조치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이하 EP) 내에서 미투 운동(#MeTooEU)에 대한 반응이 느리다는 지적이 일면서 여성 유럽의회 의원 등 여성 활동가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먼저 독일 정치인이자 유럽의회(EP) 의원인 테리 라인트케(Terry Reintke)는 11만 8천 명 이상이 서명한 ‘성희롱에 대한 제로관용정책’에 대한 청원서를 안토니아 타야니(Antonio Tajani) 유럽의회(EP) 의장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안토니아 타자니 의장은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지지를 표명하고 유럽의회 내 개혁을 위해 지지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테리 라인트케의 청원서 요청을 거절했다. 청원서는 유럽의회 의원(Member of the European Parliament, MEP)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방지 교육 의무 시행 등의 항목을 담고 있다. 


테리 라인트케 의원은 안토니아 타야니 유럽의회(EP) 의장에게 실망했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그녀는 성폭력 문제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포럼인 ‘Period’라는 여성 지원 그룹을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으며, #MeTooEU 문제를 더욱 가시화하기 위해 성희롱 피해자 신고나 고소를 위한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라인트케 의원과 여러 여성 의원들은 지난해부터 성폭력 이슈와 관련해 유럽 의회 내 특별 회의에서 미투 운동의 상징적인 해시태그인 ‘#MeToo’ 캠페인을 벌이는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라인트케 의원은 특별 회의 자리에서 “나는 미투 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수백만 명의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성적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으며, 부끄러워해야 하는 존재는 우리가 아니라 가해자임을 분명히 말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유럽의회 내에서 이 주제에 대해 침묵을 깨는 것은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매우 중요한 단계였다. 이 결과로 현재 유럽의회(EP)는 유럽연합 각국 정부마다 강력한 조치를 마련하는 것을 승인한 상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라인트케 의원은 유럽 의회에 이어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서도 국가별 조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라인트케 의원은 독일 언론 도이치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에서 이어지는 변화는 유럽의회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 적용되는 법안 마련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https://www.womenlobby.org


이와 함께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여성 의사 결정자를 더 많이 확보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U 정상회의(European Council)의 젠더 평등 이슈 어드바이저인 크리스티나 갈라흐는 EU 채용과정의 젠더 불평등 문제를 지적했다. 유엔 공보담당 사무차장을 역임한 바 있는 갈라흐는 대학 졸업자가 주로 여성이지만 EU에는 대부분 백인 남성이 고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관리직 자리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적게 지원하지만, 지원했을 경우 합격률은 여성이 더 높았다. 갈라흐는 “지금은 여성이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여성을 돕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EU 채용시험과정에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문제해결 과정에 있지만 지난 2년간 여성 지원율이 절반 정도로 올라가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한편 브뤼셀에 위치한 여러 EU 기관 앞에서 여성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활동가도 있다.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서 6년간 일했던 탄야 골라트(Tanja Gohlert)는  기관 내 남성 지배적인 문화에 공포감마저 느꼈다고 전했다. 유럽 집행위원회를 떠난 뒤에도 성희롱 등 남성 지배적인 조직 문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탄야 골라트는 현재 유럽 내 2000개 이상의 여성조직이 함께하고 있는 네트워크인 ‘유럽여성로비(European Women's Lobby·EWL)’에서 일하면서 ‘Lights4Rights’라 불리는 브뤼셀 여성 행진(Brussels Women's March)을 주도하고 있다. 우먼마치(Women's March)는 지난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맞서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여성 행진으로 매년 1월,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함께 연대하고 있다. 브뤼셀 우먼마치 이름인 ‘Lights4Rights’는 ‘Lights for Rights!’를 캠페인 이름을 변형시킨 것이다. 


최근 28개 EU 회원국의 양성평등지수가 최고 10점 중 6.6점에 그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북유럽만 8점 정도를 기록하고 다른 국가들의 지수는 낮게 나온 가운데, 유럽 내 여성 활동가들의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영역은 점점 넓어지는 중이다.  


느리게 진행 중인 유럽의회의 ‘#MeToo’ 이후 조치    

채혜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독일 통신원

2018년 3월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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